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환, 구단 최초 투수 영구결번 0순위의 쓸쓸한 퇴장
2020.11.18 07:41:48

[OSEN=대구, 최규한 기자]2회초 2사 1, 2루 상황 두산 박건우에게 달아나는 2타점 2루타를 허용한 삼성 선발 윤성환이 마운드로 향하며 모자를 고쳐쓰고 있다. /dreamer@osen.co.kr

 

[OSEN=대구, 손찬익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프랜차이즈 최다승 투수 윤성환이 쓸쓸하게 물러났다. 구단 투수 최초 영구결번 후보 0순위로 꼽혔으나 이마저도 사실상 물 건너가는 모양새다. 

윤성환은 지난 1월 연봉 4억원, 인센티브 6억원 등 총액 1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 및 세부 조건에서 알 수 있듯 구단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뒤집어 말하면 올 시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였다. 

윤성환의 올 시즌 성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1군보다 2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다. 1군 무대에 5차례 등판했으나 2패에 그쳤다. 평균 자책점은 5.79. 

1군 무대 마지막 등판이었던 8월 21일 인천 SK전에서도 1회 사사구 4개를 허용하는 등 3점을 헌납하며 1⅔이닝 2피안타 5사사구 4실점으로 무너졌다. 

윤성환의 에이징 커브 현상이 확연해지자 자연스레 향후 거취를 논의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하지만 윤성환과 구단 측의 의견은 엇갈렸다. 

윤성환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9월초에 면담을 통해 타 구단 이적보다 삼성에서의 은퇴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마지막 경기에 출장시켜줄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단장과 운영팀장이 한 달 보름 만에 연락이 왔다. 화가 나서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성환은 또 "최대한 좋게 마무리하고 싶어 대표이사와 면담을 요청했으나 구단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단장과 통화만 하면 싸우다 끊는데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다. 2군 담당 직원과는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게 연락 두절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삼성은 16일 오전 윤성환의 거액 도박 연루 의혹 보도가 나오자 발빠르게 자유계약 선수로 방출했다. 

홍준학 단장은 "윤성환과 재계약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윤성환이 구단의 은퇴 제안을 거절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만큼 방출 명단에 넣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달 25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려고 했다. 하지만 논란이 불거져 방출 시기를 앞당겼다"고 해명했다. 

양측의 주장을 들어보면 윤성환과 구단 가운데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고 구단과 선수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삼성에서 오랫동안 뛰었던 한 야구 원로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선수단과 구단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연봉협상 마찰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신만 쌓여가니 성적이 좋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시즌 중 공식 훈련에 무단 불참하고 개인 채무로 사기 혐의로 피소된 윤성환도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윤성환의 은퇴 행사는 물론 구단 투수 최초 영구결번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윤성환이 영구결번 후보로 손색이 없는데 말이다.  

1군 통산 135승 106패 1세이브 28홀드(평균 자책점 4.23)를 거두며 구단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윤성환의 떠나는 뒷모습이 더욱 쓸쓸해 보인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