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선택한 투자와 모험의 26억, 회수 불가 매몰비용으로 전락
2021.09.22 14:31:09

 

[OSEN=김성락 기자] 롯데 앤더슨 프랑코2021.09.21 /ksl0919@osen.co.kr

 

[OSEN=부산, 조형래 기자] KBO리그 팀들은 전력의 절반이라는 외국인 선수 조합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 외국인 선수 조합만 잘 하면 가을야구가 충분히 가능한 리그 환경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도 외국인 선수 조합을 기대했다. 1선발 에이스인 댄 스트레일리를 눌러 앉히기 위해 투자를 했고 미완의 대기에 가까운 앤더슨 프랑코에게는 경제적인 금액으로 모험수를 던졌다. 각각의 방향성을 갖고 외국인 투수들을 조합했다.

하지만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믿음은 커녕 기대감이 사라지는 조합으로 전락했다. 가을야구로 이끌어 주길 바랐던 외국인 선수에게 투자한 비용은 성적 등으로 회수가 불가능한 매몰비용이 됐다. 후반기 대반등에 걸림돌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스트레일리와 프랑코는 각각 24경기에 등판했다. 일단 특별한 부상 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소화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원투펀치에게 기대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팀을 대표하고 상대 팀을 압도할 수 있는 투수로의 위용을 선보여줘야 한다.

롯데가 그런 역할을 기대한 선수는 단연 스트레일리였다. 지난해 스트레일리가 보여준 최정상급구위와 15승4패 평균자책점 2.50, 탈삼진 205개라는 압도적인 성적이라면 올해도 당연히 기대하는 것이 맞았다. 지난해 스트레일리는 부상 등으로 떨어진 가치를 KBO리그에서 회복한 뒤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렸다. 하지만 롯데는 스트레일리의 복귀 의지를 총액 170만 달러(보장 120만 달러, 인센티브 50만 달러), 약 20억 원이라는 금액을 안겼다. 에이스를 붙잡기 위해서 현재 KBO리그 외국인 선수들 중 최고액 수준의 금액을 ‘투자’한 셈이다.

프랑코는 스트레일리와 정 반대의 케이스. 지난해 마이너리그가 열리지 않으면서 실전 감각이 부족했다. 그리고 150km 중후반대의 구속을 찍는 패스트볼을 뿌릴 수 있었지만 변화구 구사력과 경기 체력이 문제였다. 구속에 비해 다소 밋밋한 공 끝에 대한 우려도 가시지 않았다. 총액 50만 달러(계약금 5만5000달러, 연봉 24만5000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 약 6억 원의 모험수를 프랑코에게 걸었다. 저비용 고효율을 노렸다. 스프링캠프에서의 현장 및 동료 선수들도 "50만 달러라고 얕보면 안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면서 외국인 선발 투수들은 엇박자를 냈다. 스트레일리는 시즌 초중반, 지난해만큼 월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준수하다고 볼 수 있었다. 첫 10경기까지였다. 이후 실망스러운 투구 내용이 거듭됐다. 구단 내부에서도 스트레일리가 등판하는 날에 대한 기대감이 차갑게 식었다. 영점이 잡히지 않았고 난타 당했다. 동료 야수들을 향해서는 노골적인 감정표현도 했다. 실망감은 점점 커졌다.

 

[OSEN=최규한 기자]롯데 댄 스트레일리 / dreamer@osen.co.kr



프랑코의 경우 기복이 심했다. 좋을 때와 나쁠 때의 차이가 현격했다. 그래도 스트레일리가 부진한 사이 6월부터는 에이스 자리를 대신했다. 괜찮았다. 하지만 시즌 끝까지 에이스의 모습이 이어가지 않았다. 특히 이닝 소화력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후반기 8경기 중 6이닝 이상 소화 경기는 단 2경기에 불과하다. 지난 21일 사직 삼성전에서도 4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며 팀의 9-11 패배에 원인이 됐다. 

스트레일리는 후반기 7경기 평균자책점 4.67, 프랑코는 8경기 평균자책점 6.13에 그치고 있다. 외국인 원투펀치라는 이름을 달고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성적이다. 이들이 등판한 48경기에서의 성적은 21승24패3무다(스트레일리 8승14패2무 / 프랑코 13승10패1무). 외국인 등판 경기 승률 5할을 넘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팀도 상승 동력을 잇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박세웅을 필두로 토종 선발들이 돌아가며 제 몫을 해주고 있기에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

정규시즌이 약 30경기 가량 남은 스트레일리와 프랑코는 도합 12~13번 정도를 더 등판하게 될 전망. 만약 남은 등판에서 모두 호투를 펼친다면 평가는 당연히 반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극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힘든 올 시즌 행보다.

결국 롯데는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했던 성적과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26억 원을 투입한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고 고스란히 매몰비용이 되는 흐름이다. 올해 롯데의 외국인 투수 농사는 점점 실패와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