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팬들에 '90도 꾸벅' 이용찬, 왜 "죄송하다"고 했을까?
2021.07.07 10:03:33

 

6일 잠실 두산전 8회말 투구를 앞두고 NC 이용찬이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인사하는 모습.

 

"두산 팬들께 죄송하다."

이용찬(32)이 404일 만에 잠실구장 마운드에 섰다. 익숙한 곳이지만, 두산 베어스를 적으로 만난 것은 생소했다. 이적 후 첫 친정 상대. 이용찬은 모자를 벗고 팬들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사과했다. 인사 '타이밍' 때문이다.

이용찬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정규시즌 두산과 주중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8회말 1사 후 등판해 1⅓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최고 구속 150km의 속구를 뿌리며 두산 타선을 제압했다.

지난 5월 20일 NC와 3+1년 최대 27억원에 계약한 이용찬은 지난 6월 17일부터 1군에서 공을 뿌리고 있다. 2007년 두산에 입단해 10년 넘게 두산 유니폼을 입었지만, 이제는 공룡 군단의 일원이다. 올 시즌 4경기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중이었다.

그리고 이날 6월 26일 이후 10일 만에 등판했다. 마침 상대가 친정 두산이었다. 7회말 2사 1,3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시속 149km의 강속구를 뿌리며 양석환을 삼진 처리했고, 그대로 이닝을 마쳤다.

8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용찬은 우선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였다. 허경민과 강승호에게 안타를 내줘 1사 1,2루에 몰리기는 했으나 박세혁과 박건우를 뜬공으로 제압하면서 이닝을 끝냈다. 1⅓이닝 무실점이었다.

경기 후 이용찬은 "팬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인사 때문이다. 보통 이적 후 친정을 처음 만나는 선수들은 첫 타석이나 마운드에 올랐을 때 팬들에게 인사를 한다. 이용찬은 8회에 했다.

이유를 물었다. "올라가면서 '인사 꼭 해야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기에서 등판하는 바람에 순간적으로 까먹었다. 정신이 없었다. 8회 다시 마운드에 올랐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바로 인사를 하지 못해 두산 팬들께 죄송스럽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다"며 친정 팬들에 대한 미안함을 드러냈다.

적으로 만나기는 했지만, 오랫동안 몸 담았던 팀이다. 친한 선수들이 많다. 이용찬은 "경기 전에 훈련을 마친 후 라커로 가서 선수들, 코치님들과 인사를 나눴다. 김태형 감독님께도 인사를 드렸다. '살살 던져'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7회 양석환을 삼진으로 처리한 후 더그아웃으로 내려올 때는 3루 주자였던 박건우와 조우했다. 크게 티가 나지 않은 선에서 가볍게 손을 마주했다. 이용찬은 "박건우가 '왜 이렇게 세게 던지냐'더라"며 미소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