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상 성적 TOP 3" 37세 류현진, 90년대생 9승 투수들보다 낫다...선발 부상 소식에 RYU부터 찾는 이유
2024.02.19 09:42:35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류현진.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구단 공식 SNS

프리에이전트(FA) 류현진(37)의 인기가 메이저리그(ML) 팀들 사이에서 상당하다. 선발 투수가 장기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릴 때면 류현진이 빠짐 없이 거론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해 101승 61패로 9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를 제패한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최근 최악의 소식을 접했다. 지난해 에이스 역할을 해준 카일 브래디시(28)가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UCL)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서 2024시즌을 시작하게 된 것. 일단 혈소판 주사로 통증을 완화했고 공도 다시 던지기 시작했지만, 자칫하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부위인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으로 볼티모어 지역 언론지 '볼티모어 선'에 따르면 브래디시 이전의 에이스였던 좌완 존 민스(31)의 복귀가 한 달 정도 늦춰졌다. 민스는 지난해 토미 존 서저리를 받고 올 시즌 복귀를 예고했으나, 최근 재활 프로그램 시작일을 조금 더 늦추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볼티모어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연패 도전에 비상이 걸렸다. 브래디시와 민스는 올 시즌 볼티모어가 성적을 내는 데 있어서 핵심 조각이었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로 LA 에인절스에 지명된 브래디시는 2019년 볼티모어로 트레이드됐다. 2022시즌 빅리그에 데뷔했고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지난해 30경기 12승 7패 평균자책점 2.83, 168⅔이닝 168탈삼진으로 실질적인 1선발 노릇을 했다.

이달 초 볼티모어가 밀워키 브루어스로부터 2021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코빈 번스(30)를 트레이드해 오면서 브래디시는 그와 함께 안정적인 원투펀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매체 MLB 트레이드루머스는 지난 16일(한국시간) "브라디시는 새로 영입한 에이스 번스와 함께 2선발로서 시즌을 시작할 것 같았다"면서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분명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확실한 1선발로 떠오른 브래디시의 부상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디펜딩 챔피언(볼티모어)에 잔인한 타격"이라고 아쉬워했다.

민스는 브래디시에 앞서 볼티모어의 희망이 된 에이스였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11라운드로 지명된 민스는 2018년 빅리그에 데뷔해 리빌딩 중이던 볼티모어의 중심을 잡아준 선수였다. 통산 74경기 21승 26패 평균자책점 3.74로 성적은 무난하지만, 충분히 3선발 이상은 해줄 것으로 기대받았다. 2022년 토미 존 서저리로 시즌 아웃됐고 대다수 매체는 민스가 2024시즌 3선발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브래디시와 민스의 이탈로 볼티모어는 번스-그레이스 로드리게스(25)-딘 크레머(28)-콜 어빈(30)-타일러 웰스(30)로 이뤄진 빈약한 선발진으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볼티모어의 카일 브래디시. /AFPBBNews=뉴스1

류현진의 이름은 이때부터 급격하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MLB 트레이드루머스는 "브래디시와 민스의 부상으로 볼티모어 선발 로테이션 전망은 급격하게 바뀌게 된다. 번스, 로드리게스, 크레머가 상위 선발을 이루고 나머지 두 자리는 확실치 않다"며 "그런 가운데 블레이크 스넬(31)과 조던 몽고메리(34) 같은 최고의 FA 선수가 아직 남아 있으며, 류현진, 마이클 로렌젠(32)처럼 무난한 베테랑들도 있다"고 전했다.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 역시 "브래디시와 민스의 부상으로 볼티모어가 FA 투수 시장에 관심을 보인다"면서 "그들이 스넬과 몽고메리를 위해 돈을 쓸 가능성은 없다. 그들보단 로렌젠과 류현진이 잘 어울릴 것 같다. 그외에 마이크 클레빈저(34), 리치 힐(44) 등이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어야 하는 선발 투수"라고 언급했다.

