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바운드?", 포수 "노바운드!"...현장 마이크가 전한 웃픈 풍경
2020.05.15 13:21:15


 

[OSEN=이선호 기자] "바운드?", "노바운드!".

지난 14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의 팀 간 3차전. 헛스윙 판정 하나를 놓고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 벌어졌다. 

2회초 무사 2루에서 두산 최주환은 롯데 박세웅의 떨어지는 변화구에 헛스윙을 했다. 공이 롯데 포수 정보근의 미트에 들어가는 과정이 애매했다. 바운드성이었다.

주심을 맡은 오훈규 심판위원은 흙이 묻었는지 공을 살펴보았고, 정보근에게 몇마디 묻더니 헛스윙 삼진을 인정했다. 주심과 포수 사이에서 대화가 주심이 찬 마이크를 통해 생생하게 중계됐다.

오 주심이 "바운드?"라고 묻자 정 포수는 "노바운드! 노바운드!"라고 답했다. 다시 오 주심이 "바운드됐는데?"라고 되묻자 정 포수는 "노바운드로 바로 잡았다"고 다시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오 주심은 "맞는 거 봤는데... 오케이!"라며 삼진을 선언했다. 최주환의 파울이라는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상황을 종합한다면 오 주심은 파울팁, 즉 방망이에 맞았으나 바운드 없이 바로 포수 미트에 들어간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포수의 말을 그대로 수용했다. 느린 중계 화면에는 명백한 바운드 포구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바운드 파울이라는 취지로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으나 원심이 유지되자 항의했고 자동 퇴장됐다. 

주심은 사실상 세이프/아웃 여부의 선택을 상대 포수에게 맡긴 것이다. 질문할 상대가 아니었다. 마이크를 찼다는 사실을 잊은 듯 했다.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관성적인 물음일 수도 있었다. 정보근은 다르게 말했다. 중계를 맡은 해설가는 "포수가 이런 질문 받으면 당연히 '노바운드'라고 말한다"며 혀를 찼다.  

그런데 어린이가 이 장면을 봤다고 생각해보자. "포수가 왜 다르게 말할까?"라는 당연한 물음이 생긴다. 승부의 세계는 최대한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간다. 포수 정보근도 그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사실대로 말하면 자신의 팀이 불리한 상황에서 선택지는 하나 뿐이다. 올해부터 채택한 현장 마이크가 '날 것'으로 전한 웃픈 풍경이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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