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도 아깝지 않다' 류현진, "10승 이상 효과"-'3358868' 때와 완전히 다르다
2024.02.21 09:04:52

[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한화 시절 류현진.

류현진.

류현진(37)이 오면 만년 하위권팀 한화 이글스는 정말 달라질까.

류현진의 KBO리그 복귀가 임박했다. 한화 이글스는 류현진의 복귀를 준비하며 KBO를 통해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에 신분조회를 요청해 결과를 받았고 2차 전지훈련지인 일본 오키나와행 항공편을 미리 준비해뒀다. 나아가 류현진의 유니폼 제작 의뢰까지 이미 맡겨둔 상태라고 인정했다.

역대 최고 대우도 확실시된다. 2022년 MLB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김광현(SSG)의 4년 151억원은 물론이고 양의지(두산)가 지난해 4+2년에 사인한 152억원도 넘어설 전망이다. 일각에선 4년 170억원, 많게는 200억원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류현진의 국내 복귀 후 연착륙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는 찾기 힘들다. MLB에서 경쟁력을 잃은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수들이 대체로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선수들임을 생각하면 얼마나 류현진이 KBO리그에서 무서운 투수가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커진다.

손혁 단장은 지난 19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좋은 투수인 건 분명하다. 그러니까 지금도 미국에서 그렇게 좋은 오퍼가 나오는 것"이라며 "그건 굳이 내 입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을 만큼 미국에서 검증해 주고 있다. 제안이 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런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토에서 투구하던 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의 토론토 시절. /AFPBBNews=뉴스1

미국 스포츠매체 디 애슬레틱은 14일 '현재 MLB FA 시장에 남은 상위 10명의 선수'라는 주제를 언급하며 류현진을 8위에 올려놨다. 과거 신시내티 레즈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단장을 역임한 짐 보든은 이 칼럼을 게재하며 "류현진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지난해 8월 복귀했다. 총 11경기 중 9경기를 3실점 이하를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3실점 이하 선발 등판 9경기 중 6경기에서 5이닝을 던졌고 한 번은 시즌 최다인 6이닝을 던졌다. 류현진의 직구는 대부분 시속 87~89마일(140~143.2㎞)이었다. 상대 타자들은 그의 체인지업에 타율 0.276, 커터에 0.238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현진이 인센티브를 포함해 계약 기간 1년, 총액 800만 달러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또 다른 미국 매체 블리처리포트는 "류현진은 '저위험 고수익이 기대되는 베테랑'이다"고 전했다. 그만큼 류현진이 여전히 빅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는 이야기다.

류현진은 국내에서 7시즌을 보내며 괴물 같은 전성기를 보냈다. 2006년 데뷔시즌 30경기에서 201⅔이닝 18승 6패 204탈삼진 ERA 2.23으로 괴물 같은 시즌을 보냈다. 투수 트리플크라운과 함께 시즌 최우수선수(MVP)까지 거머쥐었다. 류현진 시대의 서막을 알린 시즌이다. 그해 한화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듬해에도 30경기에서 211이닝을 투구하며 17승 7패 ERA 2.94를 기록했다. 류현진 시대에 한화가 마지막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때다.

류현진은 이후에도 줄곧 잘 던졌다. 통산 98승 52패 ERA 2.80에 1269이닝, 연평균 18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탈삼진도 1238개로 평균 176개 이상을 기록했다.


류현진의 한화 시절.

한화 시절 투구하는 류현진.

그럼에도 2008년 이후로 류현진은 더는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했다. 한화는 류현진이 떠난 후에도 2018년까지는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8년 3위를 차지한 후에도 2019년엔 9위, 이후 3연속 최하위를 기록한 뒤 지난해 다시 9위로 한 계단 올라섰을 뿐이다.

그리고 2013년부터 MLB에 진출해 보란듯이 성공했다. 첫 시즌부터 30경기 192이닝을 소화하며 14승 8패 ERA 3.00을 기록했다. 이듬해에도 26경기 152이닝 동안 14승 7패 ERA 3.38.

