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 지명타자 도입, KBO 영향은? "롯데 피터스 같은 선수 안 올 수도"
2022.01.13 12:40:03

 

D.J.피터스./사진=롯데 자이언츠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NL)의 지명타자 제도 도입이 KBO리그 외국인 타자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매체 CBS 스포츠는 5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구단과 선수노조가 CBA(단체협약) 협상에서 지명타자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저리그 구단, 선수노조, 구단 프런트, 대다수 팬은 지명타자 제도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지명타자 제도 도입은 구단으로서는 타격이 좋은 선수들을 폭넓게 쓸 수 있고, 선수노조 입장에서는 수비가 어려워진 타자들의 선수 생명이 조금이라도 연장될 수 있어 서로에게 이득이라는 평가다. 이런 연유로 이 안건만큼은 빠르게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아메리칸리그만이 1973년 지명타자 제도 도입 후 유지 중이다.

이렇게 되면 메이저리그 구단은 트리플A에 있는 유망주 혹은 나이 든 타자들을 전보다 더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넬슨 크루즈(42·탬파베이)는 지명타자 제도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다. 26인 로스터와 맞물려 지명타자 자리에는 2명 이상의 선수들이 기회를 받을 것으로 예상돼 타자들에게는 15개 이상의 자리가 더 생긴 것과 같다.

따라서 예년 같았으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무대로 눈을 돌릴 타자들도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위해 남을 가능성이 있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발병, 2021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마이너리그 팀 축소로 외국인 선수 수급이 어려웠던 KBO리그 팀들에 불똥이 튈 수 있는 것이다.

 

넬슨 크루즈./AFPBBNews=뉴스1

 

그러나 그렇게 큰 악재는 아니라는 것이 복수의 구단 관계자 의견이다. KBO리그 A구단 관계자는 5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타자 영입에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 1~2년 안으로는 KBO리그에 올 선수들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가 예로 든 것이 얼마 전 롯데가 새 외인 타자로 영입한 D.J.피터스(27)였다. 피터스는 마이너리그에서 꾸준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고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해서도 13홈런을 기록한 촉망 받는 유망주였다. 지명타자 제도가 확대된다면 피터스처럼 조기에 한국행을 택할 야수들이 줄어들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명타자 제도 도입이 KBO리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A구단 관계자는 "피터스를 예로 들었지만, 그런 타자가 KBO리그에 오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 "KBO리그에 오는 타자들은 마이너리그에서는 괜찮았으나, 메이저리그에서 한계를 보인 타자들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기용할 자리가 늘어 메이저리그 구단이 다양한 야수를 쓸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 자리에서도 한계를 느낀 선수들이 KBO리그로 눈을 돌려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B구단 관계자 역시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B구단 관계자는 "KBO리그에 오는 선수들과 크게 상관이 있을 것 같지 않다"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전문 지명타자를 쓰는 팀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주전들에게 돌아가며 휴식을 주고, 유망주에게 한 자리를 제공하는 식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KBO리그에 오는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마이너리그 옵션 3회를 다 쓸 정도로 확실하지 않은 선수가 많다. 간단히 말해 메이저리그에서는 '다 긁은 복권'과 같은 선수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런 선수들이 지명타자 자리가 늘어났다고 그 자리에 기용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