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은퇴했다고요?" 한국인 옛 동료 소식에 진한 아쉬움
2022.06.15 02:23:28

휴스턴 산하 마이너리그 시절 문찬종(왼쪽)과 브렛 필립스. /사진=문찬종 제공

 

[세인트피터스버그(미국 플로리다주)=이상희 통신원] "문찬종(31·키움 코치)이 벌써 은퇴했다고요? 정말이에요? 믿을 수가 없네요."

미국 메이저리그 탬파베이 외야수 브렛 필립스(28)는 "오 마이 갓(Oh my God)"을 연발하며 놀란 입을 쉬 닫지 못했다.

필립스는 최근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 트로피카나필드 클럽하우스에서 스타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던 중 빅리그 진출에 실패하고 고국으로 돌아간 옛 동료 문찬종이 한국에서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해했다.

문찬종과 필립스는 2014년부터 2015년 중반까지 휴스턴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함께 뛰었다. 둘은 2014년 마이너리그 싱글 A에서 시즌을 시작한 뒤 상위리그인 싱글 A 하이로 함께 콜업됐고, 그곳에서 우승도 하고 올스타로 선정되는 영예도 함께 누렸다.

하지만 두 선수의 인연은 필립스가 2015년 7월 팀 동료 조쉬 헤이더(28) 등과 함께 밀워키로 트레이드되면서 막을 내렸다. 이들 모두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문찬종은 2016년 마이너리그 최상위 레벨인 트리플 A 경력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필립스는 "마이너리그 싱글 A 하이 시절에 문찬종과 내가 팀에서 주력이 제일 좋았다"며 "그래서 우리 둘이 시즌 내내 누가 도루를 많이 하는지, 누가 3루타를 더 많이 치는지 내기도 했었다"며 잠시 옛 추억에 잠겼다.

필립스는 이어 "문찬종은 유격수는 물론 2루와 3루 수비도 잘 했다. 게다가 스위치 타자에 발도 빨랐다. 마이너리그 최고의 유망주들만 뛸 수 있다는 애리조나 가을리그(AFL)도 갔었다. 그래서 당연히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줄 알았는데 아쉽다. 이른 나이에 코치 생활을 시작했으니 지도자로는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2017년 밀워키에서 빅리그 무대를 밟은 필립스는 캔자스시티를 거쳐 2020년 시즌 도중 탬파베이로 이적했다. 빅리그 통산 성적은 316경기 타율 0.197(140안타), 27홈런 88타점. 지난해 119경기 13홈런 44타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고, 올 시즌엔 44경기 타율 0.168(119타수 20안타) 4홈런 10타점을 기록 중이다.


브렛 필립스(왼쪽)와 문찬종. /사진=문찬종 제공

 

귀국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문찬종은 2020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전체 57순위)에서 키움의 지명을 받았다. 한국에서 두 번째 기회를 모색하는 듯했으나 2년간 1군에서 총 13경기(15타수 2안타)만 뛴 뒤 지난해 12월부터 키움 코치(재활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문찬종은 13일(한국시간) 스타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필립스는 내가 마이너리그에서 뛸 때 만났던 수많은 팀 동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라며 "그는 야구도 잘했지만 성격이 정말 좋았다. 나는 좀 내성적인 성격이 있는데 그 친구는 말도 잘하고 성격도 좋고 함께 있는 사람들을 늘 유쾌하게 해주는 재주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찬종은 또 "미국을 떠난지 오래 됐지만 아직도 필립스와는 SNS 등을 통해 안부를 전한다.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뒤로는 한동안 바빠 연락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른 나이에 선수 생활을 마감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냐고 묻자 문찬종은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코치 생활을 시작한 만큼 현역에 대한 미련은 버리고 선수들에게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수들을 위한 좋은 코칭을 하기 위해 마이너리그 때 형성된 미국 내 인적 네트워크도 잘 활용하겠다"고 다짐했다.


키움 선수 시절 문찬종. /사진=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