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육성선수→1년 만에 1군 복귀, 38세 베테랑 “신인 때 느낀 긴장감…공 하나가 마지막이라 생각”
2021.10.18 21:07:48

 

 

투수 고효준이 7일 NC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11군 마운드에 올랐다./OSEN DB



[OSEN=한용섭 기자] "많이 긴장했다. 신인 때 느꼈던 긴장감이랄까...일구이무의 생각으로 준비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프로 20년차 베테랑도 긴장했다. 약 1년 만에 밟은 1군 마운드였다. 그럼에도 직구 구속은 145km까지 나오며 묵직했다. LG는 또 한 명의 좌완 불펜을 추가했다. 

LG 베테랑 좌완 투수 고효준(38)이 353일 만에 1군 복귀전에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1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LG-NC 더블헤더 1차전. 고효준은 11-1로 앞선 6회 선발 이민호에 이어 2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고효준은 첫 타자 정현을 상대로 초구 직구를 던졌는데, 144km의 스피드가 나왔다. 경기 후 고효준은 "오랜만에 등판해서 많이 긴장됐다. 신인 때 느끼는 긴장감이랄까..."라며 "그래서 1구 1구 최선을 다해 던졌고, 공 하나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던졌다"고 1년여 만에 복귀전 소감을 말했다. 

고효준의 가장 최근 1군 등판은 지난해 롯데에서 뛰면서 10월 29일 NC전이 마지막 경기였다. 353일 만에 1군 복귀전이었다. 여전히 직구 구속은 140km 중반까지 나왔다. 정현 상대로 직구만 5개 연거푸 던져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다음 타자는 중심타자 양의지. 초구 슬라이더가 볼이 됐고, 2구 145km 직구, 3구 142km 직구로 포수 파울플라이로 돌려세웠다. 이어 나성범은 2루수 내야 안타로 출루를 허용했다. (원심은 아웃이었는데, 비디오판독을 통해 아웃에서 세이프로 번복됐다) 다시 마운드에 선 고효준은 알테어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1이닝 동안 20구를 던지며 1피안타 무실점. 직구 14개를 던졌는데 최고 145km, 평균 143.1km가 나왔다. 약 1년 만에 1군 등판이었지만 지난 2년간 구위와 비슷했다. 2019년 직구 평균 구속은 144.1㎞, 2020년 직구 평균 구속은 142.5㎞였다. 

고효준은 "오늘 좋은 투구라고 생각은 안 든다. 긴장을 해서 더 좋은 투구를 못 보여드린 것이 아쉽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다음 등판을 더 신중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2020년 롯데에서 뛸 때 고효준./OSEN DB



고효준은 2002년 롯데에 입단해 프로에 데뷔했고, SK(2003~2015년), KIA(2016~2017년), 롯데(2018~2020년)에서 뛰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롯데에서 방출됐다. 새로운 팀을 알아보던 그에게 LG가 손을 내밀었고, 지난 3월 연봉 5000만원(인센티브 5000만원)에 육성 선수로 계약했다. 5번째 팀에서 프로 20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퓨처스리그에서 28경기 3승 무패 2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4.23을 기록했다. 2군에서 마지막 10경기는 10이닝 10피안타 6볼넷 16탈삼진 2실점으로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했다.

고효준은 "지금까지 준비를 잘했다기보단 항상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는 마음으로 2군에서 준비했다. 1군에서 던질 기회가 온다면 일구이무((一球二無)의 생각으로 기회가 왔을 때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하며 준비했다"며 "앞으로 팀의 순위 싸움과 우승을 위해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성근 전 감독이 즐겨 표현하는 일구이무, 두 번째 공은 없다. 공 1개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승부한다는 뜻이다. /orange@osen.co.kr

 

2010년 SK 와이번스 시절 고효준./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