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패에도 자율훈련’ 허문회의 소신...타선+불펜은 화답했다
2020.05.23 12:59:18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부산, 조형래 기자] 4연패 기간에도 롯데 허문회 감독은 자율 훈련을 선택했다. 타선이 드디어 화답하면서 연패 탈출을 이뤄냈다.

롯데는 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 난타전 접전 끝에 9-7 신승을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4연패에서 탈출하면서 시즌 8승7패를 만들었다. 

대전-광주로 이어지는 원정 6연전에서 롯데는 4연패 포함 1승5패를 기록하고 홈으로 돌아왔다. 여러모로 부담이 더해지는 상황. 시즌 초반 개막 5연승의 기세가 완벽하게 꺾였고 롯데를 보는 시선도 냉담하게 변했다. 그럼에도 허문회 감독은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았다.

선수들의 심적인 부담과 체력적인 부담을 모두 덜어주기 위해 앞장섰다. 4연패 중임에도 롯데는 이날 경기 전 자율 훈련을 실시했다. 몇몇 투수들만 나와 러닝과 캐치볼로 몸을 풀었다. 야수들은 대부분 실내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자율 훈련만 진행했다. 이날 경기 전에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야수들은 없었다.

허문회 감독은 “선수들은 정말 잘해주고 있다. 승패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초반에 잘 나가다가 힘든 시기를 겪다보니 너무 이기려는 부담이 있고 쫓기는 것 같다”면서 “한 번 쉬어가게 하는 것도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방법 중 하나다. 하루 더 훈련한다고 기술적인 부분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래도 웨이트트레이닝장에 가보니 선수들의 분위기가 괜찮았다”며 이날 자율 훈련을 선택한 배경, 그리고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했다. 너무 승패 자체에 과몰입하지 말고 허문회 감독의 철학 중 하나인 ‘즐기는 야구’를 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선수들의 멘탈 관리에 좀 더 신경쓰는 모습.

이날 선수들은 경기 전 훈련을 생략했지만, 허문회 감독의 주문은 완벽하게 수행했다. 이전 4연패 기간과는 달리 타선이 활발하게 터졌다. 비록 선발 노경은이 4이닝 4실점으로 조기에 강판됐고 초반 끌려가는 양상은 이전 앞선 경기들과 비슷했지만 타선은 부지런히 추격하며 역전의 여지를 남겨뒀다.

결국 롯데는 4-5로 뒤진 6회말 상대 실책으로 잡아낸 무사 만루 기회에서 주장 민병헌의 역전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전세를 뒤집었다. 부진했던 딕슨 마차도 역시 8회말 쐐기 적시 2루타를 뽑아냈다. 이대호는 3타점 경기를 펼쳤고 민병헌, 손아섭, 전준우, 한동희 모두 멀티 히트 경기를 펼쳤다. 장단 12안타에 9득점의 폭발.

여기에 허문회 감독은 그동안 휴식을 취했던 필승조들을 총동원해 키움의 타선을 틀어막으면서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5회부터 불펜을 가동했고 5회 올라온 박시영(1이닝 1피홈런 1실점)과 7회 진명호(4볼넷 2실점)가 부진했다. 하지만 오현택(1이닝 무실점)이 7회 위기를 극복하는 등 박진형(1이닝 3탈삼진 1볼넷 무실점), 구승민(1이닝 3탈삼진 무실점)이 활약했다. 또한 마무리 김원중은 이날 1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경기 후 결승타를 때려낸 민병헌은 "감독님께서 너무 이기려고 한다. 우리가 쫓기는 것 같다. 차분하게 천천히 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말씀을 하셨다"고 말하면서 이날 자율 훈련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원정을 치르고 와서 컨디션적으로 힘들었을텐데 많이 회복을 하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 경기장에서 쏟아부으라고 하는 뜻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며 경기 전 자율 훈련과 휴식의 효과를 언급했다.

예상 밖이긴 했지만 허문회 감독의 부담 덜기 방법은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