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은 싫어" 투수 변신 2년 만에 필승조, ML 올스타 코치도 반한 선수.txt
2022.01.27 19:19:03

 

한화 주현상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메이저리그 올스타 2회에 빛나는 호세 로사도 한화 투수코치는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주현상(30)이 투수 전향 2년차라는 사실을 알고선 “투수 경력이 어느 정도 되는 줄 알았다”며 깜짝 놀랐다. 주현상의 부드러운 투구폼과 안정된 커맨드, 회전력 좋은 패스트볼을 주목했다. 

지난 2015년 내야수로 한화에 입단한 주현상은 첫 해 빼어난 수비력으로 주목받았다. 팀이 급할 때는 포수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방망이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2019년 군제대를 하고 난 뒤 팀에 복귀했을 때 젊은 내야수들이 성장하면서 1군에 비집고 들어갈 자리도 마땅치 않았다. 당시 정민태 투수코치와 채종국 수비코치가 “투수를 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고교 시절 투수를 겸하며 최고 구속 147km까지 찍을 만큼 공을 던지는 데 재주가 있었다. 2020년 첫 해 2군에서 준비 기간을 거쳤고, 지난해 1군에 올라왔다. 43경기에서 50⅓이닝을 던지며 2승2패4홀드 평균자책점 3.58로 수준급 성적을 냈다. 후반기 평균자책점 2.95로 갈수록 좋았다. 추격조로 시작해서 필승조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투수 전향 2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주현상은 “나름 만족할 만한 성적을 냈다. 데뷔 첫 승리와 홀드도 기록하고, 끝내기도 두 번 허용했다. 여러 경험을 하면서 이제는 투수가 된 것 같다”며 “1군 데뷔전(4월7일 문학 SSG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추신수 선배님이 1군에서 상대한 첫 타자였다. (앞선 투수) 문동욱 형이 다치는 바람에 갑자기 등판하면서 몸을 빨리 풀고 나가느라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추신수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투수 커리어를 시작한 주현상은 체인지업 효과를 톡톡히 봤다. 원래 직구-슬라이더 투피치였지만 로사도 코치가 알려준 그립으로 던진 체인지업이 좌타자 상대로 통했다. 지난해 좌타자 피안타율이 1할대(.157)에 불과했다. 그는 “코치님께서 알려준 그립이 잘 맞았다. 체인지업이 좋은 (정)우람이형에게도 많이 물어보고 배우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체인지업이 생기면서 이제는 좌타자 상대로 더 자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주현상 /OSEN DB



회전력이 좋은 직구도 주현상의 강점이다. 직구 평균 구속이 142.5km로 리그 평균인데 회전수가 2367rpm으로 리그 상위권에 속한다. 주현상은 “투수를 하기 전부터 송구할 때 손목 스냅으로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다. 야수 시절 경험이 투구에도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수베로 감독님도 ‘타자를 해봤으니 직구가 가장 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느냐. 과감하게 던져라’는 주문을 하셨다”고 이야기했다. 

살짝 떠오르는 무브먼트로 하이 패스트볼도 적극 구사하는 주현상은 올해 스트라이크존 위아래 확대 효과도 기대한다. 그는 “코치님들이 제 공은 낮은 쪽보다 높은 쪽에 위력이 있다고 하셨다. 항상 포수 마스크 위치로 던지려 했다. 뜬공 유도도 되고, 스윙과 파울이 많이 나면서 효과를 봤다”며 “존 확대로 하이 패스트볼을 많이 써도 될 것 같아 좋다”고 기대했다. 

올해는 투수로 1군에서 맞이하는 두 번째 시즌이다. 주현상은 “투수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올해도 잘해야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1년 반짝하면 안 된다. 야수를 할 때도 첫 해만 반짝했다. 투수로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준비 잘하고 있다. 비시즌 필라테스로 몸의 유연성과 가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야구 아카데미) 드라이브라인에서 쓰는 웨이트볼도 따로 사서 로사도 코치님이 주문하신 프로그램을 계속 하고 있다. 부상 위험도 줄이고, 팔도 금방 풀려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투수로 자리잡았지만 아직 풀지 못한 마음의 짐도 있다. 지난해 여름에 터진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으로 징계를 받고 자숙의 시간을 가졌던 것이 마음에 걸린다. 주현상은 “안 좋은 소식을 들려 팬 분들께 정말 죄송했다. 야구장에 나올 때 고개를 들기 어려울 만큼 마음이 불편했다”며 “올해는 절대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 풀타임으로 팀이 보다 많은 경기에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waw@osen.co.kr

한화 주현상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