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감독님 눈이 정확” 17승 에이스, 올해도 불펜? 선발 복귀?
2022.01.23 10:53:43

두산 이영하 / OSEN DB


[OSEN=이후광 기자] 두산 17승 에이스 이영하의 올해 보직은 선발일까 불펜일까. 지난해 가을 불펜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한 그는 어느 보직이든 이제 완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영하는 최근 전화인터뷰에서 “시작이 힘들었지만 점점 좋아지는 걸 느꼈다. 이전에 사소하게 생각했던 요소들이 크게 다가온 한해였다. 많은 걸 배웠다”며 “좋아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받아들인 변화가 이제 머릿속에 정립이 됐다”고 2021년을 되돌아봤다.

실제로 이영하는 지난해 스프링캠프 도중 학교폭력 미투 사태에 연루되며 제대로 시즌을 준비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는 전반기 8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8.33의 난조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2019시즌 영광의 17승은 대중들의 기억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영하는 “1년 반 정도 고생을 하며 굉장히 우울했다”며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야구인데 그 야구가 안 풀리다 보니 심적으로 부담이 크고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런 이영하가 후반기 마침내 17승 에이스의 면모를 되찾았다. 보직은 선발이 아닌 구원이었지만 9월과 10월 평균자책점 1점대의 완벽투로 뒷문을 든든히 지킨 뒤 포스트시즌에서 홍건희와 함께 KBO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가을 필승조로 우뚝 섰다.

부진 탈출의 계기는 9월 12일 LG와의 더블헤더 하루 2승이었다. 그는 “그날부터 걱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마인드 컨트롤이 수월해졌고 즐기는 마음이 생겼다”며 “코치님들이 ‘너무 잘하려고 부담 갖지 말라’고 말씀해 주신 부분도 큰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포스트시즌에서 13⅔이닝 동안 240구를 던진 이영하. 힘들진 않았을까. 그는 “밑에서부터 한 계단씩 올라가면서 힘들었지만 끝까지 해내려 했다”며 “내 몸보다 팀을 더 생각했다. (홍)건희 형과 함께 가을야구에서 큰 역할을 맡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니다. 감독님이 우리 둘이 무너지면 끝이라고 말씀하신 기사도 봤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 마지막 두 달이 정말 행복했다. 17승을 할 때보다 더 좋았다”고 흐뭇해했다.


두산 이영하 / OSEN DB


투혼을 발휘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에는 동료들의 진심 어린 걱정도 있었다. 이영하는 “형들이 ‘힘들지 않냐. 어디 아프거나 힘들면 굳이 더 안 해도 된다’고 걱정해줬다”며 “또 반대로 ‘너무 잘하고 있으니 아프지 말자’는 말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물론 쉴 수도 있었지만 형들이 더 던질 수 있는 힘이 돼 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제 다가오는 2022시즌 이영하의 보직에 관심이 쏠린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후반기 내내 이영하를 보며 “내년 시즌부터 다시 선발을 해줘야 할 선수다. 결국 선발로 성장해야 한다”는 플랜을 밝힌 터.

이영하는 “이제는 시키는 건 무엇이든 할 것이다. 과거에는 내가 어떤 보직을 먼저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많이 힘들었다”며 “나보다는 감독님의 눈이 더 정확하다. 내게 맞는 자리를 찾아서 시켜주시면 내 자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전했다.

선발과 불펜의 차이는 크게 없다. 지난해 자신감을 되찾은 만큼 이제는 어느 보직이든 17승 에이스다운 투구를 선보일 수 있다. 이영하는 “작년에 불펜으로 나섰지만 선발로 나섰을 때와 비슷했다. 난 막으려고만 했다”며 “대신 불펜 경험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던져야할지를 알게 됐다.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벌써 프로 입단 7년차를 맞이하는 이영하. 2022시즌은 성적과 함께 제법 많아진 후배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싶다. “내게 이것저것 묻는 동생들이 생겼다”고 신기해 한 그는 “힘든 일이 있을 때 편하게 맥주 한잔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 형들이 내게 그런 존재였다. 선후배 관계보다 형, 동생 같은 사이로 조언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