볼티모어를 다루는 팬사이디드의 '캠든챗' 코너는 18일 "민스는 4월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고 브래디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로렌젠과 류현진이 적임자가 될 수 있다. 그들은 1년 계약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루자르도를 트레이드하거나 몽고메리를 영입할 수도 있으나, 그러한 움직임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실 볼티모어 쪽 언론에서 류현진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에도 볼티모어 지역 언론 '볼티모어 베이스볼'은 "마이크 엘리아스 볼티모어 수석 부사장 및 단장은 트레이드 시장을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FA 시장에는 볼티모어 예산으로 봤을 때 적합한 투수들이 여럿 있는데 우완 마커스 스트로먼과 로렌젠, 좌완 션 머네아와 류현진 등이 있다"고 눈여겨봤다.

가성비 좋은 하위 선발 자원으로 본 것이다. 류현진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2020년 시작된 4년 8000만 달러(약 1068억 원) 계약을 마무리하고 커리어 두 번째 FA 자격을 획득했다. 토론토에서의 4년은 냉정히 말해 실패였다. 첫해는 성공적이었다. 12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3위에 올라 순조롭게 적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듬해부터 하락세를 겪었다. 2022년에는 커리어 두 번째 토미 존 서저리를 받았고 지난해 8월에야 복귀했다.

2023년 11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으로 복귀 시즌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보여줬다. 하지만 11경기 중 6이닝 이상을 소화한 것이 딱 한 차례에 불과했고 경기 내용도 좋지 못했다. 만 37세의 고령에 구속도 시속 87~89마일(약 140~143.2㎞)밖에 나오지 않아 다년계약이 어려워 보인 것은 사실이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

하지만 건강하다면 안정적인 선발 투수로 인정받았다. 올해 초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류현진을 로렌젠, 머네아, 클레빈저, 알렉스 우드, 제임스 팩스턴과 함께 선발진의 중간급 투수(The mid-rotation options)로 분류했다. 또 다른 매체 SNY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커리어 동안 한 해 25경기 선발로 나선 것이 두 번에 불과할 정도로 약간의 부상 위험이 있다. 하지만 마운드에 있을 때 류현진은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좌완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메이저리그 단장 출신이자 칼럼니스트 짐 보든은 지난 14일 "류현진은 건강해 보이지만, 부상 위험이 있다. 그래서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 한다. 포스트시즌 비경쟁팀과 계약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면서도 현시점 FA 시장에 남은 매물 중 매력적인 선수 톱10 중 8위에 류현진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현지 매체들의 기대치는 통계 예측 프로그램상으로도 증명됐다. 미국 야구 통계 매체 팬그래프는 자체 예측 프로그램 '스티머'를 통해 류현진이 남은 선발 FA 투수 중 3번째로 높은 fWAR(팬그래프 기준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스넬이 올해 31경기 12승 10패 평균자책점 3.66, 176⅓이닝 221탈삼진으로 fWAR 3.3을 마크할 것으로 예상돼 가장 큰 기대를 받았다. 지난해 텍사스 레인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몽고메리는 32경기 12승 11패 평균자책점 3.94, 190⅔이닝 173탈삼진, fWAR 3.2로 남은 FA 선발 투수 중 두 번째로 높았다.

류현진이 이들 다음이었다. 스티머는 류현진의 2024시즌 성적을 26경기 8승 9패 평균자책점 4.36, 141이닝 103탈삼진, fWAR 1.8로 예측했다. 클레빈저가 8승 10패 평균자책점 4.82, fWAR 1.4, 콜린 레이가 7승 8패 평균자책점 4.50, fWAR 1.3, 로렌젠이 9승 11패 평균자책점 4.73, fWAR 1.2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중 1990년생 클레빈저는 지난해 9승 9패 평균자책점 3.77, 131⅓이닝 110탈삼진, 1992년생 로렌젠은 지난해 9승 9패 평균자책점 4.18, 153이닝 111탈삼진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투수들이었다. 류현진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2024시즌에는 류현진의 관록에는 당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예상에는 지난해 류현진이 통계적으로 불운했던 것도 이유가 됐다. 부진했던 지난 3년간 류현진의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는 4.29, xFIP(기대 FIP)로는 4.07로 기대치보다 실제로는 높은 평균자책점이 형성됐다. 이를 지적한 또 다른 미국 매체 '핀스트라이프앨리'는 "류현진이 토론토에서의 마지막 두 시즌 동안 명백히 작은 표본에서도 불운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우리들의 예상보다 더 많은 뜬 공이 구장 밖으로 날아갔다는 것을 뜻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