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글빙글 도는 박석민, 바보 같아 보였지만 재밌어" 해커의 추억.txt
2020.05.16 11:32:02
[사진] 박석민-해커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NC 다이노스와 키움 히어로즈에서 활약한 투수 에릭 해커(37)가 KBO리그 팀 동료들을 소개했다.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팬그래프’는 해커의 인터뷰를 실었다. 지난 2013~2017년 NC, 2018년 키움까지 6시즌을 KBO리그에서 활약한 해커는 151경기 통산 61승37패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했다. NC의 대표 외인 투수로 2015년 다승왕(19승), 골든글러브도 차지했다. 

해커는 지난 12일 창원 KT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치면서 무릎 꿇은 자세로 화제를 모은 NC 내야수 박석민에 대해 “내가 함께한 팀 동료들 중 가장 재미있는 선수다.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며 애드리안 벨트레를 떠올리는 시선에 대해 “훌륭한 비유”라고 말했다. 벨트레도 코믹한 개그 캐릭터의 3루수였다. 

해커는 “벨트레와 박석민의 차이점은 벨트레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반면 박석민은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며 “같은 팀이 되기 전, 박석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를 때 그를 상대하면서 빙글빙글 돌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봤다. ‘정말이지, 이 바보 같은 남자가 내게 뭘 보여주는 거지?’라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박석민은 타석에 들어서면 허리를 한껏 뒤로 젖힌 뒤 배트를 풍차처럼 돌리며 준비한다. 스윙 후에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처럼 빙그르르 도는 특유의 동작가 있다. 박석민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의 독특한 동작을 좋지 않게 볼 수 있다. 해커도 처음에는 그랬지만 같은 팀이 된 후에는 이해했다. 해커는 “알면 알수록, 보면 볼수록 그것은 박석민이 플레이하는 방식일 뿐이었다. 잘하고 재미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삼성에서 데뷔한 박석민은 지난 2016년 NC로 FA 이적했고, 해커와는 2017년까지 2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OSEN=박준형 기자] 해커-나성범 /dreamer@osen.co.kr

해커는 나성범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해커는 “나성범은 한국에서 내게 최고의 친구 중 한 명이었다. 그는 피지컬 괴물이다”며 5툴 플레이어라고 강조한 뒤 “그는 최고가 되고 싶어하고, 메이저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몇 년 동안 영어 공부에도 시간을 보냈다. 메이저리그 기회를 얻는다면 영어로 의사소통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6년을 장수했던 해커는 “첫 달 평균자책점이 7점대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언어가 다르고, 음식이 다르지만 열린 마음을 유지하며 성장할 수 있었다”며 “기술과 데이터 도움도 많이 받았다. NC소프트가 개발한 아이패드앱으로 상대 선수들의 영상과 자료를 분석하면서 공부했다. 마이너리그에선 얻지 못할 자료였다”고 돌아봤다. 

해커는 한국에 와서 돈도 많이 벌었다고 밝혔다. 미국에 있을 때 박봉에 시달린 해커는 한국에 와서 매년 연봉이 올랐고, 2017년 총액 100만 달러를 받기도 했다. 2018년을 끝으로 KBO리그를 떠났지만 여전히 한국을 그리워하며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대만과 멕시코 팀의 영입 제안이 있었지만, KBO리그 복귀를 위해 모두 거절한 해커는 지난해 1년을 통째로 쉬었다.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지 않은 해커이지만 지난해 부동산 중개업 자격증을 따며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