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안타' 31번 후계자, 상무 입대? 1군 재도전?...60일 카운트다운 임박
2022.01.19 11:02:43

 

 

롯데 나승엽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최연소, 최소경기 2000안타를 때려내고 떠난 선배의 등번호를 물려 받았다. 부담이 될법한 등번호의 후계자를 스스로 자처했다.

롯데 자이언츠 나승엽(20)은 NC로 떠난 막역한 선배인 손아섭의 뒤를 잇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신인으로 곧장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나승엽의 훈련 파트너는 손아섭이었다. 같은 우투좌타로 닮은꼴이 많았던 나승엽은 손아섭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고 손아섭 역시 나승엽을 아끼면서 노하우를 전수했다. 그렇게 1년의 시즌을 보내고 둘도 없는 선후배 사이가 됐다.

하지만 손아섭이 FA 자격을 얻어서 NC로 이적하면서 더 이상 함께할 수 없게 됐다. 대신 나승엽은 떠난 손아섭의 등번호를 물려받는 형식으로 함께하는 것을 택했다. 후계자를 자처하면서 손아섭의 발자취를 따라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나승엽은 31번을 택하면서 “작년에 달았던 51번도 좋지만, 31번은 롯데에서 상징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라며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배(손아섭)의 번호를 이어받은 만큼 그에 걸맞는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나승엽이 올해 31번을 달고 계속 1군에 머물며 손아섭 후계자의 모습을 보여줄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나승엽 입장에서는 올 시즌은 물론 향후 커리어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군 문제 해결 여부다.

일단 나승엽은 지난해 12월, 2022년 상무 야구단 최종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롯데에서는 신인 동기인 포수 손성빈만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나승엽은 상무 1차 합격자 발표 직후 “1군에서 뛰어보니 ‘아직 내가 뛸 실력은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1군에서 주전도 아니니까 상무에 입대한 뒤 1년 반 동안 많이 배우고 경험도 쌓으면서 몸도 많이 키우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나승엽은 재능을 인정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60경기 타율 2할4리(113타수 23안타) 2홈런 10타점 OPS .563의 기록을 남기는데 그쳤다.

군대 프로세스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려는 구단의 입장에서는 웬만하면 나승엽의 군 입대도 빠르게 추진하는 입장이다. 오는 4월에 예정된 상무 추가 모집에 다시 한 번 지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

그런데 만약 나승엽이 스프링캠프 및 연습경기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준다면 얘기는 또 달라질 수 있다. 신인 시즌과 달리 재능을 마음껏 펼친다면 1군 재도전 기회를 줄 수밖에 없다.

또한 주전급 선수들의 부상 등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나올 수 있다. 딕슨 마차도의 이탈 등으로 내야진 뎁스 자체가 그리 두텁지 않다. 3루와 1루가 모두 가능한 나승엽의 존재감이 예상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상의 존재인 손아섭의 31번을 이어 받게 된 첫 시즌인만큼 나승엽의 동기부여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 동기부여 요소가 생긴만큼 나승엽의 2년차 시즌이 어떻게 흘러갈지 지켜봐야 한다.

물론 구단 입장에서도 고심을 해야 한다. 계획했던 선수들의 군 입대 시점이 달라질 경우 구단도 나름 대비를 해야 한다. 특히 나승엽과 같은 포지션이자 현재 팀 내야진 주축 한동희의 군 문제도 함께 걸려 있는 문제다. 만약 한동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간단하게 해결되지만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다면 난감해진다. 한동희와 나승엽의 군 입대 시기를 조율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의 의사다. 스프링캠프부터 약 60일 가량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 동안 나승엽은 군 입대의 선택을 고수할지, 아니면 다시 1군 재도전 기회를 잡을지 결정을 해야 한다. /jhrae@osen.co.kr

 

나승엽과 손아섭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