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
6회초까지 1-6으로 뒤지고 있던 경기를 홀로 두 번의 스리런 포함 7타점을 올리며 연장 승부로 끌고 갔다. 마지막 타석에서는 안타를 못 쳤지만, 희생플라이 1타점으로 최소한의 몫은 했다. 하지만 홀로 8타점을 올린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를 기다린 것은 허무한 11-12 패배였다.
오타니는 2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 2022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경기에서 4타수 3안타(2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을 0.252에서 0.260으로 올랐다.
한 경기 8타점은 개인 커리어하이로 에인절스 구단 역사상에서도 2007년 개럿 앤더슨의 10타점 후 가장 많은 것이다. 'MVP 3회 수상자' 마이크 트라웃(31)도 한 경기 8타점은 못했다. 또한 일본 출신 메이저리그 선수 중 최고 기록이기도 했다. 종전 기록은 2006년 이구치 타다히토의 7타점이었다. 경기 전에는 반가운 소식도 들렸다. 현재 진행 중인 2022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투표에서 오타니가 약 55만 표로 지명타자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렇듯 한 경기 최다 타점에 팬 사랑까지 확인한 기쁜 날이었지만,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오타니는 웃지 못했다. "참 힘들다...."고 말문을 연 오타니는 "홈런 타석도 좋았지만, 두 번의 희생타를 친 타석에서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거기서 장타를 쳤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부분을 개선해야 된다"고 아쉬운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 말을 전한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오타니가 좌절감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사실 오타니가 자책할 경기는 전혀 아니었다. 한 경기 8타점과 두 번의 스리런, 그 중 하나는 9회말 동점 스리런이었다. 이런 활약을 한 선수를 탓하기는 어렵다.
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
가장 큰 문제는 5이닝도 책임지기 어려운 선발진, 1이닝 무실점도 버거운 불펜진 등 에인절스 마운드에 있다. 이날도 선발 리드 디트머스는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고 등판한 6명의 불펜 투수 중 무실점을 기록한 것은 딱 둘뿐이었다. 평균자책점 4.08(리그 17위)의 불펜진은 몇 점 차 리드에도 안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홀로 애를 써도 이기지 못하는 팀에 해맑던 오타니도 점차 지쳐가는 모습이다. 2018년 에인절스 입단 후 오타니의 기량은 나날이 발전해 지난해에는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 MVP까지 수상했다. 그러나 그의 입단 후 에인절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은 커녕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결국 지난해 말에는 오타니의 입에서 "에인절스를 정말 좋아하고 팬들을 사랑한다. 하지만 난 승리를 더 하고 싶다"는 폭탄 발언까지 나오게 만들었다.
오타니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매해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달성하는 모범생이었다. 그 중 메이저리그 진출, MVP 수상은 달성했고 월드시리즈 우승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은 선수 혼자 잘한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날처럼 8타점을 올려도 질 수 있는 것이 야구다.
오타니도 차츰 그 현실을 깨닫는 모양새다. MVP 두 명(오타니, 트라웃)에 '3200억' 타자(앤서니 렌던)가 있음에도 5할 승률(22일 기준 33승 38패)도 못 하는 팀. 이러면 아직 우승을 하고 싶은 오타니는 떠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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