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투아웃, 위기에 끊어진 유강남 미트…LG 살린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2022.08.13 17:09:20

 

[OSEN=조은정 기자] 승리를 거둔 LG 유강남이 류지현 감독과 기뻐하고 있다. 2022.07.09 /cej@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LG 포수 유강남(30)의 미트 끈이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끊어졌다. 진짜로 끈이 풀렸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다음 공이 승리를 결정짓는 1구가 됐다. 

LG는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6-5로 앞선 9회 2사 후 위기가 찾아왔다. 8회 2사 만루에 투입돼 김인환을 헛스윙 삼진 잡고 위기를 정리한 고우석은 9회 투아웃까지 잘 잡았다. 이어 장진혁도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삼자범퇴로 경기를 끝내는 듯했다. 

그러나 믿었던 유격수 오지환이 스텝을 제대로 밟지 않고 1루에 던진 것이 악송구가 됐다. 장신(186cm) 1루수 채은성이 점프를 했지만 미트에 닿지도 않을 만큼 높은 송구. 공이 뒤로 빠진 사이 장진혁은 2루 득점권까지 갔다. 

뜻밖의 상황에서 고우석은 다음 타자 최재훈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2사 1,2루로 상황이 급변하면서 끝내기 역전 주자까지 루상에 나갔다. 승리를 다 잡은 상황에서 실책과 볼넷으로 위기감이 고조됐다. 다음 타자로 이날 홈런과 2루타로 3타점을 올린 노수광이 들어서면서 LG 선수단이 느낄 압박이 어느 때보다 컸다. 

고우석은 초구 직구로 파울을 이끌어냈다. 2구째 낮은 볼에 이어 3구째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통과했다. 1B-2S 유리한 볼카운트. 그런데 이 순간 포수 유강남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포수 미트 끈을 가리키며 3루 덕아웃으로 향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미트 끈이 풀린 것이다. 

조인성 LG 배터리코치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눈 유강남은 다른 미트를 받아 홈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호흡을 가다듬은 고우석은 156km 하이 패스트볼을 뿌렸고, 노수광의 배트가 헛돌았다. 헛스윙 삼진으로 경기 종료. 유강남의 새 미트는 경기를 끝내는 마지막 공 하나만 받고 경기를 마쳤다. 

 

[OSEN=이석우 기자] LG 유강남이 승리 후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22.07.06 / foto0307@osen.co.kr



경기 후 고우석은 “(유)강남이형의 미트 줄이 투스트라이크에서 끊어졌다. 그래서 결정구를 생각할 시간이 생겼고, 선택을 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수와 타자 모두 공 하나에 집중하고 몰입한 상황. 유강남이 의도한 건지 아닌지 몰라도 미트 줄이 끊어지면서 고우석은 숨을 고르고 최후의 1구를 제대로 꽂았다. 

고우석이 위기를 극복하면서 LG도 살았다. 만약 동점이 되거나 역전 끝내기로 졌다면 실책을 범한 오지환부터 7회 쓰리번트로 아웃된 문성주, 3⅓이닝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된 선발 이민호, 7명의 투수를 소모한 불펜 등 LG가 받을 데미지가 상당했다. 하지만 승리로 이 모든 아쉬움을 덮었다. 

8회 2사 만루에 투입된 고우석은 4아웃 세이브로 1점 리드를 끝까지 지켰다. 그는 “이른 타이밍에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먼저 몸을 푼 것이 도움됐다. 코치님들이 시즌 끝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게 1이닝으로 끊어주시려 한다. 항상 감사하다”며 고마워했다.

[OSEN=이석우 기자]LG 고우석이 승리 후 포수 유강남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07.07 / foto0307@osen.co.kr/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