부상으로 인해 한 시즌을 거의 치르지 못했고 부진이 겹치기도 했으나 2018년 15경기에서 7승 3패 ERA 1.97로 놀라운 성적을 써냈고 2019년 29경기에서 182⅔이닝 14승 5패 163탈삼진 ERA 2.32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최종 2위에 오른 것도 이때였다.

토론토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류현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60경기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 12경기에서 5승 2패 ERA 2.69로 잘 던졌다. 이듬해엔 ERA 4.37에서 보듯 다소 부침도 있었지만 14승 10패로 선발 핵심 투수로서 제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2022년 팔꿈치 부상으로 6경기 출전에 그쳤고 수술 후 긴 재활을 거쳐 지난해 8월에서야 복귀했다. 적지 않은 나이와 빅리그 진출 후에만 두 차례 수술대에 오르며 우려를 키웠지만 류현진은 복귀 후 줄어든 구속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제구와 떨어진 구속을 만회하는 초저속 커브 등 신무기를 앞세워 건재함을 과시했다. 현지에서 여전히 많은 구단들이 오퍼를 넣고 있는 이유다.


토론토에서 활약하던 류현진./AFPBBNews=뉴스1

환히 웃고 있는 류현진. /사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공식 SNS

그렇다면 과연 류현진이 온다고 한화가 정말 달라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정답은 '그렇다'이다.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과거엔 류현진은 받쳐줄 2,3선발진이 탄탄하지 못했다. 가을야구에 진출한 2006년엔 문동환(16승), 2007년엔 세드릭 바워스(11승)과 정민철(12승)이 있었으나 이후로는 류현진 외에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린 선수가 안영명(2009년) 단 하나에 불과했다. '패패패패류'라는 웃지 못할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 시기였다. 한화의 암흑기였다.

그러나 지금 한화는 다르다. 지난해 펠릭스 페냐는 11승 11패 ERA 3.60을 기록했다. 리카르도 산체스와 문동주는 각각 24경기, 23경기로 등판경기가 적었지만 7승 8패 ERA 3.79, 8승 8패 ERA 3.72로 호투했다. 여기에 류현진이 가세하면 '판타스틱 4'가 가동된다.

나머지 한 자리 선발 자리를 두고 2021년 14승을 거뒀던 김민우, 올 시즌 전체 1순위 신인 황준서, 2021 신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 김기중 등이 경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펜진엔 주현상과 박상원, 윤대경, 주현상, 김서현 등 든든한 필승조 버티고 있다.

타선은 이미 기대만발이다. 2022시즌을 마치고 7년 만에 외부 FA로 내야수 채은성(6년 90억원)을 데려온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또 다른 내야수 안치홍(4+2년 총액 72억원)까지 품었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로 김강민과 SSG 랜더스에서 방출을 요구한 포수 이재원까지 영입하며 젊은 선수층에 경험을 더했다.

지난해 홈런왕과 타점왕을 석권한 노시환이 국가대표 4번 타자로 성장했고 고졸루키 문현빈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태극마크를 달고 뛸 만큼 좋은 활약을 보였다. 외국인 타자는 지난해 한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으나 요나단 페라자는 화끈한 타격은 물론이고 활발한 성격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 등으로 인해 벌써부터 최원호 감독과 동료들의 애정을 받고 있다.

야구계 관계자는 류현진의 성공을 확신했다. "한국에서 던질 때에 비해서 미국에 가서 변화구 구종이 더 다양해졌다"며 "미국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수싸움이라든지 완급조절에 있어서 더 좋아진 게 보인다. 국내에선 단순히 10승 이상의 효과를 한화에 안겨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지에서 만나 문동주. /사진=안호근 기자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지 숙소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마치고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는 장민재. /사진=안호근 기자

선수단도 류현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최근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최원호 감독은 "큰 선수(류현진)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기다리고 있다"며 ""미국에서 계약 소식이 안 들리는 걸로 봐서 계속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계약 소식이 있어야 기대를 접지(웃음)"라고 말했다.

