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볼넷 6.3개→8.2개 급증’ S존 확대, 투수 천국-타자 악몽으로 바뀔까?
2022.01.18 20:46:43

 

KBO 심판들이 고척돔에서 스트라이크존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OSEN DB



[OSEN=길준영 기자] KBO가 점점 늘어나는 볼넷을 줄이고 야구의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스트라이크 존 개편을 단행한다.

KBO리그는 최근 점점 볼넷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0년대 초중반에는 경기당 7개 전후의 볼넷이 나왔다. 그런데 2017년 경기당 6.28개로 줄어든 이후 2018년 6.42개, 2019년 6.60개, 2020년 7.38개로 점점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8.18개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5년 만에 6.3개에서 8.2개로 약 2개나 늘어났다. 타석당 볼넷 비율 역시 10.51%로 2012년(10.73%) 이후 가장 높았다.

볼넷을 중요한 지표로 생각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타자들은 물론 팬들도 볼넷을 골라내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근에는 홍창기(LG), 정은원(한화)처럼 볼넷을 많이 골라내면서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는 타자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볼넷은 너무 많이 나올 경우 경기를 다소 루즈하게 만들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타구가 인플레이가 되어야 타자와 야수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나올 수 있는 야구의 특성상 너무 많은 볼넷은 야구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정지택 총재가 신년사에서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언급하며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KBO는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국제규격의 스트라이크 존과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정상화하기로 결정했다. 메이저리그에 비해 판정이 타이트한 스트라이크 존 상단을 현행보다 공 하나 높이기로 한 것이다.

허운 심판위원장은 “스트라이크 존이 볼넷이 늘어난 결정적인 이유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 투수들의 제구력이 떨어지기도 했고 좋은 투수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수 많은 요인이 합쳐진 결과”라면서도 “스트라이크 존이 점점 좁아지면서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투수는 기본적으로 스트라이크 3개를 던져서 타자를 잡아야한다. 그런데 스트라이크 하나가 볼 판정을 받아 스트라이크 4개를 던져야 한다면 투수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하게 된다”라며 스트라이크 존 확대가 볼넷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로 인해 타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또한 스트라이크 존의 일관성보다는 정확도를 중요시하도록 고과기준이 변경돼 혼란이 더 가중될 가능성이 커졌다. 같은 경기에서도 같은 코스의 공에 대해 다른 판정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판진은 스프링캠프 기간 구단과 선수들에 설명을 하고 시범경기를 통해 미리 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계획이다.

허운 위원장은 “스트라이크 존이 공 하나 높아지면 볼넷이 조금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모든 투수가 다 혜택을 누리거나 타자가 크게 불리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투수들은 숨통이 트이겠지만 어차피 높아지는 스트라이크 존을 마음대로 활용할 정도로 제구력이 빼어난 투수는 많지 않다. 시즌 초반에 혼란은 불가피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도 되지만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 스트라이크 존 정상화는 꼭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 KBO리그가 올 시즌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