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제도] "KBO도 '뭔가 잘못됐다' 느낄 것" 연봉 깎인 FA, 예고된 불행.txt
2022.01.18 16:57:11

강동연./사진=NC다이노스

 

NC 다이노스 투수 강동연(30)이 퓨처스리그 FA(프리에이전트) 1호 계약자가 됐다. 그런데 개운하지가 않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섰건만, 오히려 연봉이 깎였다. 상처뿐인 FA였다.

NC는 지난 14일 "2022 퓨처스리그 FA 강동연이 연봉 4200만원에 계약하며 팀에 남는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연봉이 4400만원이었으니 결과적으로 200만원이 삭감된 연봉 협상을 끝낸 셈이다.
만만찮은 자격 요건과 이적 보상금지난해 10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퓨처스리그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구단들에는 전력 보강 기회를 넓힌다는 명분 아래 2차 드래프트 제도를 폐지하고 퓨처스리그 FA 제도를 신설했다.

발표 직후 자격 요건이 까다롭다는 이유로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이 많았다. KBO는 취득 대상을 KBO 리그 등록일이 60일 이하인 시즌(부상자 명단, 경조휴가 사용에 따른 등록 일수 제외)이 통산 7시즌 이상인 소속, 육성, 군보류, 육성군보류 선수로 제한했다. 지난해 11월 22일 KBO가 공시한 퓨처스리그 FA 자격 충족 선수는 14명에 불과했고 권한을 신청한 선수는 강동연, 국해성(33·전 두산), 전유수(36·전 KT) 셋뿐이었다.

하지만 더 큰 걸림돌은 타 구단 이적 조건이다. KBO는 "각 구단은 타 구단 소속 퓨처스리그 FA를 3명까지 계약할 수 있으며 FA 획득 구단은 계약하는 선수의 직전 시즌 연봉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금으로 선수의 원소속구단에 지급해야 한다"고 정했다.

보통 퓨처스리그 FA 요건에 해당하는 선수들의 연봉이 1억원 이하라는 점에서 그리 부담되지 않는 보상 규모로도 보였다. 기존 2차 드래프트의 선수 보상금(1라운드 3억원, 2라운드 2억원, 3라운드 1억원)과 비교하면 더욱 그랬다.

그러나 앞선 까다로운 자격 요건과 함께 생각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퓨처스리그 FA 요건을 갖춘 선수는 정말 탄탄한 선수층을 가진 팀 소속이 아닌 이상, 1군에서 당장 활용되기 어려운 기량을 지녔을 확률이 크다.

냉정히 말해 그런 타 구단 선수에게 연봉의 약 2배(원 소속팀에 지급할 보상금+선수 연봉)를 지불하고 데려올 구단은 많지 않다. 퓨처스리그 FA 승인 선수 명단이 공시된 지난해 11월 27일 이후 한 달이 훌쩍 지난 뒤에야 첫 계약자가 나온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국해성(왼쪽)과 전유수./사진=OSEN

 

선수협 "우리와 얘기했어야 한다"역대 1호 퓨처스리그 FA 계약자가 된 강동연도 결국 타 구단 이적은커녕 연봉이 깎인 채 원소속팀에 잔류했다. 야구계 관계자 A는 14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NC가 퓨처스리그 FA 선수가 아닌 보류선수 계약 느낌으로 접근한 것 같다. 어느 팀이든 뎁스를 채울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강동연은 지난해 단 35일간만 1군에 머물며 12경기에서 23이닝 3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7.83에 그쳤다.

KBO는 '퓨처스리그 FA 선수의 연봉은 직전 시즌 연봉의 100%를 초과할 수 없으며, 계약금은 지급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는 구단의 부담을 덜어준 반면 선수들에게는 퓨처스리그 FA를 신청할 의욕이 떨어지게 했다. 선수 입장에서는 보상금 탓에 맘껏 자신을 어필할 수도 없는데 연봉도 원하는 만큼 받을 수 없다. 차라리 방출 선수가 아무런 제약 없이 운신이 자유롭다는 씁쓸한 평가가 나올 정도다.

어찌 보면 예고된 불행이었다. 충분한 대화와 논의 없이 시행된 제도가 잘 굴러갈 리는 없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양의지(35·NC)는 지난달 1일 한 시상식장에서 "퓨처스 FA를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왜 그렇게 했나 싶다. 차라리 2차 드래프트가 더 효율적이라 본다. 우리와 이야기를 했어야 한다. 미흡했지만, 일단 해보고 바꾸자는 스탠스였다. (선수들에게) 보장된 것도 없고 방출과 똑같다. 나한테 전화 와서 힘들다고 하더라"며 아쉬워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KBO와 구단은 그저 '시행착오'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1년, 1년이 중요한 선수들에게는 선수 생명이 걸린 생존의 문제다. 득실을 떠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기본 취지조차 살리지 못한 제도는 허울일 뿐이다.

관계자 A는 "당장 분위기만 봐서는 유명무실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옳다 그르다 답을 내리기에는 이른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쯤 되면 KBO도 뭔가 잘못됐다고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KBO와 구단의 욕심대로 시작했지만, 차츰 선수를 위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