호주에서 만난 문동주는 류현진의 복귀설에 대해 "(온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꼭 조언이 아니더라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하시는 것만 보고 열심히 해도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째 일본 오키나와에서 함께 개인훈련을 이어오고 있는 장민재도 류현진을 쌍수를 들고 반겼다. 그는 "현진이 형과 저는 나이가 있어 야구에 대해서 특별한 얘기를 하지 않는다. 누구보다 본인들이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이라면서도 "몸 관리라든지 마운드에서 어떻게 침착하게 할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밥 먹고 운동할 때 물어보면 조언도 해주시고 그걸 바탕 삼아서 내가 가진 장점을 경기 때 공을 던지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훈련을 지켜본 만큼 여전히 류현진의 위력에 감탄했다. 장민재는 "워낙 가지고 있는 게 좋은 선수인데 노력까지 하다 보니까 세계 정상급 투수가 된 것"이라며 "'노력을 많이 하고 공을 이렇게 던지니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게 느껴지고 캐치볼만 해봐도 가볍게 던져지는데도 변화구를 보면 '이렇게나 다르구나', '그래서 타자들이 못치는구나'라는 걸 많이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랜만에 같이 운동을 했는데 몸이 더 좋아졌더라. 재활을 잘해서 몸이 엄청 좋아보였다"며 한화 복귀에 대해서는 "자기 표현도 잘 안하고 티가 안나는 스타일이라 잘 모르겠지만 오면 정말 좋을 것이다. 배울 것도 많고 우리 팀을 위해서는 더 없이 좋다. 본인만의 생각이 있기 때문에 존중을 해줘야 하지만 농담 식으로 '형 빨리 와요'라고는 한다"고 전했다.


한화 시절 류현진.

한화 시절 류현진.

류현진의 한화 복귀설은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미국 CBS스포츠는 류현진의 한화 복귀설을 전하며 "류현진은 MLB에 진출하기 전 KBO리그에서 7시즌을 뛰었고 가장 훌륭하고 인기 있는 선수 중 하나였다"며 "류현진의 한국 통산 성적은 1300이닝에 가깝게 던지며 98승 52패 ERA 2.80이다. 우리는 오프시즌 류현진을 FA 41위에 올려놨었다"고 전했다.

'류현진 하나로 한화가 바뀔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이도 있지만 류현진은 달라진 한화의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엄청난 금액이 예상되지만 조금 시선을 달리하면 터무니없는 액수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류현진은 이미 LA 다저스에 진출하며 포스팅 금액 2573만 달러(343억원)를 한화에 안겼다. 더구나 류현진이 몰고 올 마케팅 효과를 생각하면 결코 불가능한 액수가 아닐 것이다. 이미 20일 2024 한화의 멤버십 판매 현황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한화 이글스 관계자에 따르면 20일 오전 오픈된 2024시즌 한화의 멤버십 회원에서 홈관중 구역인 1루측 자리가 완판됐다. 올해 새로 도입한 선예매권한인 얼리(Early) 또한 600장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통상 홈관중들은 1루측에 자리를 잡는다. 3루엔 원정관중들, 외야와 포수 후면은 중립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1루측의 좌석은 '덕아웃지정석', '내야커플석', 'VIP커플석', '내야응원단석', '익사이팅커플석', '내야탁자석', '내야하단탁자석', '익사이팅존', '내야지정석'까지 모두 합쳐도 단 1자리도 찾을 수 없다. 반면 3루엔 내야지정석에만 2043석이 남아 있다. 류현진 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고 마케팅 효과 등 류현진의 복귀는 엄청난 가치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된다. 200억원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호주 멜버른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친 한화는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바로 일본 오키나와로 2차 전지훈련을 떠난다. 류현진의 계약 발표가 늦어지며 이날 합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식 발표가 되는대로 바로 일본행에 나선다. 한화는 이미 류현진의 계약 시점이 유동적일 수 있다는 걸 예상해 날짜별로 항공권을 이미 준비해둔 상태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류현진 선수가 계약을 마친다면 바로 다음날 일본 오키나와로 떠날 것"이라고 만반의 준비가 됐음을 알렸다.


한화 마운드의 미래라 불리는 문동주(왼쪽부터)와 황준서, 김서현.

김서현(왼쪽부터)의 불펜 투구를 손혁 단장, 최원호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