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잃은 줄..." 11K 에이스가 포효한 이유, 바로 '두산 팬들'
2020.11.05 16:38:52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후 포효하고 있는 두산 크리스 플렉센. /사진=뉴스1
 
두산 베어스가 LG 트윈스를 잡고 준플레이오프에서 먼저 1승을 챙겼다. 크리스 플렉센(26)이 압도적인 호투를 펼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진지한 성격의 플렉센이지만, 이날은 크게 포효하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는 바로 두산 팬들 때문이었다.

플렉센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뽐냈고, 승리투수가 됐다.

두산은 플렉센의 호투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선제 투런포, 오재원의 2타점 등을 통해 4-0의 완승을 거뒀다. 3전 2선승제 시리즈에서 1차전을 잡았고, 플레이오프로 가는 확률 100%도 거머쥐었다. 앞서 16번의 시리즈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전부 플레이오프로 갔다.

이날 플렉센은 최고 155km의 강속구를 뿌렸고, 117km~128km 분포를 보인 날카로운 커브를 더했다. 여기에 커터(11개), 체인지업(9개), 슬라이더(4개)를 섞었다. LG 타선은 플렉센 앞에서 그야말로 '추풍낙엽'이었다.

정규시즌에서 21경기에 등판해 8승 4패, 평균자책점 3.01이라는 좋은 기록을 남겼던 플렉센이다. 발목 부상으로 인해 길게 자리를 비우기는 했지만, 돌아온 이후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10월 5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85라는 무시무시한 기록을 냈다.

사실 KBO에 온 이후 가을 야구 등판은 처음이라는 점이 걸리기는 했다. 김태형 감독도 "아무래도 긴장을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신경을 쓰고는 있다. 잘 던질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걱정은 필요가 없었다. 에이스의 모습 그대로였다. 데일리 MVP에도 선정됐다.

그리고 이날 플렉센은 또 다른 모습도 보였다. 6회초 로베르토 라모스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고, 더그아웃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오면서 수 차례 두 팔을 크게 휘저으며 포효했다. 관중들 또한 플렉센의 포효에 응답했다. 순간적으로 큰 환호성이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해 육성 응원이 금지된 상태지만, 이것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해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후 포효하고 있는 두산 크리스 플렉센.

경기 후 플렉센은 공식기자회견에서 "경기 초반 점수를 지원해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불펜도 잘 막아서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6회 이닝을 마친 뒤 포효한 이유에 대해 "그 순간을 솔직히 말씀 드리면 '정신을 잃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굉장히 중요한 이닝이라 생각했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팀으로 용기를 북돋게 해주고 싶었다. 또 팬 분들께서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주셔서 그 에너지를 돌려드리고 싶었다"고 당시 감정을 전했다.

기본적으로 플렉센은 진지한 성격이다. 포수 박세혁은 "진중하고 진지하다. 자기가 안 좋을 때가 있으면 너무 파고들기도 한다"라며 플렉센의 성격을 설명했다.

이날은 아니었다. 마운드에서는 냉정함을 유지했지만, 임무를 마친 후에는 누구보다 뜨거웠고, 열정적이었다. '진지남'이 보여준 열정적인 포효였고, 그만큼 더 강렬했다. 두산도 탄력을 받았고, 추가점은 내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플렉센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빛났다.

플렉센은 "두산이 확실히 강팀이라는 걸 느꼈다. 우리 팀은 이기고 싶어하는 열망을 갖고 있다. 훈련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다. 이번에도 경기를 준비하면서 에너지가 넘치는 팀이란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이런 부분은 포스트시즌이 아닌 스프링캠프 때부터 느끼고 있다"면서 팀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데일리 MVP를 수상한 두산 선발 투수 플렉센. /사진=뉴시스

잠실=김동영 기자 raining99@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