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퇴색"vs"스토리 풍부" 6개팀 PS 진출에 대한 현장 반응.txt
2022.01.27 09:31:29

 

두산과 LG의 2021년 KBO리그 준플레이오프가 열린 잠실야구장.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 없음./사진=뉴시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25일 2022년 제1차 이사회를 열어 KBO리그 출범 4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개했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포스트시즌(PS) 참가 팀의 확대다. 정규시즌 개막을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이르면 2022시즌부터 적용을 준비하기로 했다'는 문구에 많은 야구 팬들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KBO 관계자는 발표 직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아직 인큐베이팅 단계(아이디어만 나온 상황)라 명확하게 말할 단계는 아니다. 여러 가지 안을 논의 중이고 개선점을 찾아보자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현행 KBO리그 포스트시즌 제도는 10개 팀 중 정규시즌 성적 상위 5개 팀이 진출한다. 2015년 변경돼 현재까지 유지 중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추가로 정규시즌 4위 팀이 1승 어드밴티지를 안고 5위 팀과 맞붙는다.

야구계에서는 포스트시즌 참가 팀을 확대한다면 기존보다 한 팀 더 늘린 6개 팀을 예상하고 있다. 10개 팀 중 절반 이상이 가을야구를 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프로농구(KBL) 역시 10개 팀 중 상위 6개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KBL 6강 플레이오프'는 1997년 리그가 시작된 후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기본 틀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다.

KBL 6강 플레이오프를 염두에 두고 있냐는 물음에 KBO 관계자는 "그 방법도 있다"고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확대해도 여섯 팀인데 그렇다고 꼭 확대라는 프레임에만 갇혀 있겠다는 말은 아니다"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뒀다.

 

KT 강백호(왼쪽 두 번째)가 2021년 10월 31일 삼성과 정규시즌 1위 결정전 승리로 창단 첫 우승을 확정한 직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없음. /사진=뉴스1

 

현장의 생각은 어떨까. '포스트시즌 진출팀이 기존 5개 팀에서 6개 팀으로 확대된다'고 가정해 의견을 물었다.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A구단 단장은 "여섯 팀이나 올라가면 정규시즌에서 치열하게 싸울 일이 뭐가 있겠나. 그렇게 되면 포스트시즌의 의미도 없어진다"고 반대했다.

만약 6개 팀이 참여한다 해도 기존의 계단식 토너먼트 시스템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A구단 단장은 "(기존 시스템에서) 5위 팀도 위로 치고 올라가기 힘들 텐데 6위 팀은 더 힘들 것이다. 1위 팀 역시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 장점이 없다. 무엇보다 야구의 재미가 없어진다. 5위까지 진출하는 지금 제도는 괜찮은 것 같다"면서 "아마 6개 팀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구단 감독 역시 "포스트시즌에 6개 팀이나 올라오면 정규시즌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지금 시스템(5개 팀)도 괜찮은데 6개 팀이 올라온다면 양쪽에서 올라오는 방식이 아닐까"라고 양대 리그 시절을 떠올렸다.

KBO는 1999년과 2000년 8개 팀을 4개 팀씩 드림리그와 매직리그로 묶어 리그별 2, 3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도록 했다. 양대 리그를 경험했다는 B구단 감독은 "그때도 그렇게까지 흥미로운 제도는 아니었다. 당시(8개 팀)나 지금이나 KBO리그 팀이 많으면 상관이 없는데 10개 팀으로는 글쎄.... 5개 팀 넘게 진출하는 것은 어색하고 안 어울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키움 이정후가 두산과 2021년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결승타를 친 뒤 포효하고 있다. 기사의 특정 내용과 상관 없음./사진=뉴시스

 

흥행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선도 있었다. C구단 관계자는 "(포스트시즌을) 확대하면 좋은 점도 있다. 구단 입장에선 입장 수익이 1경기라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D구단 관계자는 "(포스트시즌 참여 팀이) 6개 팀으로 늘어난다면 업셋(하위 팀이 상위 팀에 승리) 변수도 늘어난다. 스토리 면에서도 풍부해질 수 있다"면서 "현행 제도는 너무 늘어지는 경향이 있다. 결과도 다소 뻔해서 팀이 아닌 팬들 입장에서는 재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 확대로 정규시즌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D구단 관계자는 "포스트시즌 제도가 운영되는 이상, 비중을 논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어떻게 하든) 포스트시즌 결과 위주로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이처럼 포스트시즌 진출 팀 확대는 의견 수렴 과정부터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다. KBO는 몇 차례 실행위원회 등을 통해 2022시즌 개막 전까지 계속해서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KBO 관계자는 "메이저리그도 와일드카드 제도를 확대할 때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예를 들면서 "(논의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논의는 '어떻게 하면 팬들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