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인터뷰] 황목치승의 간절한 믿음 “예전 LG 아니다, 무조건 좋은 성적 거둘 것”
2020.11.05 17:10:36


[스포탈코리아] 김현서 기자= 야구계에서 ‘간절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누가 있을까.

나는 돌멩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굴러가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
내 꿈을 찾아서~ 내 사랑 찾아서~

<마시따 밴드 ‘돌멩이’ 中>

야구팬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기자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한 선수가 있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던 전 LG 트윈스 내야수 황목치승(36)이다. 마치 그의 야구 인생을 옮겨 놓은 듯한 노랫말이다.

2014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한 황목치승은 4시즌 통산 154경기에 출전해서 185타수 타율 0.249, 18타점 8도루를 기록했다. 사실 기록만 놓고 보면 평범해 보이지만, 황목치승이 보여준 야구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의 야구에는 항상 간절함과 절실함이 묻어 있었다. 2016시즌 KIA전 더 스틸, 2017시즌 넥센(키움)전 홈 슬라이딩과 한화전 온몸 송구. 그는 누구보다 더 빨리 달렸고 온 몸을 내던졌다. 대수비와 대주자로 나와서도 팀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선수였다.

LG 팬들은 물론 KBO리그를 좋아하는 야구팬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황목치승은 요즘 어떻게 지낼까? 분명 그라운드가 아닌 밖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을 테지만, 그를 그리워하는 팬들을 위해 취재진이 근황 인터뷰 요청을 했고 며칠 뒤 흔쾌히 하겠다는 답을 해왔다. 현재 일본에서 생활 중인 관계로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했다.
 

Q: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A: 은퇴 후, 장인어른의 가업을 물려받아 일본 교토에서 생활하고 있다.

Q: 정확히 어떤 일인가.

A: 교토에서 일본의 전통 공예일을 하고 있는데 정확히 얘기하자면 교토로 수학여행 온 학생들에게 ‘칠기 (옻칠을 한 나무 그릇)’ 체험학습을 시켜주는 일이다.

Q: 코로나19 때문에 타격이 있었겠다.

A: 수학여행 온 학생을 상대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타격이 컸다.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수입이 0원이었다. 그래서 최근까지 생계를 유지하려고 아르바이트로 경비 일을 했다.

Q: 야구를 그만둔 것을 후회하기도 했나.

A: 후회한 적은 없다. 가업을 이어받으려고 스스로 은퇴를 결정했기 때문에 야구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다.

Q: 사회인 야구나 취미 생활로 야구를 하고 있나.

A: 현재 하는 일에 익숙해지기 위해 다른 일은 전혀 안 하고 있었다. 아들도 아직 두 살이라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아들이 좀 더 크면 가까운 곳에서 하려고 생각 중이다.

Q: 그렇다면 LG 경기는 챙겨보고 있나.

A: 결과만 보고 있다. 일 때문에 정규시즌 경기는 제대로 못 봤지만 지난 2일 와일드카드전은 봤다. 두근두근하면서 봤는데 이겨서 다행이었다.(웃음)

Q: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A: 아쉬운 건 없었다. 이기면 장땡이다. 야구는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기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Q: 대주자로 나섰던 신민재 선수가 끝내기 안타를 쳤다. 보면서 어땠나.

A: 아주 잘했다. 신민재 선수는 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리기도 빠르고 잘하는 선수다. 대주자, 대수비로 나와서 결승타까지 때려내기가 정말 쉽지 않은 건데 (와일드카드전에서) 대단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Q: LG에서 제2의 황목치승이 되었으면 하는 선수를 말해준다면?

A: 감히 내 이름을 붙이기는 그렇고 잘 됐으면 하는 선수가 있다. 지금 2군에 있는 장준원 선수라고 나와 같은 포지션이면서 신인 때부터 함께 운동했던 선수다. 지금은 그때 같이 고생했던 선수들 대부분이 야구를 그만두고 준원이 혼자 남아있는데 앞으로 잘 됐으면 좋겠다.

Q: 작년 LG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에 시구자로 나섰는데, 오랜만에 야구장에 가니 어땠나.

