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00패 막은 최원호의 아픈 추억 "이것 허용 오래 갔죠"
2020.10.12 18:27:49

 

[OSEN=대전, 곽영래 기자]한화 최원호 감독대행이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youngrae@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2002년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 맞은 것도 얼마나 오래 갔는데…”. 

한화가 KBO리그 초유의 100패 불명예를 모면했다. 11일 대전 키움전 승리로 시즌 43승(86패2무)째를 거둔 한화는 잔여 13경기에 관계없이 100패 시즌을 막았다. 지난 6월7일 14연패 중이던 팀을 갑자기 맡아 각종 악재를 딛고 팀을 정상화시킨 최원호 감독대행의 노고가 참사를 막았다. 

100패는 막았지만 리그 역대 최다 타이 18연패는 막지 못했다. 1985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불명예 기록을 무려 35년 만에 소환했다. 당시 14연패로 무너질 만큼 무너진 팀을 단기간 수습하기 쉽지 않았던 최 대행은 “아무리 대행이라도 삼미 기록을 깨면 계속 (꼬리표가) 따라다닐 것 같아 걱정했었다”고 돌아봤다. 

100패 위기설도 마찬가지로 최 대행과 한화 선수들을 무겁게 짓눌렀다. “사실 99패나 100패나 숫자로는 큰 차이 없다. 하지만 불명예 기록이 따라다니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다. 자꾸 구설에 올라 안 좋은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런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막고 싶었다”는 것이 최 대행의 말이다. 

최 대행 개인적으로도 불명예 기록이 하나 있다. 지난 2002년 LG 투수였던 최 대행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9 동점으로 맞선 9회말 마해영에게 끝내기 솔로 홈런을 맞았다. KBO리그 최초로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 허용 투수가 된 것이다. 그라운드를 돌며 희열을 느낀 마해영과 마운드 위에 주저앉아 고개 숙인 최 대행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날이었다. 

 

[사진]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마해영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은 LG 투수 최원호가 마운드에 주저앉았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당시 LG 마무리 이상훈이 이승엽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맞자 급하게 몸을 풀고 나온 최 대행이 비운의 투수가 됐다. 삼성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란 극적인 스토리까지 더해져 이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삼성과 마해영에게는 잊을 수 없는 영광의 순간이었지만 최 대행에겐 떠올리기 싫은 악몽과 같다. 

100패 이야기를 하다 18년 전 아픈 순간을 떠올린 최 대행은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홈런을 맞은 장면도 오랫동안 많이 나왔다. (2014년) 해설위원으로 데뷔했을 때 마침 같은 방송사에 마해영 위원이 있었다. 방송사에서 그걸로 무슨 영상을 만들려고 하길래 ‘아 그만해요. 몇 년이 지났는데…’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고 이제야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2010년을 끝으로 은퇴한 최 대행은 운동역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피칭연구소를 설립하며 공부하는 야구인으로 인정받았다. 6년간 해설위원을 거쳐 올해 한화 퓨처스 감독부터 1군 감독대행까지 맡은 최 대행은 어느덧 101경기를 지휘했다. 이 기간 36승63패3무(승률 .364)로 분투하며 탈꼴찌도 바라보고 있다. 무엇보다 투수 김민우, 강재민, 윤대경, 타자 노시환, 최인호, 박정현 등 젊은 선수들이 눈에 띄게 성장하며 팀의 미래를 밝혔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다. 

최 대행은 “하루하루 많이 배우고 있다. 밖에서 해설하며 본 야구랑 직접 안에서 이끄는 야구는 큰 차이가 있다. 경험하지 않은 건 함부로 말하면 안 될 것 같다”며 웃은 뒤 “처음에는 선수들의 기량, 성격, 성향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2군에 있을 때부터 비슷한 실력이면 어린 선수를 쓰겠다고 했다. 잘하는데 나이가 있다고 안 쓰겠다는 것은 아니다. 경쟁을 하되 그런 기준을 잡고 경쟁 체제를 만들려고 했다. 선수들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의욕을 갖고 열심히 따라와줬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최 대행은 올 시즌을 마치면 새로운 감독에게 1군 자리를 넘겨준 뒤 2군 퓨처스 감독 자리로 돌아갈 예정이다. 최 대행은 “처음에 2군 감독으로 한화에 왔다. 끝나면 제 자리로 가야죠”라고 말했다. /waw@osen.co.kr

[OSEN=고척, 최규한 기자] 노수광과 강경학이 최원호 감독대행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