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 끼었나” 염경엽 감독의 장탄식, 지독히 엉킨 실타래
2020.06.18 09:22:35

[OSEN=인천, 최규한 기자]1회초 공격이 진행되는 가운데 SK 염경엽 감독이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 dreamer@osen.co.kr
 

[OSEN=인천, 한용섭 기자] SK 와이번스는 올 시즌 초반 지독히도 운이 없다. 지난해 17승씩 거둔 김광현(세인트루이스)과 산체스(요미우리)가 빠져나간 공백은 어느 정도 예상됐으나, 시즌 초반 9위에 처져 있을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개막 직후 1선발로 점찍은 외국인 투수와 주전 포수를 비롯해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시작된 불운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책이 나오는 일도 잦다. 

17일 인천 KT전. SK는 8회말 1사 3루에서 김강민의 적시타로 4-3으로 앞서 나갔다. 9회초 마무리 하재훈이 올라와 1이닝을 막으면 됐다. 전날 9회 재역전 투런 홈런을 맞았던 하재훈은 선두타자 장성우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았다. 1사 후 대타 김민혁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다. 배정대를 삼진으로 2아웃, 이때 2루 도루를 허용했다. 

2사 2루, 황재균이 때린 타구는 유격수 정면으로 향했다. 누구나 경기가 끝나는 줄 알았다. 정현이 잡고 1루로 던지려고 했는데, 공이 글러브에 끼는 바람에 빼내느라 한번 두번 더듬었다. 결국 1루에서 세이프, 2사 1,3루가 됐다. 유격수 포구 실책.

하재훈은 2사 1,3루에서 조용호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4-4 동점을 허용했다. 전날에 이은 2경기 연속 구원 실패. 결국 SK는 연장 10회 4-6으로 패했다. 최근 하재훈의 구위가 최상은 아니지만, 하필 공이 글러브 웹에 끼는 불운이 일어날 줄이야. 

염경엽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브리핑에서 팀 타선의 침체, 불펜 필승조의 부진 등에 이야기했다. 서진용(3블론 세이브)과 하재훈(17일 경기까지 5블론 세이브)의 부진에 대해서는 "SK 불펜의 핵심 기둥으로 성장해야 할 투수들이다. 보직 변경은 없다"고 여전한 믿음을 보냈다. 

"지금 과정이 좋지 않지만, 성장하는 과정이다. (불펜을) 몇 년째 잘 한 것이 아니라 지난해 처음으로 홀드와 세이브를 인정받았다. 앞으로 5~6년간 SK가 불펜이 강한 팀이 되느냐 아니냐의 키를 가진 선수들이다. 하재훈, 서진용이 버텨줘야 박민호, 김택형, 이원준 같은 어린 투수들이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블론 세이브를 한 하재훈이 이날 무난하게 막았더라면 한층 분위기는 좋아질 수 있었다. 그러나 전날 재역전 패배에 이어 최악의 결과가 되풀이됐다. 하재훈과 서진용이 지금 부진을 극복해야 한다. 

타선은 개막 후 한 달 넘게 전체적으로 부진하다. 염 감독은 "꾸준하게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고민하고 분석하고 연구했다. 타격 그래프는 좋았다 나빴다를 1~2년이 아닌 과거 5~6년을 반복했다. 전력분석, 타격코치 등과 원인을 검토해서 선수들과 공유하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지를 정하고 흔들리지 않게 원칙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결과에서 좋은 쪽으로 나오지 않아서 문제다. 

염 감독은 "마가 끼었나..."라며 한숨 지었다. "승리하려면 잘 치고, 잘 던지고, 잘 막으면 된다. (지금 SK는) 3가지 모두 전체적으로 미흡한 것이 문제다. 팀이 전체적으로 엇박자다. 1점차 승부에서 패가 많고, 역전패도 많다"라고 자책했다. 

투수가 잘 던지면 타자들이 점수를 뽑지 못하고, 경기 중반 리드를 잡으면 불펜이 지켜내지 못하고, 결정적인 순간에 실책이 나오고, 계속해서 불운이 겹치고 있다. 언제쯤 SK 야구의 엉킨 실타래가 풀어질 기미가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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