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KBO 퇴출 투수의 인생역전 "이미 엘리트" 美현지 쏟아지는 극찬
2022.01.09 18:21:51

 

브룩스 레일리. /AFPBBNews=뉴스1

 

과거 한국 무대서 활약했던 한 에이스의 인생 역전 스토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탬파베이 레이스가 갖는 위치는 여러모로 독특하다. 탬파베이는 매년 선수단 총연봉이 9000만 달러(약 1084억원)가 넘지 않는 메이저리그(MLB) 대표 스몰 마켓이다. 그와 동시에 '오프너(Opener) 전략' 등 통계를 활용한 혁신적인 시도로 똑똑한 이미지를 가진 구단이다. 그렇기에 탬파베이가 큰 돈을 들여 영입하거나 눈에 띄는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를 데려갈 때면 괜한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이번 오프시즌에서는 전 롯데 자이언츠 출신 좌완 투수 브룩스 레일리(34)가 그 대상이 됐다. 레일리는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에서 5년(2015~2019년) 동안 활약한 뒤 한국을 떠나 2020년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11월 30일(한국시간) 레일리와 총액 1000만 달러(약 120억원)의 2년 계약을 맺었다. 총액만 놓고 보면 탬파베이 팀 내 4위에 해당되며, 내년 연봉(425만 달러)만 따져도 팀 내 10위 안은 너끈하다. 가히 인생 역전이라 할 만한 대우다.

레일리의 지난해 성적은 58경기 2승 3패 평균자책점 4.78, 49이닝 65탈삼진으로 좋은 성적은 아니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195, 피OPS 0.483으로 장점은 있으나,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0.259, 피OPS 0.796으로 한계 역시 명확하다. 좌타자를 상대로 약점을 보여 레일리를 영입한 것도 아니었다. 탬파베이는 오히려 지난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227(MLB 전체 7위) 피OPS 0.675로 강한 편이었다.

그럼 탬파베이는 레일리를 어떻게 쓸 생각일까. 표면적인 이유는 올 겨울 FA로 풀린 콜린 맥휴(35)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맥휴는 지난해 선발, 불펜, 마무리 다양한 보직을 오가면서 37경기 평균자책점 1.55로 탬파베이 불펜 에이스로 활약했다. 오프너와 선발보다는 주로 후반에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 짓는 일이 많았다.

레일리는 맥휴와 공통점이 많다. 공은 직구 평균 시속 90마일(약 145㎞)로 빠르진 않지만,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다양한 구종을 던질 줄 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선발 투수로서 준수한 시즌을 몇 차례 보낸 바 있고, 최근 불펜 전환도 성공적이었다. 맥휴의 역할을 이어받는다면 레일리는 많으면 3이닝, 보통은 1~2이닝을 소화하는 불펜 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우타자 상대 약점을 극복해 라이언 야브로(31)처럼 선발 자원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야브로 역시 시작은 전천후 좌완 롱릴리프였다. 직구 구속은 평균 시속 88마일(약 142㎞)로 빠르진 않았지만, 다양한 구종을 앞세워 많은 이닝을 소화해 신뢰를 얻었다. 데뷔 시즌이던 2016년에는 선발 투수가 아님에도 38경기에서 무려 147⅓이닝을 소화했고 이듬해부터 차츰 선발 투수로서 경기를 늘려갔다.

레일리를 향한 기대는 현지서도 상당하다. 영입 후 탬파베이를 주로 다루는 매체 드레이스베이는 "레일리는 따로 무언가를 고칠 필요가 없다. 이미 엘리트 수준으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훌륭한 불펜 투수"라고 소개했다. 이어 "하지만 FA였던 레일리가 탬파베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라면서 "카일 스나이더 투수 코치와 함께 우타자를 상대할 무기를 찾을 수만 있다면 차세대 탬파베이 멀티 이닝 에이스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극찬했다.

 

브룩스 레일리./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