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순간까지 조심스러웠던 LG 박용택, 끝내 웃지 못하고 떠났다
2020.11.06 17:26:35

 


[스포탈코리아=잠실] 김동윤 기자="육성 응원을 자제하는 게 맞는 거죠? 타석에 들어설 때 다들 조용하셔서 제가 뭘 잘못했나 싶더라구요"

11월 5일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던 박용택(41)은 마지막까지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올해 은퇴를 예고하고 2020시즌을 시작했던 박용택은 꽤 다사다난한 은퇴 시즌을 보냈다. 팬들의 열렬한 환대를 받으며 떠날 수 있었던 은퇴 시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을 이유로 관중 없이 경기를 치르는 일이 더 많았다.

지난 7월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50일 가까이 1군 무대를 이탈했고, 8월에는 은퇴 투어 논란으로 마음고생까지 했다. 정규 시즌은 2위를 가시권에 뒀으나, 마지막 2경기를 놓치면서 18년 만의 한국시리즈로 향하는 길이 험해지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타석에 들어설 때 관중석이 상대적으로 조용하자, 코로나 19로 인해 육성 응원이 자제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순간 덜컥했던 박용택이었다.

박용택이 상상했던 마지막 타석은 안타를 치든 홈런을 치든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었고, 그 종착지에는 한국시리즈가 있길 바랐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는 어디까지나 최종 목표일 뿐 당장의 경기였던 2차전을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자신의 역할이 조연인 것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 박용택은 "이제 내가 경기장에 나서는 것은 짧으면 2분, 길어야 10분이다. 그래서 (이)형종이를 비롯해 긴장한 후배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좀 더 노력하고 있다. 후배들에게도 밝게 가자고 얘기했다"고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실제로 박용택의 농담 섞인 격려를 받은 김현수는 2차전에서 2점 홈런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길어야 10분밖에 안 되는 대타일지라도 박용택은 묵묵히 준비했다. "감독님이 기회가 생기면 바로 대타를 쓰는 분이라 일찌감치 준비한다"고 얘기한 박용택은 2차전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였고, 그러한 모습은 반대편 더그아웃에도 귀감이 됐다.

2차전 경기 후 인터뷰에서 두산의 오재원은 "박용택 선배는 상대편이지만 항상 존경했다. 꾸준히 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아까도 수비할 때 보니 계속 몸을 풀고 계셨다. 그래서 혹시 몰라 선배님한테는 찬스가 안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경의를 표했다.

 

 

박용택의 마지막 타석은 3루수 파울 플라이였다

 


그렇게 마지막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모두 대타로 나섰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7회 대타로 나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초구 땅볼로 물러났다. 2차전에서도 초구를 노렸으나 두산의 허경민이 허슬플레이를 보여줬고, 박용택의 선수 생활 마지막은 3루수 파울플라이로 기록됐다.

경기 전 인터뷰 시작과 끝에서 "경기 끝나고 인터뷰실에 다시 오면 되는 거죠?"라며 희망 섞인 농담을 반복한 박용택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LG는 0-8로 뒤진 경기를 1점 차까지 따라가는 데 성공했지만, 결국 7-9로 패배했고, LG의 2020시즌은 끝났다.

육성 응원 금지 규칙 준수를 위해 타석에서 들어서는 박용택을 100% 응원하지 못했던 팬들은 경기가 끝난 후 인사를 건네는 그에게 "박용택!"을 연호하며 마지막을 함께 했다. 마침내 팬들의 마음이 담긴 축하 인사를 받은 박용택의 눈시울은 뜨거워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박용택은 눈물로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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