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도플갱어' 한국계 투수, 잘 던지면 뭐하나…17번째 마이너 강등 '설움'
2022.06.12 18:11:19

 

[사진] 박찬호, 미치 화이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코리안 특급’ 박찬호(49) 닮은꼴로 유명한 LA 다저스의 한국계 우완 투수 미치 화이트(28)가 또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2020년부터 최근 3년 통틀어 17번째 마이너 강등으로 설움을 맛보고 있다. 

다저스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육아 휴가를 신청했던 마무리투수 크레이그 킴브렐을 로스터에 복귀시키면서 화이트를 마이너 옵션을 통해 트리플A팀 오클라호마시티로 내려보냈다. 시즌 첫 마이너 강등이다. 

데뷔 후 처음 개막 로스터에서 시즌을 시작한 화이트는 지난달 1일 코로나 이슈로 부상자 명단에 오르며 잠시 이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로스터에 복귀한 뒤 구원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선발로 등판했다. 

선발 4경기에서 승리는 없지만 평균자책점 3.31로 준수했다. 최근 2경기 연속 5이닝으로 선발 임무를 해냈다. 특히 8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선 5이닝 2피안타 1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 투구를 선보였다. 

시즌 전체 성적은 9경기 평균자책점 3.86. 25⅔이닝을 던지며 삼진 27개를 잡는 등 구위를 보여줬다. 롱릴리프부터 대체 선발까지, 팀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다저스 마운드 ‘마당쇠’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골반 관절 염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클레이튼 커쇼의 복귀가 임박함에 따라 화이트가 자리를 비우게 됐다. 팀으로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지만 2020년부터 쉴 새 없이 오르내렸던 화이트에겐 서러운 일이다. 

2019년 11월 다저스의 40인 로스터에 진입한 화이트는 첫 해 5번의 마이너 강등이 있었다. 이어 지난해 무려 11번이나 마이너로 내려갔다 올라오길 반복했다. 다저스는 마운드 상황에 따라 쓰임새 있는 화이트를 로스터에 수시로 넣었다 빼곤 했다. 40인 로스터에 포함됐지만 마이너리그 옵션이 모두 소진되지 않은 화이트의 신분 때문에 강등과 콜업을 밥먹듯이 했다. 

 

[사진] 미치 화이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이저리그 구단이 40인 로스터에 있는 선수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기 위해선 마이너 옵션을 써야 하는데 이는 총 3시즌 쓸 수 있다. 선수가 한 시즌 동안 마이너리그에 머문 기간이 20일 이상 되면 옵션을 한 번 쓴 것으로 간주된다. 3번 다 쓰면 구단 마음대로 마이너에 보낼 수 없다. 

지난해 화이트가 수없이 오르내리길 반복하면서 올해는 규정도 바뀌었다. 노사협약을 통해 마이너 옵션을 1년에 5차례만 마이너에 내려보낼 수 있게 변경했다. 이에 따라 화이트도 작년처럼 정신없는 이동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빅리그에 진득하게 붙어있기 현실이 아쉽다. 화이트가 못 던지는 건 아닌데 다저스 마운드가 너무 탄탄해 풀타임으로 로스터에 있기가 어렵다.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172일) 5년 이상 뛴 선수들은 마이너 옵션을 거부할 권리가 있지만 2020년 데뷔한 화이트는 아직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waw@osen.co.kr

[사진] 미치 화이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