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처음 본 야구 친구, GG 동반 수상까지 "만나면 야구 이야기만"
2022.01.18 08:55:14

2021 KBO 골든글러브 수상자 강백호-정은원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지난해 10월 24일 수원 키움-KT전. 강백호(23·KT)는 4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팀 승리를 이끈 뒤 정은원(22·한화)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정은원에게 방망이를 받은 사실을 공개한 강백호는 “평소 야구에 관해 많은 의견을 나누는 사이”라며 특별한 관계임을 알렸다. 

2018년 프로 입단 동기인 두 선수는 학창 시절 같은 학교를 다니거나 같은 팀이 된 적은 없지만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였다. 표현하자면 ‘야구 친구’. 정은원은 “백호랑 사적으로는 별로 안 친하다”며 웃은 뒤 “평소 야구 이야기를 많이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같은 인천 지역이다 보니 연습경기 때 자주 봤다”고 떠올렸다. 

정은원은 인천에서 태어나 고교 때까지 쭉 있었고, 강백호는 초등학교 때 인천 지역으로 전학을 와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지냈다. 정은원은 “백호는 초등학교 때부터 워낙 잘했던 친구였지만 전 조그맣고 잔잔한 선수였다. 그래서 백호가 ‘조그만 게 이제 다 컸네’라고 말하곤 한다”고 이야기했다. 

어릴 때부터 야구 천재로 두각을 드러낸 강백호는 2018년 신인왕을 따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2020~2021년 2년 연속 1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톱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같은 해 1군 데뷔한 정은원도 2년차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지난해 1번타자 역대 최다 105볼넷을 골라내며 2루수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야구 친구 둘이 나란히 골든글러브 시상대에 올랐다. 

같은 팀은 아니지만 야구에 진심인 두 선수는 KT-한화전 때마다 만나 야구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타격과 관련해 심도 있는 대화를 하는 모습이 구단 방송에 포착되기도 했다. 정은원은 “백호랑 만나면 다른 말은 안 하고 야구 이야기만 한다. 저와 야구에 대한 마음가짐이 잘 통한다”며 “백호는 야구를 대하는 태도, 멘탈, 마인드가 진짜 멋있다. 보고 배울 것이 많은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정은원-강백호 /OSEN DB


강백호는 시즌 중 정은원을 찾아 방망이를 한두 자루씩 받곤 한다. 그런데 정은원은 강백호에게 방망이를 일절 받지 않는다. “백호 방망이는 무거워서 제가 못 쓴다. 무게 10g 차이만 나도 확 느껴진다. 백호는 타격감이 안 좋을 때마다 가벼운 방망이를 찾는다”고 말한 정은원은 “백호가 뭐 해주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없다”며 웃었다. 

강백호의 첫 우승 턱을 기다리는 정은원은 올해 한화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2년 연속 10위로 암흑기가 이어지고 있는 한화에서 정은원은 꿈과 희망 같은 존재. 

그는 “구단이 생각하는 방향이 있고, 선수들이 헤쳐나가야 할 과정이 있다. 그 과정을 거쳐 잘 다지고 올라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목표를 향해 후회없는 선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팬 분들께는 항상 죄송한 마음뿐이다. 조금만 더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우리 팀에도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

 

한화 정은원이 KT 강백호를 태그 아웃시키고 있다.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