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제자' 이태양 트레이드한 정민철 단장, "가치 인정받은 것"
2020.06.18 13:46:26

[OSEN=대전, 민경훈 기자] 2014년 투수코치 시절 정민철 단장(왼쪽)과 이태양 / rumi@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투수 이태양(30)의 뒤에는 늘 정민철(48) 한화 단장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우완 정통파 대명사였던 정민철 단장을 동경해온 이태양은 그의 현역 시절 상징이었던 55번을 백넘버로 쓰기도 했다. 지난 2012년 2월 한화의 남해 2군 캠프에서 만난 이태양은 “정민철 코치님처럼 항상 마운드에서 자신감에 차있는 강한 투수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2013년부터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이태양은 2014년 한화 1군 선발투수로 도약했다. 이때 한화 1군 투수코치가 정 단장이었다. 당시 정 단장은 “태양이가 아시안게임에 나가는 건 어떨까요?”라며 제자를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실제 이태양은 그해 9월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에 한화 선수로 유일하게 대표팀에 발탁된 뒤 금메달을 목에 멀었다. 

정 단장이 2014년을 끝으로 잠시 한화를 떠난 뒤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때도 이태양과 인연은 계속 됐다. 이태양이 팔꿈치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며 시련을 겪을 때도 밖에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정 단장이 한화에 돌아왔을 때 누구보다 반긴 사람이 바로 이태양이었다. 

이처럼 누구보다 인연이 끈끈한 관계이지만 정 단장은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았다. 18연패 충격 속에 무너진 팀을 살리기 위해 트레이드 카드를 모색했고, 아끼던 제자를 다른 팀으로 보내는 결단을 했다. 18일 한화는 이태양을 SK로 보내며 외야수 노수광을 받는 1대1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지난 2010년 한화에서 데뷔한 이태양은 처음으로 팀을 옮긴다. 

정 단장은 “겨울부터 여러 단장님들과 다양한 트레이드 카드를 논의했다. 이번 트레이드는 일주일 전부터 간격이 좁혀졌다”며 “주관적인 생각은 배제하고 객관적인 상황을 봤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했다”는 말로 공격력 강화를 위해 노수광을 영입했다고 밝혔다. 

애제자 이태양에 대해 정 단장은 “이태양의 가치를 알아보는 구단들이 많았다. 그만큼 가치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선택을 받은 것이다. 팀을 옮긴 뒤 새로운 환경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결정 후 이태양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말을 해줬다. 이태양도 정 단장의 마음을 헤아리며 새 출발을 다짐했다. 

불펜이 무너진 SK는 지난 2018년 특급 필승조로 활약하며 한화 가을야구를 이끈 이태양의 반등 가능성에 주목했다. 올 시즌 1~2군을 오르내리며 고전하고 있는 이태양이지만, 여러 팀에서 트레이드 문의가 올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다. 새로운 팀 SK에서 이태양이 부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OSEN=대전, 민경훈 기자] 나주환 타구에 오른 발등 맞아 통증 호소한 한화 선발 이태양이 정민철 코치가 보는 앞에서 시험 투구를 하고 있다.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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