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가장 많이 한다" 155km 아픈 손가락, 윤성빈 향한 인내는 ‘ing’
2021.07.28 22:01:09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부산, 조형래 기자] “쓴소리를 가장 많이 하는 선수다.”

지난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청백전. 8회초에 마운드에 오른 선수를 향해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2017년 1차 지명 투수이자 150km를 훌쩍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윤성빈(22)이 마운드에 올라왔기 때문.

어깨를 관리하기 위해 입단 이후 첫 1년 동안은 공을 던지지 않고 재활에만 집중했고 이듬해 선발 투수로 1군에 데뷔했다. 1군 데뷔 이후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선발 마운드를 지켰다. 첫 4경기에서는 모두 5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3자책점 이하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이 때가 윤성빈의 사실상 최절정기였다.

강속구를 기대했지만 제구 불안이 발목을 잡았고 성장세가 둔화됐다. 시즌 중 일본 자매구단인 지바 롯데 해외 연수를 보내고 미국 드라이브라인 트레이닝 센터에서 교정 과정을 거치는 등 구단은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좀처럼 잠재력을 깨뜨리지 못했다. 윤성빈은 점점 아픈 손가락이 되어가는 듯 했다. 방황의 정도는 자주 바뀌는 투구폼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지난해부터 투구폼이 안정되기 시작했고 불펜 투수로 다시 단계를 밟았다. 1군 콜업 기회도 있었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래도 올해는 1군 무대를 다시 밟았다. 2019년 3월28일 사직 삼성전 이후 735일 만인 지난 5월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 올라와 1이닝 23구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152km. 

이 1경기를 끝으로 윤성빈은 다시 2군으로 내려갔고 재차 담금질에 들어갔다. 올해 2군 기록은 14경기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9.00(14이닝 14자책점), 7탈삼진 15볼넷 4사구를 기록 중이다. 구속은 여전했지만 제구에서 아쉬움은 여전히 벗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날 청백전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청백전인만큼 다양한 상황을 설정할 수 있었는데 윤성빈은 8회 무사 1,2루에서 이닝을 시작했다. 작전에 따른 투수 수비 포메이션과 상대 타자들의 대처 능력들을 시험하기 위한 미션이었다. 불펜 투수라면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무사 1,2루에서 첫 타자 최종은의 페이크 번트 앤드 슬래시 작전에 중전 적시타를 내줬다. 초구 바깥쪽 낮게 깔린 패스트볼이 최종은의 짧은 스윙에 정타로 연결됐다.

이후 윤성빈의 슬라이드 스텝을 시험하기 위해 이중 도루 작전이 나왔고 무사 1,2루에서 무사 2,3루로 상황이 변했다. 도루 타이밍을 완전히 뺏겼다. 2m에 가까운 큰 키에서 큰 동작의 투구폼의 헛점이 노출됐다. 무사 2,3루에서 신용수에게 빗맞은 중전 안타를 허용하면서 추가 실점했다. 그러나 이후 볼넷 1개를 내주며 1사 만루 상황을 자초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윤성빈은 28개의 공을 던졌고 패스트볼 23개, 스플리터 5개를 던졌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최고 155km, 평균 152km를 형성했고 스플리터도 144km를 찍었다. 여전히 구속과 구위는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그러나 타고난 하드웨어와 재능,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서 아쉬움은 짙다. 구단도 다양한 방법으로 잠재력을 폭발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청백전 자체 중계의 해설을 맡은 박현우 스카우트 육성 총괄은 윤성빈이 마운드에 오르자 칭찬과 함께 냉철한 현실을 가감하게 전했다. 박 총괄은 “가진 것이 많은 선수이고 받은 것도 많은 선수다. 그렇기에 우리도 쓴소리와 잔소리를 가장 많이 하는 선수이기도 하다”라면서 “선수도 그만큼 더 많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투구 도중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며 볼넷을 내주는 과정에서도 박 총괄은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청백전이라는 부담 없는 경기에서는 자신의 빠른 패스트볼을 마음껏 꽂을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애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쓴소리의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패스트볼이 좋은 코스에 꽂히면 아낌없이 칭찬하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얘기하자면 윤성빈의 성장과 1군 연착륙은 롯데의 육성 시스템 성패와도 직결되어 있다. 박 총괄 역시 “주위에서 육성의 무덤이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선수가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구단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라며 윤성빈의 육성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윤성빈은 아직 입단 5년차에 불과한 선수. 초반 보여준 퍼포먼스 자체로 더 높은 기대치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 속출했다. 하지만 구단은 여전히 윤성빈이 성장 잠재력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인내하고 있다. /jhrae@osen.co.kr


[OSEN=잠실,민경훈 기자]경기를 마치고 롯데 윤성빈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