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을 만나 영광이었다" 니퍼트 향한 플렉센의 예우, 90도 인사
2020.11.05 19:15:59

 

[OSEN=잠실, 민경훈 기자]경기 전 두산 출신 니퍼트가 마운드 위에서 승리 기원 시구를 하기 전 선발 플렉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rumi@osen.co.kr



[OSEN=잠실, 이종서 기자] 두산 베어스를 대표하는 에이스와 미래를 이끌 투수가 존중의 마음을 담아 인사를 나눴다.

두산은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0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잠실구장에는 두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특별한 손님이 찾았다. 2011년 두산에 와서 7년을 뛴 뒤 2018년 KT에서 1년을 보내고 은퇴를 한 더스틴 니퍼트(39)였다. 니퍼트는 현역 시절 102승(51패)을 거두며 외국인 통산 최다승을 기록을 보유하는 등 KBO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았다.

두산의 가을야구를 맞아 니퍼트는 시구를 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이날 두산의 선발 투수는 '포스트 니퍼트'로 평가를 받은 크리스 플렉센이었다. 현역 시절 니퍼트는 203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강력한 직구를 주무기로 구사했다. 플렉센은 니퍼트보다 작은 191cm지만, 역시 타점 높은 직구가 위력적이다. 첫 선을 보일 당시 "니퍼트 느낌이 난다"는 이야기 따라 나오기도 했다.

니퍼트가 올라오자 마운드에 몸을 풀고 있던 플렉센이 자리를 비켜줬다. 은퇴 이후 약 2년 만에 잠실야구장 마운드를 밟은 니퍼트는 1루와 3루로 고개를 돌리며 팬들에게 인사를 했다. 이어 마운드 뒤에 있는 플렉센에게 시선이 향했고, 플렉센이 모자를 벗고 인사하자 니퍼트도 함께 고개를 숙였다.

시구를 마친 뒤 니퍼트는 “플렉센과 많이 대화할 기회는 없었는데, 착하고 열심히 하는 선수라도 들었다”라며 “좋은 마음으로 인사를 했다”고 이야기했다.

플렉센은 존경의 마음을 드러냈다. 플렉센은 "니퍼트에 대한 업적이나 기록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살아있는 전설을 봐서 영광"이라며 "키가 커서 놀랐다. 올려다 봐야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전설' 외국인 투수와 인사를 나눈 플렉센은 마운드에서 호투로 화답했다. 6이닝 동안 삼진 11개를 잡아내면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두산은 4-0으로 승리를 거뒀고,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을 남겨두게 됐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