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ML 수비 시프트 금지 및 투구시간 제한’, 한국야구는 언제 도입하나
2022.09.28 09:45:08

 



<사진>극단적인 수비 시프트를 펼치고 있는 한화 수베로 감독이 지난 24일 잠실 경기에서 LG 간판 좌타자 김현수의 공격을 봉쇄하기 위해 외야에 수비 5명을 포진시킨 장면이다.

-시즌 종료 후 도입여부 결정한다

-경기시간 단축과 야구 묘미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

[OSEN=박선양 기자]“시즌 종료 후 실행위원회 등에서 논의해볼 사안이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당장 내년 시즌부터 ‘수비 시프트 금지’와 ‘투구 시간 제한’ 등 새로운 룰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지난 9월 10일 밝혔다.

근년 들어 통계를 바탕으로 한 극단적인 수비 시프트가 등장하는 등 내야수의 운동 능력 발휘하는 전통적인 야구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수비 시프트 금지’조치와 함께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해 ‘투구 시간 제한’ 등 새로운 규정을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베이스 크기 확대와 견제 횟수 제한 등도 함께 적용키로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이 규정들을 2군 격인 마이너리그에서 먼저 적용하며 테스트를 거쳤다. 그리고 사측 6명, 선수측 4명, 심판 1명으로 구성된 경기위원회에서 선수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수결에 의해 규정 개정안을 가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 원조이자 세계최강인 미국야구 추세에 그동안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한국야구도 이 규정들의 도입을 검토해야할 시점으로 여겨진다. 한국프로야구에서도 근년들어 한화 수베로 감독 등 외국인 감독을 비롯해 사령탑들에 의해 잦은 수비 시프트가 실행되고 있는 형국이다. 어떤 경우에는 내야수를 외야로 내보내는 등 극단적인 시프트까지 등장할 정도이다.

타자들의 타격성향 및 타구방향 통계를 바탕으로 실시되는 수비 시프트가 전략적인 야구의 묘미를 팬들에게 선사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전통적인 야구 개념을 무너트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미국야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국제대회 등에 대비해 KBO를 비롯해 10개 구단들도 새규정의 도입을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와 관련 KBO 정금조 운영본부장은 “올 시즌 종료 후 이 규정들을 놓고 구단들과 논의해볼 계획”이라면서 “현재 우리 여건상 당장 1군부터 적용하기 보다는 미국처럼 2군 퓨처스리그에서 먼저 실행해보는 방안을 검토해볼만 하다”고 밝혔다. 내년 3월 열릴 예정인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는 이 규정들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또한 일본야구도 아직까지는 메이저리그의 이 규정들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국내프로야구 현장의 반응도 도입하자는 분위기이다. 수도권 구단의 한 단장은 "투구 시간 제한에 따른 경기 시간 단축으로 지루한 야구를 지양하고 수비 시프트 금지로 야구의 묘미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바람직한 규정"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이다. 물론 반대하는 의견도 있기에 앞으로 KBO리그 차원에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 지켜볼 일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내년부터 적용키로 한 새 규정은 ‘수비 시프트 금지’와 ‘투구 시간 제한’, 베이스 크기 확대 및 견제 횟수 제한 등이다.

‘수비 시프트 금지’는 투수가 투구판 위에 올라가 있을 때 내야수 4명 모두 흙으로 된 내야 부분에 있어야 하고 2루를 기준으로 양쪽에 2명씩 위치해야 한다. 이닝 도중 내야수끼리의 포지션 변경도 금지된다. 지금처럼 1-2루 사이에 3명 이상의 내야수를 배치하거나 외야에 수비 4명을 서게 하는 등 다양한 수비 시프트 전략을 볼 수 없게 됐다. 시프트 금지는 홈런에 의존한 단조로운 공격을 지양하고 내야수의 수비 능력을 극대화하며 야구의 묘미를 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경기시간 단축을 위한 ‘투구 시간 제한(피치 클락)’은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15초 안에, 주자가 있을 때는 20초 안에 투구 동작에 들어가야 한다. 경기 진행 속도를 높여 지루함을 없애며 경기 시간을 단축하려는 의도이다. 제한 시간 안에 투구 동작을 시작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볼이 선언되며 타자는 ‘피치 클락’이 8초가 남을 때까지 타격 준비 동작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동으로 스트라이크가 선언된다. 이 규정을 마이너리그에서 적용했을 때 경기시간이 평균 26분 단축됐다.

또한 투수가 타석당 견제 혹은 투구판에서 발을 빼는 횟수는 2번으로 제한된다. 견제와 발을 빼는 동작은 모두 '피치 클락'을 초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15인치 정사각형 형태의 베이스는 18인치로 확대된다. 견제 횟수 제한과 베이스 크기 확대로 내년 시즌부터 도루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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