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따고 대표 고사' 추신수의 저격, 상처입은 김현수 10번째 태극마크
2023.01.24 20:49:02

 



[OSEN=이선호 기자]2009년 제 2회 WBC대회에서 추신수(당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귀하신 몸이었다. 유일한 메이저리거로 참가했다. 대표팀의 해결사이자 중심타자로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훈련과 경기출전에 제약이 많았다. 소속 팀의 간섭이었다. 김인식 감독이 불쾌감을 표할 정도였다. 

하와이 전지훈련부터 삐긋했다.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클리블랜드는 대회 출전에 제동을 걸었다. 아예 대표팀을 떠나 팀에 복귀하라는 요구도 했다. 추신수의 출전여부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며 대표팀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추신수는 클리블랜드의 반대를 무릅쓰고 출전을 결정, 도쿄 1라운드에 참가했다. 

합동 훈련도 쉽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은 "훈련도 제약이 많았다. (클리블랜드 파견 트레이너가) 타격 몇 번만 하고 그만하라는 주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1라운드 3경기를 뛰었으나 일본과의 1라운드 1위 결정전을 앞두고 MLB측에서 출전불가를 통보했다. 화가 난 김인식 감독은 "나중에 얻게 될 (병역)혜택을 생각하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추신수의 WBC 참가는 뒷말이 많았다. 바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보장받았다는 것이다.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따면 병역혜택이 주어진다.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이어가는데 결정적인 지점이었다. 팔꿈치가 아픈데 대표팀에 합류한 이상한 그림이 나온 이유였다. 우여곡절을 딛고 추신수는 지명타자로 뛰며 결승전까지 한국팀을 이끌었다. 다르빗슈 류를 상대로 홈런도 터트렸다.

 



한국은 준우승의 우등성적을 올렸다. 추신수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듬해 10월 열린 아시안게임 태극마크를 달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대만, 홍콩, 파키스탄, 중국, 대만을 차례로 꺾었다. 슈퍼 드림팀 한국에게 대만은 적수가 되지 못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거의 수준 높은 타격을 시전했다. 14타수 8안타(.571) 3홈런 11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메이저리거 출전이 격이 맞지 않는다는 말도 나왔지만 무난하게 병역혜택을 받았다. 추신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달지 않았다. 2013년 3회 WBC 대회는 불참을 통보했다. 한국은 대만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추신수에게는 인생 최대의 기회, FA 자격을 얻는 해였다. 시즌을 마치고 텍사스와 6년 1억3000만 달러(당시 1380억원)의 대박을 터트렸다. 

메이저리그 특급타자로 활약했고 황혼기에 접어든 2021시즌을 앞두고 SSG 랜더스와 전격 계약을 맺고 KBO리그에 합류했다. 입단부터 엄청난 화제를 몰고왔다. 추신수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말 한미디에 잠실구장이 리모델링을 발표했다. 한국야구를 움직이는 빅마우스가 됐다. 드디어 2022시즌 소속팀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다.

시즌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간 추신수가 최근 텍사스 한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한국야구에 대해 작정하고 비판했다. WBC 대표팀 선발을 놓고 김광현 양현종 김현수 등 베테랑들을 뽑은 것을 지적했다.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젊은 선수들을 국제대회에 많이 출전시켜야 한다는 소신이었다. 

한발 더 나아가 키움 안우진이 학폭문제로 WBC 대표팀에서 탈락한 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은 (안우진을)용서하기 힘든 것 같다"는 발언도 했다. 안우진은 어린 시절 실수를 반성하고 징계까지 받았으니 WBC 정도는 출전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야구선배의 안타까움이 투영됐다. 

 



이번 WBC 대회는 한국야구의 미래와도 결부되어 있다. 3회와 4회 대회에서 한국은 잇따라 예선탈락했다. 도쿄 올림픽 동메댤도 실패했다. 최소한 8강 이상의 성적을 내야하는 지상과제를 안고 있는 대표팀 구성을 비판했다. 여전히 김광현과 양현종, 김현수의 경기력은 출중하다. 게다가 젊은 선수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병역특혜를 받고나서 대표팀을 외면했던 추신수가 거론할 대목은 아니다. 김현수는 10번째 태극마크를 달고 봉사하고 있다. 

학폭 문제도 야구선배의 입장으로만 접근했다. 어린 시절 당한 폭력의 경험은  평생의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다. 단순히 반성하고 처벌을 받았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추신수가 오래 살았던 미국 사회는 학폭이 있더라도 합의와 벌칙을 받으면 새로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한국은 다른 정서를 갖고 있다. 그는 "한국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 많다"고 말했다. 단순한 접근방식으로 고치려다보니 사달이 났다. 부디 한국적 상황을 이해하는 빅마우스가 되기를 바란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