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km 강습 타구 맞고 기절, 투혼의 65구…기립 박수 받고 마이너행
2022.06.13 20:52:52

 

[OSEN=샌디에이고(미국 캘리포니아주), 최규한 기자]5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 콜로라도 코너 조의 땅볼 타구에 맞은 샌디에이고 투수 레이스 크네르가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한 뒤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2022.06.12 / dreamer@osen.co.kr



[OSEN=샌디에이고(미국 캘리포니아주), 이상학 기자] 167km 강습 타구에 맞고도 내려가지 않았다. 잠시 기절할 정도로 충격이 컸지만 65구를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우완 투수 레이스 크네르(26)가 홈 관중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 

샌디에이고 산하 트리플A 엘파소 치와와스에서 시즌을 시작한 크네르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더블헤더를 앞두고 빅리그 콜업을 받았다. 투수 마이크 클레빈지, 애드리안 모레혼이 코로나19로 인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크네르가 또 다른 투수 레이 커와 함께 올라왔다. 

더블헤더 2차전에서 크네르에게 등판 기회가 왔다. 선발 맥켄지 고어가 2⅓이닝 6실점으로 조기 강판된 뒤 3회부터 불펜을 가동한 샌디에이고는 1-6으로 뒤진 5회부터 크네르를 마운드에 올렸다. 사실상 패전 처리였지만 올 시즌 메이저리그 첫 등판에 나선 크네르는 공 하나하나가 누구보다 간절했다. 

5회 가볍게 투아웃을 잡은 뒤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코너 조의 강습 타구에 피할 새도 없이 갈비뼈를 맞은 것이다. 타구 속도는 103.5마일(약 167km). 순간적으로 숨이 멎을 뻔한 통증이었지만 크네르는 자신의 옆에 떨어진 공을 잡고 1루 송구까지 마무리했다. 이후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골랐다. 

모두가 숨죽여 지켜본 순간. 크네르를 유니폼 먼지를 훌훌 털고 일어나 스스로 덕아웃을 내려갔다. 홈 관중들은 안도의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6회에도 올라온 크네르는 9회 2사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다. 팀이 계속 끌려다녀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불펜 소모를 막았다. 

 

[OSEN=샌디에이고(미국 캘리포니아주), 최규한 기자]5회초 2사 주자없는 상황 콜로라도 코너 조의 땅볼 타구에 맞은 샌디에이고 투수 레이스 크네르가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2022.06.12 / dreamer@osen.co.kr



4⅔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투구수는 65개였다. 사실상 선발처럼 던지며 더블헤더와 선발 조기 강판으로 지친 샌디에이고 불펜을 아껴줬다. 팀이 2-6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9회 2사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는 크네르를 향해 샌디에이고 홈 관중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경기 후 크네르는 5회 강습 타구에 맞는 순간을 떠올리며 “처음에는 약간 기절했다. 숨을 쉴 수 없었지만 그게 유일한 문제였다. 플레이를 마무리할 수 있어 좋았다”며 올 시즌 트리플A에서 부진에 대해 “정신적인 문제였다. 그동안 집중하지 말아야 할 것에 너무 집중했다. 너무 경쟁에 집중하다 보니 힘들었고, 기계적이었다. 이제는 즐기려 한다. 관중들이 있는 곳에서 어떻게 재미를 느끼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빅리그 데뷔한 크네르는 12경기(5선발)에서 29이닝을 던지며 1승2패 평균자책점 4.97 탈삼진 20개를 기록했다.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쏠쏠하게 던졌지만 올해 트리플A에선 12경기(10선발) 3승4패 평균자책점 7.84로 부진했다. 개막 두 달이 지나도록 빅리그 콜업을 받지 못하면서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갑자기 찾아온 기회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냉정한 세계. 13일 경기를 앞두고 크네르는 다시 트리플A 엘파소로 내려갔다. 전날 경기에서 많은 투구수로 인해 당분간 기용이 어려운 크네르를 내려보낸 샌디에이고는 새로운 불펜 자원으로 우완 카일 타일러를 트리플A에서 콜업했다. 

 

[OSEN=샌디에이고(미국 캘리포니아주), 최규한 기자]7회초 샌디에이고 투수 레이스 크네르가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2022.06.12 /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