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민이 꼭 됐으면 했는데…" 동반 도쿄행 불발, 경사에 웃지 못한 김민우
2021.06.17 10:06:30

 

[사진] 김민우-강재민 /OSEN DB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 토종 에이스 김민우(26)에게 16일은 경사스런 날이었다. 이날 오전 발표된 도쿄 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24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며 주변으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지만 마음껏 기뻐하진 못했다. 중고교에 이어 프로에서도 함께하고 있는 후배 투수 강재민(24) 생각에 마냥 웃을 수 없었다. 

"(한화에서) 저만 됐네요"며 멋쩍은 미소를 지은 김민우는 "야구장에 와서 소식을 들었다. 동료들이 말해줘 알았다. 국가대표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며 "야구선수라면 누구나 대표팀을 꿈꾼다. 고교 때 유급을 해서 청소년대표팀은 해보지 못했다. 첫 국가대표가 올림픽이라 의미가 크다. 영광이다"고 말했다. 

올 시즌 13경기에서 69이닝을 던진 김민우는 7승4패 평균자책점 4.04 탈삼진 61개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투수 중 이닝 1위, 다승-탈삼진 2위, 평균자책점 6위에 빛난다.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국가대표팀의 부름까지 받았다. 

지난겨울 새신랑이 된 김민우는 "가족들도 엄청 좋아할 것 같다. 결혼을 하고 난 뒤 순조롭게 잘 풀린다. 아내가 옆에서 잘 챙겨주며 응원도 많이 해준다. 가끔씩 잘 안 되고 흔들릴 때 마음을 잡게 해준다"며 아내에게 고마워했다. 


[OSEN=대전, 곽영래 기자]8회초 한화 강재민이 역투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개인적으로 기쁜 날이지만 김민우의 마음 한구석에는 후배 강재민이 있었다. 올 시즌 불펜 중 최고 성적을 거두고 있는 강재민이지만 최대 8경기 일정을 감안한 김경문 대표팀 감독은 투수 10명 중 8명을 선발 자원으로 채웠다. 나머지 2명은 마무리로 활약 중인 조상우(키움)와 고우석(LG)이 들어갔다. 강재민의 발탁을 기대하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한화 팬들과 구단, 동료 선수들도 한마음으로 안타까워했다.

새해부터 스프링캠프 시작 전부터 경남 거제로 내려가 강재민과 함께 훈련했던 김민우가 누구보다 아쉽다. 그는 "거제에서 훈련할 때부터 재민이가 올림픽을 바라보며 정말 열심히 했다. 저도 국가대표가 되고 싶었지만 재민이가 꼭 됐으면 했는데 아쉽다. 지금은 위로의 말을 해주기도 그렇다"며 상심해 있을 후배를 걱정했다. 

아끼는 후배와 동반 도쿄행은 불발됐지만 김민우는 팀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나간다. 그는 "정말 대단한 선수들과 한 자리에서 뭔가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을 것 같다. 대표팀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배울 것이다"며 "올림픽 마운드에 서면 긴장이 될 것 같긴 하다. 기회가 주어지면 그 역할에 맞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OSEN=대전, 최규한 기자]한화 선발 김민우가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