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영구결번' 19번 달지 못한 고우석, 21번 달고 '롤모델' 오승환 성공 사례 이을까
2024.01.11 15:09:09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한 고우석(26)이 KBO리그 시절 쓰던 19번 대신 21번을 새로운 등번호로 택했다.

지난 10일(이하 한국 시간) 샌디에이고 공식 홈페이지에는 고우석의 프로필이 새롭게 업데이트 됐다. 계약이 공식 발표됐던 지난 4일에는 프로필에 등번호가 표시되지 않은 상태였지만, 업데이트된 프로필에는 고우석의 이름 옆에 21번이 표기됐다.

2017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한 고우석은 프로 데뷔 첫해부터 등번호 19번을 달고 뛰었다. 2016년까지 LG에서 19번을 사용하고 은퇴한 정현욱 현 삼성 라이온즈의 등번호를 이어받은 고우석은 7시즌 내내 19번을 달고 뛰며 KBO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성장했다.

2019 프리미어12 대회부터 태극마크를 단 고우석은 이후 국가대표에 뽑힐 때도 항상 19번을 고수했다. 지난해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는 토미 에드먼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사용하던 번호와 겹쳤지만, 에드먼이 양보하고 11번을 선택해 고우석은 19번을 그대로 지켰다.

 


LG 트윈스와 국가대표에서 모두 등번호 19번을 사용한 고우석 / 사진=뉴시스


이처럼 고우석은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후 줄곧 19번을 등번호로 사용했지만, 샌디에이고에서는 정들었던 번호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19번은 샌디에이고 구단의 영구결번이기 때문이다.

샌디에이고 19번의 주인공은 '미스터 파드리(Mr. Padre)'라는 별명으로 불린 레전드 토니 그윈의 등번호다. 1982년 샌디에이고에서 데뷔한 그윈은 2001년까지 20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뛰며 2,440경기 통산 타율 0.338, 3,141안타 135홈런 1,138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구단의 타격 부문 1위 기록은 대부분 그윈이 차지하고 있으며, 샌디에이고는 그윈이 뛰었던 1984년과 1998년 단 두 차례 월드시리즈 무대를 경험했다.

은퇴 후 그윈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고 등번호 19번은 샌디에이고 구단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됐으며, 홈 구장인 펫코 파크에는 그의 동상이 세워졌다. 2014년 침샘암으로 그윈이 세상을 떠난 뒤 2016년부터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내셔널리그 타격왕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을 '토니 그윈 내셔널리그 타격왕'으로 명명해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샌디에이고 영구결번 19번의 주인공 토니 그윈 /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구단의 영구결번인 19번을 달 수 없게 된 고우석의 새로운 등번호는 21번이다. 21번은 고우석이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롤모델로 언급했던 '돌부처' 오승환이 삼성 라이온즈에서 줄곧 사용하고 있는 등번호다.

고우석은 데뷔 초부터 비슷한 체격과 투구폼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운 투구 스타일 때문에 '리틀 오승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오승환 역시 예전부터 고우석이 자신의 뒤를 이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로 성장할 것이며, 고우석 정도의 구위면 충분히 해외진출의 길이 열릴 것이라고 종종 언급했다.

 


삼성 라이온즈 21번 오승환 / 사진=뉴시스


오승환의 예언대로 고우석은 해외진출의 꿈을 이뤘다. 고우석은 이제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오승환과 비슷한 길을 걷게 됐다. KBO리그 3년 차였던 2019년2019년 65경기 8승 2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52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발돋움한 고우석은 이후 LG의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하며 통산 7시즌을 뛰며 354경기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에서는 처음부터 마무리 보직을 맡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현지 매체들은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후보 1순위로 로베르토 수아레즈를 꼽았다. 수아레즈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일본프로야구(NPB)에서 활약하며 191경기 7승 13패 37홀드 68세이브 평균자책점 2.81을 기록했고, 특히 2021년에는 한신의 마무리로 활약하며 62경기 1승 1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16의 특급 성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한 수아레즈는 2022년 45경기 5승 1패 1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27로 샌디에이고의 셋업맨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지난해 부상과 이물질 적발로 인한 10경기 출장 정지 징계 등 악재를 맞은 수아레즈는 26경기 4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4.23으로 주춤했지만, 현 시점 샌디에이고의 가장 강력한 마무리 후보다.

 


로베르토 수아레즈 /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쓰이 유키 /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고우석보다 먼저 샌디에이고와 계약한 NPB 최고의 마무리 투수 마쓰이 유키도 마무리 경쟁자다. 마쓰이 NPB 통산 501경기 25승 46패 76홀드 236세이브 평균자책점 2.40의 성적을 기록했고, 2019년(38세이브)과 2022년(32세이브), 그리고 2023년(39세이브)까지 총 3번의 구원왕 타이틀을 획득했다.

고우석으로서는 NPB 구원왕 경력을 보유한 수아레즈, 마쓰이와 경쟁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감독의 신뢰를 얻는 과정을 거쳐야만 KBO리그 시절처럼 마무리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세인트루이스 시절 오승환 / 사진=뉴시스


고우석의 롤모델 오승환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NPB 한신 타이거즈에서 2년간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오승환은 34세 시즌을 맞는 2016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357세이브를 기록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오승환은 화려한 마무리 경력에도 불구하고 빅리그 데뷔 초반에는 주로 6회와 7회 등판했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던 오승환은 점차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기 시작했고, 7월부터는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 투수였던 트레버 로젠탈을 밀어내고 본격적으로 9회를 책임지기 시작했다. 데뷔 첫해 76경기 6승 3패 19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1.92의 특급 성적을 올린 오승환은 많은 나이와 경력에도 불구하고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6위에 오르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이후 오승환은 토론토와 콜로라도를 거치며 2019년까지 4시즌 통산 232경기 16승 13패 42세이브 45홀드 평균자책점 3.31의 성적을 남겼다. 늦은 나이에 진출한 메이저리그에서 작은 체구로도 강력한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한 오승환은 성공적인 커리어를 남기고 KBO리그로 복귀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입단한 고우석 /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캡처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에서 중간 계투로 시작해 마무리까지 차근차근 스텝을 밟고 올라갔던 것처럼 고우석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고우석은 이제 26세 시즌을 맞는, 선수로서는 여전히 성장 중이며 전성기를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 오승환과 다르다. 익숙한 등번호 대신 롤모델의 등번호를 달게 된 고우석이 오승환처럼 메이저리그에서 강력한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변화구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MLB.com 캡처, 게티이미지코리아, 뉴시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