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석-손혁, 똑같은 사퇴 패턴…대체 무슨 힘이 작용하는가
2020.10.09 13:03:32

[OSEN=고척, 민경훈 기자]키움 손혁 감독이 그라운드 위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주시하고 있다. /rumi@osen.co.kr
 

[OSEN=고척, 길준영 기자] 키움 히어로즈의 리더십이 혼란스럽다. 

키움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비록 창단 첫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정규리그를 3위로 마감했음에도 나름대로 성공적인 가을야구를 치렀다. 

그런데 키움은 한국시리즈가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상식밖의 결정을 내렸다. 준우승을 이끈 장정석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3년간 230승 3무 199패 승률 0.536을 기록하고 두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 한 차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끈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러한 키움의 결정에는 허민 이사회의장을 비롯한 구단 경영진의 의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형식적으로는 재계약 불발이지만 사실상 경질과 다름없는 결정이었다. 당시 구단 수뇌부가 장정석 감독과의 결별을 택하고 영입한 감독이 바로 손혁 감독이다.

손혁 감독은 올 시즌 팀을 맡아 73승 1무 54패 리그 3위를 기록중이었다. 외국인타자 러셀의 부진과 주축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며 시즌 내내 어려운 경기가 이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시즌 막바지까지 3위로 팀을 끌고 왔다. 잔여경기까지는 불과 12경기가 남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키움은 지난 8일 돌연 손혁 감독이 자진 사퇴를 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구단이 공식적으로 밝힌 자진 사퇴 사유는 ‘성적 부진’이다.

하지만 손혁 감독의 자진 사퇴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키움이 손혁 감독의 잔여 연봉을 보전해주기로 했다는 점이다. 김치현 단장은 “구단에서도 손혁 감독에게 고마운 부분이 많았다. 또 어려운 점이 많았음에도 불평, 불만이 전혀 없으셨다. 손혁 감독에게 미안한 것도 많기 때문에 잔여 연봉은 모두 지급하기로 하고 좋게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구단에서 감독을 경질했을 때는 잔여 연봉을 보전해주지만 감독이 자진 사퇴를 결정했을 때는 연봉을 보전해주지 않는다. 키움 관계자는 “손혁 감독이 연봉 보전을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혁 감독이 요구하지도 않은 잔여 연봉을 구단이 먼저 나서서 지급해준다고 하는 것은 모양새가 더욱 이상하다. 

이 때문에 장정석 감독 재계약 불발 때와 마찬가지로 구단 경영진이 손혁 감독의 자진 사퇴를 종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키움은 “경질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자진 사퇴로 보기에는 이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다.

키움은 큰 충격을 받을만한 사건에도 지난 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10-7로 승리했다. 키움 경영진은 일단 감독 교체에 만족할지도 모르겠지만 외부 개입에 흔들리는 리더십이 선수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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