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펑고 쳐주며 은퇴 고민한 수베로, 한화와 만남은 '운명'
2021.01.05 16:35:39

 

[사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가족들



[OSEN=이상학 기자] 잃어버린 야구 열정을 되찾은 카를로스 수베로(49) 감독에게 한화 이글스와의 만남은 운명과 같았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 2019년 시즌을 마치고 밀워키 브루어스 코치직에서 물러났다. 1루 베이스와 내야 수비코치를 4년간 담당하며 밀워키의 성공에 힘을 보탰지만 “다른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코칭스태프 중 유일하게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지난 2001년부터 15년간 마이너리그 감독을 맡았고, 메이저리그 코치로 4년을 일하며 19년간 쉼 없이 달려온 수베로 감독에겐 낯선 휴식기. 수베로 감독 아내는 “오랫동안 열심히 했으니 이제 그만 해도 된다”며 야구 은퇴를 권유했다. 수베로 감독도 한동안 야구를 잊고 가족들에 충실하며 시간을 보냈다. 

야구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던 수베로 감독. 그러나 야구와 인연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어느날 막내 아들이 학교에서 야구하는 모습을 보러갔고, 우연찮게 펑고 배트를 잡게 됐다. 코치가 부족한 차에 학교 감독이 수베로 감독에게 학생들의 수비 훈련을 부탁한 것이다. 그렇게 아들과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야구에 대한 열정과 초심이 일순간 되살아났다. 

 

[사진] 밀워키 코치 시절 수베로 감독(오른쪽)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쯤 한화가 새로운 사령탑을 찾아 외국인 감독 후보를 물색했고, 2017년 외국인 투수로 인연을 맺었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밀워키 단장 특별보좌에게 연락을 취했다. 비야누에바는 밀워키에서 함께하며 지도력을 지켜봤던 수베로 감독을 한화에 추천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야구 열정이 샘솟은 수베로 감독은 한화와 면접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면접 전 이미 한화 관련 영상과 기록을 찾아 지도 방향을 이야기하며 구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베로 감독 스스로도 새로운 도전에 강한 열의를 드러냈다. 

지난해 이맘때 은퇴를 고민했던 수베로 감독은 이제 야구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 밑바닥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한화의 팀 사정과 잘 어울린다. 당장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팀 전력이지만 수베로 감독은 계약기간 3년간 인내를 각오하고 있다. 

그는 “성공적인 리빌딩에는 인내심과 성장통이 따르겠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내가 떠난 후 시간이 흘러도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한 팀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수베로 감독은 10일경 입국 후 2주 자가격리를 거쳐 내달 열리는 스프링캠프를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