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
올해 아메리칸리그 MVP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의 색다른 기록이 새삼 주목받았다. 46홈런에 빛나는 장타력도 9이닝당 탈삼진 10.77개로 대표되는 놀라운 구위도 아니었다. 고작 4개뿐인 번트안타 기록에 찬사를 보냈다.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에서 메이저리그 칼럼을 쓰는 후쿠시마 료이치는 27일(한국시간) "오타니는 올해 리그 MVP를 수상하는 등 역사적인 시즌을 보냈다. 시속 160㎞가 넘는 직구와 삼진, 450피트(약 137m)가 넘는 초대형 홈런, 홈스틸로 대표되는 주루에 모두가 매료됐다. 하지만 내가 언급하고 싶은 오타니의 가장 인상적인 플레이는 번트안타"라고 말했다.
올 시즌 오타니는 타자로서 138안타를 쳤다. 그 중 홈런이 46개였고 번트안타는 4개였다. 첫 번트안타는 지난 4월 27일 텍사스의 양현종(33)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6월 17일 오클랜드전에서는 시즌 19호 홈런을 때린 후 번트안타를 성공해 멀티히트 경기를 했다. 올해 오타니는 80%(5번 중 4번 성공)로 높은 번트안타 성공률을 보였다.
오타니가 번트안타를 시도한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지난 5월 20일 클리블랜드전에서 두 번째 번트안타를 성공시켰을 당시 "출루하기 쉬운 쪽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료이치가 가장 인상적인 플레이로 꼽은 이유는 번트안타를 통해 오타니의 승리를 향한 집념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 근거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전설적인 스위치히터 미키 맨틀의 사례를 소개했다.
오타니 쇼헤이./AFPBBNews=뉴스1
맨틀은 18시즌 간 뉴욕 양키스 한 팀에서만 뛰며 7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뤄낸 전설적인 선수다. 통산 2415안타 536홈런 153도루, 타율 0.298, OPS(출루율+장타율) 0.977을 기록했다. 개인 실적도 뛰어나서 리그 MVP 3회, 골드글러브 1회, 타격왕 1회, 타격 3관왕 1회를 달성했다. 맨틀 역시 많은 홈런을 친 강타자지만, 빠른 발로 통산 87개의 번트안타를 성공시켰다.
료이치는 "맨틀은 1953년 워싱턴 세너터스와 원정 경기에서 5회초 565피트(약 172m)짜리 기록적인 홈런을 기록했다. 그런 전설적인 경기에서 맨틀은 9회초 번트안타를 쳤다. 경기 후 맨틀은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이 승리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맨틀의 헌신적인 팀 플레이는 1949년 이후 양키스가 5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는 주요 요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맨틀의 시대와 비교하면 현 시대는 '플라이볼 혁명'으로 인해 번트를 대지 않는 분위기다. 료이치가 말한 플라이볼 혁명은 '번트, 도루 등 작전 야구로 점수를 내기보다는 홈런으로 점수를 내는 것이 낫다'는 현 메이저리그의 흐름을 뜻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 번트안타를 시도한 오타니의 열정에 료이치도 감동한 듯 보인다.
료이치는 "오타니의 번트안타는 개인 기록보다는 팀의 승리를 위한 강한 열망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강팀일수록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선수도 많아진다. 나는 오타니의 소망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올해 오타니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는 목표와 함께 에인절스의 우승을 꿈꿨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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