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겨낸 시련인데" 이승헌, 강습타구에 또 찾아온 불운
2020.05.18 12:46:53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조형래 기자] 프로 입단 이후 불운과 시련의 연속이었던 롯데 자이언츠 3년차 투수 이승헌(22)이 올 시즌은 제대로 비상할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날개를 펼치자마자 강습타구에 머리를 맞는 불의의 사고가 또 다시 그를 덮쳤다.

마산 용마고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에 지명된 이승헌은 우완 정통파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196cm 97kg의 건장한 체구에 강속구와 변화구의 완성도도 높은 편이었기에 드래프트 동기인 김민(KT), 양창섭(KT), 곽빈(두산) 등과 함께 신인 시즌을 누빌 유망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승헌의 프로 데뷔는 멀고도 험했다. 데뷔 시즌을 시작하기도 전에 불의의 부상이 덮쳤다. 2018년 대만 가오슝에서 열린 퓨처스팀 스프링캠프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도중 1번 갈비뼈 골절 소견을 받으면서 데뷔도 전에 약 4개월을 재활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 부상으로 이승헌의 프로 생활은 꼬이기 시작했다. 부상 이후 투구폼과 밸런스가 모두 흐트러졌고 140km 중후반대의 구속은 140km를 간신히 넘는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이후 체구에 걸맞는 투구폼과 구속을 되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지만 제자리 걸음이었다. 상대 타자보다 자기 자신과 씨름해야 하는 시간이 더 길었다. 결국 2019년 한 차례 대체 선발로 모습을 드러냈을 뿐 다시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그럼에도 이승헌이 갖고 있는 타점 높은 투구폼과 신체조건들이 뛰어났기에 구단도 기대를 접지 않았다. 오히려 성민규 단장 체제로 바뀐 뒤 이승헌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 마무리캠프 기간 동안 랩소도 등 데이터 분석 기기를 바탕으로 교정을 시작했다. 또한 올해 1군 스프링캠프 시작과 동시에는 윤성빈, 한승혁, 최하늘과 함께 미국 드라이브라인 트레이닝캠프에서 구속 상승을 위한 최적의 투구폼을 만드는데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했다.

투자의 결실, 그리고 본인의 노력이 결합되어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이승헌 스스로도 드라이브라인 체험에 만족하면서 “구속 상승이 체감된다. 기대가 되고 배웠던 프로그램들을 더욱 열심히 해서 좋아진 상태를 유지해보고 싶다’며 올 시즌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 퓨처스팀에서 시작했지만 연습경기를 통해서 꾸준히 선발 수업을 받았다. 구단의 기대대로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9km까지 찍는 등 과거의 모습을 찾는데 성공했다. 밸런스와 회전축 교정도 함께 이뤄지면서 높은 타점의 투구폼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됐고 구속과 동시에 슬라이더, 체인지업의 위력도 되찾았다. 

결국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에서 자가격리 중인 아드리안 샘슨의 두 번째 대체 선발로 낙점을 받았다. 허문회 감독은 이번에도 퓨처스팀의 추천을 믿었고 이승헌의 성장세를 꾸준히 보고 받았다. 경기 전 허문회 감독은 “퓨처스 팀과 2주 전부터 연락을 주고받았다. 사실 퓨처스에서 한 번 더 던져야 하는데 내 욕심으로 조금 빨리 부르게 됐다”고 “자기 공 마음껏 후회 없이 던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허 감독의 바람대로 이승헌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선보였다. 첫 2이닝 동안 6타자를 모두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최고 148km 구속에 140km 중반대의 구속을 유지했다. 공끝의 무브먼트도 뛰어났고 체인지업의 떨어지는 각도도 예리했다. 3회 선두타자 최재훈까지 삼진으로 처리하며 기세를 이어갔지만 이후 김회성을 3루수 실책으로 내보낸 뒤 장진혁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그리고 정진호의 라인드라이브 강습 타구에 머리를 강타 당했다. 또 다시 이승헌에게 시련이 닥친 순간이었다.

고통스러워하던 이승헌은 결국 앰뷸런스를 타고 충남대병원으로 이송됐고 CT 촬영 및 정밀검사 결과 두부 미세 골절 및 출혈 소견을 받고 입원 절차를 밟게 됐다. 

입단 이후 숱한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잡은 기회가 불의의 사고로 사라졌다. 구단은 물론 본인 스스로도 올 시즌을 더욱 기대했기에 안타까움은 더해진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2012년 브랜든 매카시, 2016년 맷 슈메이커가 타구에 머리를 맞고 두부 미세 골절 부상을 당했지만 이후 선수로 다시 복귀했다. 어느 정도 공백기는 불가피하지만, 한 번 꺾인 날개가 후유증 등으로 다시 펼쳐지지 못하는 불운이 없기를 바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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