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후 갈고닦은 '언히터블' 커브, 단 1년 만에 '0점대 불펜' 인생 역전
2022.06.27 18:39:36

 

[OSEN=이대선 기자] 한화 윤산흠 /sunday@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커브볼은 야구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구종이다. 모든 변화구를 통틀어 가장 각이 크지만 구속이 느리다. 타이밍이 맞으면 언제든 장타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공 하나가 중요한 불펜투수들은 장타 위험이 있는 커브를 많이 던지지 않는다. 

한화 우완 윤산흠(23)은 그런 점에서 상당히 보기 드문 불펜투수. 올 시즌 직구(54.4%), 커브(44.9%) 투피치에 가까운 볼 배합으로 승부하고 있다. 검지를 구부려 잡는 너클 커브가 매우 위력적이다. 탑스핀이 강하게 걸려 회전수가 많고, 속도도 일반 커브보다 빠르다. 윤산흠의 커브 평균 구속은 128km로 리그 평균 커브 구속(120km)을 훨씬 웃돈다. 낙차도 좋은 편이라 아직 눈에 익숙하지 않은 타자들이 좀처럼 정타를 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4일 대전 삼성전에서 윤산흠은 1-0으로 앞선 6회 1사 1,3루 위기에서 등판했다. 거포 오재일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다음 타자 강민호를 127km 커브로 유격수 땅볼 유도, 6-4-3 병살타로 이닝을 끝내며 데뷔 첫 홀드를 따냈다. 한화의 10연패 탈출 경기에서 거둔 홀드라 짜릿함 두 배였다. 

그런 상황에서 윤산흠을 투입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선택도 꽤나 놀라웠다. 하지만 수베로 감독은 “내겐 쉬운 선택이었다. 윤산흠의 구질이 삼성 중심타자들을 막는 데 최적이라고 봤다. 첫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위력적인 커브볼로 병살을 유도했다”며 윤산흠의 커브를 언급했다. 

 

[OSEN=대구, 이대선 기자] 한화 윤산흠이 역투하고 있다. 2021.09.30 /sunday@osen.co.kr



26일 삼성전에서도 윤산흠의 커브가 통했다. 2-3으로 뒤진 6회 구원등판한 윤산흠은 첫 타자 호세 피렐라 상대로 낮은 커브에 이어 147km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 잡았다. 오재일에게 빗맞은 안타, 김재성에게 볼넷을 내줘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김태군을 커브로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병살로 끝냈다. 

이날까지 윤산흠은 올 시즌 9경기에서 10⅔이닝을 던지며 5피안타 8볼넷 15탈삼진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84를 기록 중이다. 볼넷이 많긴 하지만 커브를 결정구로 9이닝당 12.7개의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표본이 작아도 0점대 평균자책점이 인상적. 점차 중요한 상황에 나서며 한화 불펜 필승조로 떠올랐다. 

더 놀라운 건 윤산흠이 2년 전까지만 해도 커브를 전혀 던지지 않은 투수였다는 점이다. 지금은 야구부가 해체된 영선고 출신으로 드래프트 미지명 후 독립야구단 파주 챌린저스를 거쳐 2019년 두산 육성선수로 입단한 윤산흠은 2020년 시즌 후 방출됐다. 새로 창단한 독립야구단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여기서 우연치 않게 커브를 마주하게 된다. SK 출신 투수 전종훈과 캐치볼에서 시작됐다. 

 

[OSEN=대전,박준형 기자] 한화 윤산흠이 역투하고 있다. 2022.03.05 / soul1014@osen.co.kr



윤산흠은 “지난해 스코어본에서 야간 운동을 하며 캐치볼을 많이 했다. 같이 캐치볼을 하던 형(전종훈)이 커브를 신기하게 던지길래 알려달라고 해서 그립을 배웠다”며 “던지는 방법은 두산 2군에 있을 때 배영수 투수코치님이 슬라이더를 바깥으로 던지는 방법을 가르쳐주신 것이 있다. 그걸 응용해서 던지다 보니 커브가 좋아졌다. 스코어본에서 송진우 감독님께서 커브를 더 많이 활용하라고 하셨고, (실전에서) 많이 던지면서 연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산흠은 “스코어본에 가기 전까지는 커브를 아예 안 던졌다. 변화구는 슬라이더 위주였다”며 “커브를 던진 지 이제 1년 정도밖에 안 된다. 조금 더 완벽하게 마스터하고 싶은 마음에 커브를 많이 던지고 있다. 한화에 와서 박정진 퓨처스 투수코치님 지도로 커브의 각이 확연하게 좋아졌다. 커브를 던지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6월15일 한화와 육성선수 계약을 맺고 프로에 재입성한 윤산흠은 1년 만에 불펜 주축으로 떠올랐다. 방출 후 갈고닦은 커브가 인생을 바꿨다. 

[OSEN=창원, 조은정 기자]7회말 마운드에 오른 한화 윤산흠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2022.03.18 /c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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