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때 'G.G. 사토 트라우마' 있었다" 日 야구 뒤늦은 고백.txt
2022.06.20 07:50:48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일본 좌익수 G.G. 사토가 8회 말 고영민의 외야 타구를 놓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종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일본 대표팀. 대회 당시 13년 전 한국에게 당한 트라우마가 여전히 있었던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일본 석간 후지는 17일 도쿄 올림픽 일본 야구 대표팀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프로듀서와 인터뷰를 통해 대회 당시 팀 내부 분위기를 소개했다.

준결승에서 한국을 꺾은 일본은 결승에서 미국 대표팀에 2-0으로 승리, 감격의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올림픽에서 야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던 1992 바르셀로나 대회 이후 5차례나 준결승에 올라가고도 끝내 금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던 일본은 '5전6기' 끝에 정상에 올랐다.

매체에 따르면 대회 소집 단계에서 부상을 당했던 외야수 야나기타 유키(소프트뱅크)는 선수촌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당시 상황으로 인해 방에서 동영상만 봤다고 한다. 인터넷에 '올림픽'을 검색했을 때 그가 본 영상은 바로 G.G. 사토의 2008 베이징 올림픽 영상이었다.

2008년 대회 당시 사토는 그야말로 '일본의 역적, 한국의 영웅'이었다. 한국과 준결승 당시 좌익수로 출전했던 사토는 2-4로 뒤지던 8회 말 고영민의 타구를 잡았다가 떨어뜨리면서 추가점을 내줬다. 당시 MBC 해설위원이었던 허구연 KBO 총재가 "G.G. 사토 고마워요"라고 말한 장면은 아직도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에서 일본 좌익수 G.G. 사토가 8회 말 고영민의 외야 타구를 놓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이때 벌어진 점수를 끝내 따라잡지 못한 일본은 한국에 패배하며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이어 열린 미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사토는 평범한 플라이를 놓치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일본은 이 경기에서도 지면서 '노 메달' 굴욕을 겪었다.

매체는 "야나기타는 사토의 낙구 영상을 보며 기분이 우울해졌다고 한다"며 "일본 외야진에는 'G.G. 사토 트라우마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야수였던 스즈키 세이야(현 시카고 컵스)는 아예 코치에게 "내가 G.G.(사토)처럼 된다고 해도 용서해주세요"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 대회에서 야나기타는 타율 0.250에 장타는 하나뿐이었고, 스즈키는 아예 1할대 타율(0.167)에 그쳤다. 주축 외야수들이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다른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의 활약(타율 0.350) 속에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

한편 트라우마의 당사자였던 사토는 도쿄 올림픽 당시 오히려 한국 선수들을 위로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준결승전 당시 1루 베이스 커버에서 실수를 저지르며 결승점을 내준 고우석(LG)에게 "제발 비난을 멈췄으면 좋겠다. 단지 한국을 위해 열심히 한 결과이니까"라고 옹호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홈런을 맞은 오승환(삼성)을 향해서도 "훌륭한 투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