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의 일상화' 투수 전향 2년 차, 차곡차곡 채워지는 성장 노트.txt
2021.07.28 11:34:30

[OSEN=이대선 기 자] 롯데 나균안 2021.06.01 /sunday@osen.co.kr


[OSEN=부산, 조형래 기자] 투수 전향 2년차에 벌써 기대주가 됐다. 당장 1군 투수진 어디에 포진해 있어도 제 몫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들게 한다. 이 과정에서 메모를 해놓은 것들이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메모장에 차곡차곡 적어넣은 내용들이 성장 노트가 됐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23)은 2017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지명을 받은 포수다. 대형 포수의 재목이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했다. 그러나 성장 과정 없이 너무 빨리 1군 주전 기회를 받게 됐다. 준비되지 않은 저연차 포수의 방황 시간은 길었다. 결국 지난해 부상을 계기로 투수로 전향했다. 강한 어깨, 중학교 시절까지 투수를 했던 경험이 투수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됐다. 구단은 포수의 재능을 인정했지만 투수로의 재능에 더욱 주목했다.

훈련 스케줄도 다르고 준비해야 하는 루틴, 쓰는 근육이 모두 다르다. 같은 종목이지만 다른 준비 과정을 거친다. 나균안도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을 하면서 혼란을 겪은 시기도 있었다. 그래도 포수에서 투수로 포지션이 바뀌어도 바꾸지 않은 루틴이 있다. 바로 메모다. 포수 자리에서 상대 타자를 분석하면서 볼배합을 연구하려고 했던 메모를 투수 전향 이후에도 이어가고 있다. 상대 타자의 강점과 약점을 연구했던 포수 시절과 달리 투수 자리에서는 좋은 투수들의 장점들을 캐치해서 메모장에 적고 있다.

나균안은 “특정 선수보다 주축 선수들을 많이 관찰했고 그 선수들의 포인트를 많이 봤다. 감독님께서 공부를 많이 하라고 말씀 하셨다. 경기를 보면서 ‘이 타자들을 상대할 때 나는 어떻게 했을까’, ‘다른 투수들은 어떻게 던질까’를 많이 생각했다”라면서 “투수할 때부터 메모를 많이했다. 투수할 때도 도움이 돼서 꾸준히 하고 있다. 생각날 때 메모를 해놔야 나중에 노트를 보고 경기에 돌입할 수도 있다”라며 메모하는 습관을 언급했다.

올 시즌 투수로 1군에 데뷔해 11경기(6선발) 1승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63(32이닝 20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6월 1일 키움전 6⅔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그리고 가장 최근 등판인 9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⅔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세이브를 따냈다. 전향 이후 퓨처스에서 선발 수업을 받았지만 불펜 투수로도 활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어필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이고 공격적인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잠시 부침을 겪으며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던 시기가 있기도 했다. 이 기간 1군과 동행하며 메모를 이어갔고 또 마음가짐을 다잡았다. 그는 “안 좋은 것들을 찾아보면 영향이 있더라. 잘 던진 것만 보고 좋은 것만 기억에 남기려고 한다. 그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더라. 경기 끝나면 전력 분석팀에 잘 던졌던 영상을 받아서 계속 본다”고 했다.

장점과 공격성을 되살리기 위한 자기 반성도 마쳤다. 나균안은 “안 좋았을 때는 타자들에게 안 맞으려고 했다. 공격적이지 않았다. 피해가는 피칭을 하다보니까 나 스스로가 힘들었다. 빠르게 타자들을 치게끔 만드는 제구가 내 장점인데 그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라고 되돌아봤다.

포수로는 아쉬웠던 커리어, 투수로 꽃피우고 싶은 욕망이 크다. 그러나 욕망은 자제하고 멘탈을 관리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는 “사람 욕심과 마인드를 컨트롤 할 수는 없는 것 같다”라고 웃으며 “욕심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 순간 순간에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다”라고 되돌아봤다.

아직 투수 경험은 일천하기에 선발이나 불펜 보직을 특정해서 원하지 않는다. 아직은 맞춰가는 과정. 후반기에는 불펜 투수로 활약할 것이라는 귀띔을 받았다. 그는 “선발과 불펜 중 어떤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항상 생각하는 것은 1군에서 최대한 많이 던질 수 있게끔 준비해야 한다. 선발과 불펜 중 어느 보직이 좋다고 말을 못하겠다”라고 전했다.

목표는 다른 것이 없다. 성장세를 이어나가면서 1군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는 ‘투수’ 나균안이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1군 마지막 경기까지 남아 있는게 목표다. 팀에 보탬이 되면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나가고 싶다. 보직은 상관 없다. 어디서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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