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은퇴 투어 후보, ‘조선의 4번 타자’의 고달픈 겨울
2021.01.07 08:48:46

[사진]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지난해 박용택의 은퇴투어 논란이 불거졌을 때, 과연 전 구단 팬들에게 박수를 받고 명예롭게 은퇴를 할 수 있는 선수는 누가 있을까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어난 바 있다.

통산 최다 경기 출장(2236경기), 최다 안타(2504안타) 등 기록의 사나이인 박용택이었지만 결국 은퇴 투어 논란이 불거진 뒤 스스로 은퇴 투어를 고사했고, 이후 각 구단들이 조촐한 환송 행사만 진행하고 은퇴했다. 

그동안 은퇴 투어라고 불릴 만한 행사를 진행한 선수는 이승엽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최다 홈런 기록에 더해 국가대표에서 남긴 강렬한 인상 등으로 ‘국민 타자’라고 불렸던 그였기에 공감대가 형성이 됐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승엽 마저도 은퇴 투어가 필요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승엽 이후 차기 은퇴 투어의 후보자로 꼽혔던 선수가 이대호였다. ‘조선의 4번 타자’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이승엽의 뒤를 이은 국가대표팀의 간판 타자였고 국제 대회에서 이승엽 못지 않게 4번 타자의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에 더해 2010년 타격 7관왕과 9경기 연속 홈런 등의 기록으로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 했다. 

그러나 올 겨울, 차기 은퇴 후보자이자 ‘조선의 4번 타자’는 고달프다. 지난 2년 간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 회장을 맡았지만 부적절한 사무총장 인사, 판공비 논란이 불거지면서 명예가 실추됐다. 선수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목소리를 냈어야 할 한국 간판 타자이자 최고 연봉(25억 원) 선수로서 씁쓸한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에 4년 150억 원의 끝나고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지만 이전과는 기류가 다르다. 2017년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쳐서 6년 만에 다시 입게 된 롯데 유니폼이었다. 실제적인 활약보다는 상징성, 자존심 등이 담긴 금액을 받았다. 그만큼 이대호가 가진 가치는 남달랐다.

하지만 4년이 지난 뒤 판공비 논란과 더불어 이대호의 그라운드 내에서의 가치가 재평가 되고 있다. 한국 나이로 마흔에 접어들며 에이징 커브가 뚜렷해진, 지명타자와 1루수로 쓰임새가 한정된 선수. 그리고 클래식 스탯과 세이버 매트릭스와의 괴리감이 있는 선수의 계약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이대호는 FA 등급제 상에서 B등급이다. B등급은 전년도 연봉의 100%와 25인 보호선수 외 1명, 혹은 전년도 연봉의 200%가 보상 규정이다. 연봉 25억 원인 이대호의 이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롯데 잔류 외에는 선택지가 마땅하지 않다.

롯데는 이대호와 FA 협상에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이대호의 상징성을 무시하지 않으면서 합당한 가치를 매길 수 있는 계약 규모를 고민하고 있다. 선수 측과의 이견은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확실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오는 2월 1일 스프링캠프 개시 전까지는 협상을 완료해야 하는 양 측의 입장. 하지만 이대호에게는 그리 따뜻하지 않으면서 고달픈 겨울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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