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줄 몰랐나' 20홈런 거포 공짜로 내주더니... 2홈런 7타점 부메랑 '아찔'
2024.04.12 14:10:25

[스타뉴스 | 인천=김동윤 기자]

키움 최주환(오른쪽)이 11일 인천 SSG전 3회초 1사 1루에서 우월 투런포를 때리고 홈을 밟고 있다.


SSG 랜더스가 20홈런 거포 최주환(36)을 무상으로 푼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최주환은 10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SSG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 7250명 입장)에서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1득점 1삼진을 마크했다.

키움은 최주환을 포함한 타자들의 고른 활약과 선발 하영민의 5이닝(105구) 2실점 역투에 힘입어 SSG에 5-2로 승리, 2연패에서 탈출했다.

결과는 1승 2패였지만, 키움은 시리즈 내내 SSG와 경기 막판까지 접전의 승부를 펼쳤다.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이 최주환의 맹타였다. 최주환은 이번 시리즈에서만 13타수 4안타(2홈런) 7타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했다.

이날 선제점도 최주환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최주환은 0-0으로 맞선 3회 초 1사 1루에서 엘리아스의 초구 149㎞ 직구를 공략해 우측 담장을 크게 넘겼다. 비거리 115m의 시즌 3호 포.

다른 하나의 안타도 영양가 만점이었다. 최지훈의 투런포로 2-3으로 쫓기고 있는 7회 초 1사 1, 2루에서 최주환이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시속 135㎞ 체인지업을 통타해 2루수 옆을 스치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엘리아스는 이어진 1사 1, 3루에서 이형종의 투수 앞 땅볼 타구를 잡아 2루에 악송구를 범하면서 추가 1실점 하고 완전히 무너졌다.

경기 후 키움 홍원기 감독은 "선발 하영민이 영리한 투구 펼치며 5회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김재현의 리드도 좋았다. 이어 나온 불펜투수들도 모두 완벽한 투구를 해준 덕분에 마지막까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며 "공격에서는 3회 최주환의 투런포가 분위기를 끌어 올렸고, 7회 적시타가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수훈 선수 중 하나로 최주환을 언급했다.


키움 최주환이 11일 인천 SSG전 3회초 1사 1루에서 우월 투런포를 쏘아 올리고 있다.

이번 시리즈는 최주환이 약 6개월 만에 SSG가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고 인천을 방문한 것이었다. 2020년 겨울 4년 총액 42억 원의 FA 계약을 체결하고 SK(현 SSG)에 입단한 최주환은 3년간 아쉬운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에는 모처럼 20홈런을 쳤음에도 시즌 종료 후 보호선수 명단에서 풀렸고, 지난해 11월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1라운드 1번으로 키움으로 이적했다.

부메랑이 예상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최주환은 SSG에서 3년간 타자 친화 구장인 SSG 랜더스필드 효과를 톡톡히 누린 대표적인 선수 중 하나였다. SSG에서 47홈런 중 34홈런이 홈구장에서 나온 것이었다. 더욱이 최주환은 지난해 가장 많은 홈런(6개)을 키움을 상대로 기록해 키움으로서는 공짜로 천적을 없애고 20홈런 거포도 공짜로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경기 후 최주환은 "특별한 건 없다. 고척돔이 이곳(SSG랜더스필드)보단 확실히 더 크니까 고척에선 펜스에 맞을 타구가 여기선 넘어가겠구나 생각뿐이었다"면서도 "그래도 여기서 홈런을 두 개 칠 수 있어 좋았다. 전 동료들을 상대 팀으로 맞이해 좋은 승부를 펼쳐서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복귀 첫 타석은 꽤 강렬했다. 9일 첫 타석에 들어선 최주환은 SSG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는 팬들에게 90도 인사를 했고 오원석의 초구를 쳐 투런포를 만들었다. 최주환은 "그 타석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이)지영이 형이랑 마주쳤는데 메이저리그 스타일로 (인사를 할 수 있게) 막아주셨다. 상무 때 룸메이트라 모처럼 한 팀에서 야구하나 했는데 공교롭게도 서로 유니폼을 바꾼 셈이 돼서 감회가 남달랐다. 그래도 SSG 팬분들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나도 정중히 감사 인사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하위타선과 상위타선을 주로 맡던 최주환은 키움에서는 4번 타자로 들어서고 있다. 최주환은 "어릴 때 꿈을 이룬 느낌이다. 사실 내가 어릴 때부터 4번 타자 유형이 아니었기 때문에 프로에서 4번을 칠 거란 생각은 단 1%도 없었다"면서 "4번 타자라기보다는 네 번째 타자라는 생각으로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