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송구, 폭풍 질주…나지완 맞습니까 '벼랑 끝 반전'
2020.05.14 14:46:26

[OSEN=박준형 기자] 나지완이 외야수비를 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KIA 스프링캠프에서 나지완(35)은 누구보다 절박했다. 팀 훈련을 마친 뒤에도 1대1 수비 특훈을 자청했다. 순발력 향상을 위해 체중을 감량했고, 첫 발 스타트 동작부터 가다듬었다. 나지막이 “올해는 수비를 꼭 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2018~2019년 2년간 수비 이닝이 80이닝을 넘지 않았던 나지완은 지명타자로 굳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56경기에서 타율 1할8푼6리 6홈런 OPS .665로 개인 최악의 시즌을 보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올 시즌을 끝으로 4년 FA 계약이 만료되는 ‘벼랑 끝’ 상황이었다. 

수비를 강조하는 맷 윌리엄스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면서 나지완은 외야에서 생존 경쟁에 나섰다. 올 시즌 7경기 중 6경기를 좌익수로 선발출장했고, 벌써 45⅔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전 연습경기 때부터 다이빙캐치로 모두를 놀라게 했던 나지완은 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결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4-3으로 리드한 9회말 1사 만루 위기. 한화 정진호의 뜬공이 좌측에 떴다. 짧은 타구였지만 한화 3루 주자는 준족의 장진혁이었다.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을 잡은 좌익수 나지완은 빠르게 스텝을 밟은 뒤 정확하게 홈으로 송구했다. 포수 한승택에게 바운드 없이 다이렉트로 꽂혔다. 

나지완의 숨겨둔 강견 과시에 3루 주자 장진혁은 홈으로 향하던 발길을 멈췄다. 동점 주자를 막은 호수비였다. 그동안 나지완에게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이라 바로 다음 순간 대수비로 들어간 문선재의 송구로 착각한 팬들도 있었다. 나지완의 호수비에 힘입어 위기를 막은 KIA는 시즌 첫 3연승과 함께 4승4패로 5할 승률에 올랐다. 



[OSEN=대전, 최규한 기자]8회초 무사 선두타자로 나선 KIA 나지완이 동점 좌월 솔로포를 날리고 그라운드를 돌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dreamer@osen.co.kr
 

나지완의 존재감은 주루에서도 빛났다. 4회 좌중간 2루타를 치고 나간 나지완은 후속 유민상의 좌중간 안타 때 2루에서 홈까지 폭풍 질주했다. 비교적 짧은 타구로 한화의 중계 플레이도 좋았지만 가속도가 붙은 나지완은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홈을 먼저 터치했다. 

총알 송구와 폭풍 주루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나지완은 타격도 살아나고 있다. 7경기에서 23타수 6안타 타율 2할6푼1리 1홈런 3타점. 폭발적이진 않지만 최근 5경기 연속 안타를 치고 있다. 12일 한화전에선 8회 결정적인 동점 홈런을 터뜨렸고, 13일에는 쐐기타 포함 2안타 1타점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 

나지완은 13일 경기에서 4회 좌중간 펜스를 때리는 큼지막한 2루타를 치고도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절박함을 갖고 만족을 잊었다. 12일 경기는 8번 타순까지 내려갔지만 개의치 않은 나지완은 “타순에 관계 없이 팀 승리에 도움이 되고 싶다. 후배들과 자주 이야기하며 팀이 보다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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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최규한 기자]승리를 거둔 KIA 윌리엄스 감독과 나지완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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