A: 그날 운동장에 섰는데 팬들의 함성소리를 오랜만에 들으니 온몸에 전율이 막 흐른다고 해야 하나 소름이 돋았다. 정말 그 정도로 너무 좋았다. 내가 스스로 은퇴를 결정했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없었는데 팬들의 응원소리가 그리웠던 것 같다.

Q.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도 대화를 많이 나누었나.

A: (김)용의와는 워낙 친하니까 한국에 가기 전부터 연락했었고 다른 동료들과는 오랜만에 만났는데 좋게 봐주시더라.
 

Q: 일본에 놀러 온 선수는 있나?

A: 용의가 놀러 오겠다고 몇 번 말하기는 했지만, 아직 온 적은 없다. 작년에 서상우 선수가 놀러 와서 밥도 같이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갔다. 선물로 아기 신발까지 사주더라.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Q. 놀러 왔으면 하는 선수는?

A: (김)용의가 왔으면 좋겠다. 용의가 빨리 와야 맛집에 데리고 가서 맛있는 거 먹이고 할 텐데…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꼭 놀러 왔으면 좋겠다.

Q. 박용택 선수는?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다.

A: (박)용택이 형도 오신다면 꼭 대접해드리고 싶다. 이번에 은퇴하신다고 하셔서 한국에 가고 싶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못 가서 아쉬웠다. 다행히 은퇴식은 내년에 한다고 들었다. 한국에 가서 팬들과 함께 응원하겠다.

Q: 황목치승 선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투혼과 재치가 어우러진 주루-수비 장면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A: 호수비라면 넘어지면서 던진 한화전(2017년 7월 28일) 온몸 송구고,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넥센전(2017년 7월 26일) 새우 슬라이딩이다. 이 주루 덕분에 야구팬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제일 기억에 남는다.


Q. 은퇴할 당시 한 팬이 주루, 수비 장면을 모아서 만든 헌정 영상을 봤나? 감동적이었다.

A. 수도 없이 봤다. 영상 보고 혼자 감동해서 눈물이 고인 적도 있었다.

Q.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쓰인 노래 ‘돌멩이’와 여러모로 닮은 것 같은데, 노래를 알고 있나.

A. 알고 있다. 나도 ‘돌멩이’를 좋아한다. ‘나는 돌멩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도~ 굴러가다 보면 좋은 날 오겠지~(노래 부르는 중)’

Q: 개인적으로는 아이스버킷 챌린지 영상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 왜 혼자서 물을 끼얹었나.

A. 비하인드가 있다. 그날 경기가 있었는데 전날 박재욱 선수가 나를 지목하면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해야 했다. 경기 전에는 물을 끼얹을 수 없으니까 끝나자마자 어떻게든 빨리하려다 보니 화장실에 가서 혼자 하게 된 거다. 그리고 그때는 말랐기 때문에 더 불쌍하게 보였던 것 같다.(웃음)

Q: ‘간절함의 아이콘’ ‘성실함의 대명사’ 수식어가 다양하다. 앞으로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

A: 팬들이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사람마다 각자 기억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그 상태 그대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 은퇴한 지 3년이나 지났는데도 아직도 나를 기억해 주시고 찾아주신 팬들에게 정말로 감사할 따름이다.

Q: 팬들에게 한 마디.

A: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한국으로 가서 팬들과 함께 잠실 응원석에 앉아 LG를 응원하고 싶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겠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Q: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을 치르고 있는 LG 선수들에게 한 마디.

A: LG가 무조건 올라갈 거니까 그냥 하던 대로만 했으면 좋겠다. 예전의 LG가 아니다. 정규시즌 최종 순위는 4위로 마감했지만 워낙 실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가을야구에서는 무조건 잘 할 거라고 믿는다. 팬들도 열심히 응원하고 있으니까 자신감 있게 했으면 좋겠다. 간절하게 했기 때문에 지난 와일드카드전에서 이길 수 있었다. 좋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한다 LG’.

사진= 황목치승 제공, 뉴스1
영상 촬영, 편집= 김형준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