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KT, '해외파 1순위 지명' 두 명과 딱 3년씩만 동행
2022.01.15 16:21:04

 

이대은(왼쪽)과 KT 시절의 남태혁./사진=뉴시스

 

KT 위즈는 해외 유턴파 전체 1순위와는 인연이 없는 듯하다. 남태혁(31)에 이어 이대은(33)까지 허무하고 짧은 동행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대은은 13일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이대은은 "KBO에서 시작한 첫 시즌 이후 지금까지 부상으로 팬들과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개인적으로는 팀 우승에 보탬이 되지 못해 죄송했다"면서 "앞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구단과 상의 끝에 야구 선수 인생을 마감하기로 했다. 또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4년 전인 2018년 KBO리그의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이대은을 비롯한 해외 유턴파 선수들의 거취였다. 당시 이대은과 이학주(32·삼성)가 최대어로 꼽혔다. 이대은은 신일고 졸업 후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으나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돌아왔다. 이후 2015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3년간 활약한 이대은은 경찰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2019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했다. 2017년을 10위로 마친 KT의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KBO리그에 발을 디뎠다.

토종 에이스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2019년 첫 해 부상과 부진으로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나름 마무리로 정착했다. 44경기 4승2패 17세이브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했다. 2020시즌에는 풀타임 마무리로 자리를 잡는 듯했으나 또다시 흔들렸다.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고, 결국 데뷔 첫 해보다 절반 가량밖에 뛰지 못했다. 20경기 4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83에 그쳤다.

시즌을 마친 뒤에는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이대은은 재활을 거쳐 지난해 6월 1군에 돌아왔다. 구속과 구위를 회복했고, 그 결과 31경기 3승2패 1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48로 활약하며 팀의 창단 첫 우승에 기여했다.

지난 12월에는 결혼을 하면서 더욱 안정된 활약이 기대됐으나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33세로 한창 공을 뿌릴 나이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유니폼을 벗는 일이었다. 선수의 의지가 확고해 KT도 막을 수 없었다. 이렇게 3년간의 짧은 동행은 끝이 났다.

이에 앞서 KT는 또 한 명의 해외파와 이별한 적이 있다. 바로 남태혁이다. 그는 제물포고 졸업 후 LA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에 도전했다. 비록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온 남태혁은 2016 KBO 신인드래프트에 나와 전체 1순위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이 때 지명한 팀이 KT다. 당시 KT는 1군 진입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대학야구 최고 투수 김재영(29·한화)과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한 최원준(25·KIA)을 거르고 남태혁을 깜짝 지명했다. 그만큼 남태혁이 가진 거포로서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남태혁은 큰 관심 속에 KBO리그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정착은 쉽지 않았다. 1군보다 2군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3년간 54경기 출장에 그쳤고, 홈런은 단 2개 뿐이었다. 기대했던 거포의 모습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결국 KT는 트레이드 카드로 써야 했다. 2019시즌이 끝난 뒤 SSG 전신인 SK 와이번스로 보냈다. 이렇게 또 해외파 유턴파와 3년간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KT에 해외 유턴파 선수는 한 명 더 있다. 김재윤(32)도 2009년 애리조나와 계약해 미국 무대에 도전한 뒤 2015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7년간 104세이브를 올리며 마무리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