"144㎞ 이상 던지네?" 원태인은 억울하다 "난 그대로인데, 너무 속상했죠"
2024.03.23 10:11:42

[스타뉴스 | 소공동(서울)=안호근 기자]

삼성 투수 원태인이 22일 2024시즌 KBO 개막 미디어데이에 참석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강타선을 상대로 인상적인 투구를 펼쳤다.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마저 콕 집어 이야기 할 정도로 인상적인 투구였다. 메이저리그(MLB) 팀들과 펼친 서울시리즈 스페셜매치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로 원태인(24·삼성 라이온즈)을 꼽을 수 있다.

그럼에도 원태인은 마냥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한 발 더 나아가 억울함까지 나타냈다. 자신의 가치를 세계에 알린 젊은 투수가 무엇이 그리 억울했을까.

원태인은 지난 17일 샌디에이고와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서 팀 코리아의 2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동안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특히 매니 마차도와 타일러 웨이드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체인지업이 큰 주목을 받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두 번째 투수 원(태인)은 대범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멋진 체인지업이었다. 타티스 주니어도 '체인지업이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서울특별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미디어데이 공식 행사 후에 만난 원태인은 "많이 뿌듯했다. 언제 제가 메이저리거들 삼진을 한 번 잡아보겠습니까"라며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이 진짜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샌디에이고와 MLB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서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원태인.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훗날 기회가 된다면 일본프로야구(NPB)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히던 원태인이었으나 직접 빅리거들을 상대해보고 자신감을 얻었고 이젠 시선을 높여 MLB 진출에 대한 꿈도 품게 됐다는 것이다.

경기 후 만난 다저스 타일러 글래스노우에게도 극찬을 받았다. 원태인은 "그 투수가 제가 어떤 투수인지 몰랐는데 경기 끝나고 기념 촬영 할 때 만났는데 '마이 프렌드'라고 하면서 먼저 인사해줬다"며 "삼진 잡는 걸 봤냐고 물었는데 봤다고 하더라. 그 체인지업이면 MLB에 와야겠다고 하면서 체인지업이 진짜 좋다고 어떻게 던지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인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질문에선 사뭇 진지해진 표정으로 열변을 토해냈다. 바로 구속과 관련한 이야기였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받은 건 체인지업 뿐만이 아니었다. 원태인의 빠른 공도 눈길을 끌었다. 원태인은 지난해 초 140㎞ 초반 패스트볼을 던지며 팬들 사이에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일부 팬들은 구속이 하락했다고 지적했고 심지어는 삼성의 투수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 평가전을 통해 이러한 시선을 완전히 잠재웠다. MLB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는 17일과 18일 열린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의 트래킹 데이터를 공개했는데 원태인이 던진 패스트볼 18구 중 최고 시속은 92.9마일(149.5㎞)를 찍었고 최저도 89.7마일(144.4㎞), 평균은 91.2마일(146.8㎞)였다.

국내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원태인의 지난 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4.5㎞였다. 시즌 초반임을 고려하면 더 큰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구속 측정 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KBO리그는 야구 통계 업체 스포츠 투아이의 투구 추적 시스템(PTS)을 기반으로 구속을 측정한다. 다만 많은 구단에서는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용하는 트랙맨을 활용한다. 두 측정 데이터 사이에서는 평균적으로 4,5㎞의 차이가 나타난다.


원태인(왼쪽)이 LA 다저스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만나 손 크기를 재보며 놀라고 있다. /사진=뉴스1

원태인은 자신을 둘러싼 구속 논란에 지난해 6월 인스타그램에 PTS에 기반한 포털사이트의 문자중계상의 구속 자료와 구단에서 제공한 트랙맨 기반 구속 자료를 올리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어떤 방식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서 PTS 시스템이 조금 더 과거 방식인 것은 분명하다. 한 구단 야구계 관계자는 "언제적 PTS냐, 머지않은 시점에는 다 트랙맨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고 쓴소리를 가하기도 했다.

수치뿐 아니라 MLB 선수들이 체감하기에도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주릭슨 프로파와 풀카운트 승부 끝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공도 91마일(146.5㎞) 몸쪽 패스트볼이었다.

원태인은 "솔직히 그 구속은 제가 시즌 동안 구단에서 받아 본 데이터랑 똑같이 나왔다"면서 "그런데 그게 화면으로 송출이 돼 팬분들이나 해외 구단에서 (원래 구속을) 이제야 인정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발언 하나하나에 억울함이 가득 묻어나왔다. 원태인은 "외부에서 보는 시선이 지금까지 스스로 느끼던 것과 다르게 많이 달라진 것 같다"며 "해외 리그에 도전할 선수들이라든지 1년의 데이터로 평가를 받는 투수들로선 그런 수치가 중요하다. 기사를 통해 봤는데 해외 스카우트가 '원태인이 90마일(144.8㎞) 이상을 평균적으로 던질 수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는 걸 보고 너무 속상했다"

이어 "저는 줄곧 그렇게 던져왔던 선수인데, 그대로인데, 어찌보면 지금까지 제 가치가 깎아내려지고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간이 걸릴 수는 있겠지만 PTS보다는 MLB나 NPB와 마찬가지로 통일이 돼 선수들이 같은 기준으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발 빠른 시일 내에 그런 기준이 하나로 통일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간절한 바람을 나타냈다.


삼성 원태인(오른쪽)이 22일 2024시즌 KBO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