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승 에이스, 이제는 진짜 17승을 해내야 할 때다
2022.01.15 15:44:33

 

두산 이영하 / OSEN DB



[OSEN=이후광 기자] 17승 에이스가 진짜 17승을 해내야할 때가 됐다.

올 시즌 불펜에서 ‘미친 존재감’을 발휘한 이영하는 원래 두산 선발진을 이끌 재목이었다. 2016년 두산 1차 지명된 그는 2018년 데뷔 첫 10승을 거쳐 2019년 29경기 17승 4패 평균자책점 3.64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17승 에이스는 당시에 얻은 별명. 그리고 이와 함께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뽑히며 향후 한국야구를 이끌 우완 에이스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2020시즌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시즌 전 “양현종 선배처럼 외인투수가 있어도 1선발을 맡겠다”고 당찬 목표를 밝혔지만 현실은 42경기 5승 11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4.64였다. 거듭된 기복을 해결하기 위해 8월말 함덕주와 보직을 바꿔 마무리로 변신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았다. 오히려 클로저로 처음 치른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 ⅔이닝 4실점의 참사를 겪었다.

올 시즌도 반전은 크게 없었다. 일단 전반기는 그랬다. 올해는 스프링캠프 도중 과거 학교폭력 미투 사태에 연루되며 멘탈에 치명상을 입었고, 이는 전반기 8경기 1승 4패 평균자책점 8.33의 난조로 이어졌다. 지난해와 달리 후반기 불펜 변신이 대성공을 거두며 7년 연속 한국시리즈행 주역으로 우뚝 섰지만 과거 17승 에이스가 불펜에서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건 두산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었다.

 

두산 이영하 / OSEN DB



이영하는 2022시즌 선발 복귀가 유력하다. 김태형 감독은 후반기 내내 이영하를 보며 “내년 시즌부터 다시 선발을 해줘야 할 선수다. 결국 선발로 성장해야 한다”고 플랜을 밝힌 바 있다. 스토브리그서 김지용, 임창민이라는 검증된 불펜투수 2명을 영입하며 굳이 이영하가 불펜에 잔류할 이유도 없어졌다. 여기에 팔꿈치 수술을 받은 박치국도 돌아온다. 물론 이영하의 선발행이 공식적으로 확정된 건 아니다.

이영하가 선발로 돌아가면 최원준-이영하-곽빈으로 이어지는 역대급 토종 라인업이 구축된다. 공교롭게도 세 선수는 모두 1차 지명을 받은 고교 시절 특급 유망주 출신. 이영하가 2016년, 최원준은 2017년, 곽빈이 2018년 차례로 1차 지명됐다.

두산은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와 재계약하며 에이스를 확보한 상태. 워커 로켓을 대신할 새 외인투수 로버트 스톡과의 계약도 마무리 단계다. 스톡이 KBO리그에 빠르게 적응하고, 이영하가 명예를 회복한다면 선발 5명 10승도 꿈은 아니다. 2016년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판타스틱4’의 재현도 기대해볼 수 있다. 최원준은 10승은 기본인 투수로 성장했고, 곽빈도 올 시즌 마침내 알을 깨고 나오며 데뷔 첫 10승 도전이 가능해졌다.

결론적으로 내년 역시 이영하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하의 선발 정착 여부에 두산 마운드의 한해 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부터 매년 그랬듯 이영하는 새 시즌도 두산의 키플레이어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