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부순’ 해결사 마차도, 타격의 정점은 어디까지일까
2020.05.12 09:50:26

[OSEN=수원, 조은정 기자]5회초 무사 2루 롯데 마차도가 동점 적시 좌전 1루타를 때려내고 있다. /cej@osen.co.kr
 

[OSEN=부산, 조형래 기자] 편견을 일찌감치 깨부쉈다. ‘수비는 기본, 타격은 옵션’이라고 했지만 개막 첫 주를 치른 현재 롯데 유격수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의 타석에서 활약상은 ‘옵션’이라는 기대치를 뛰어넘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 모습이 아직 정점은 아니라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해볼 수 있다.

현재 마차도는 중심타순에서 만든 기회를 놓치지 않는 해결사를 자처했다. 민병헌-전준우-손아섭-이대호-안치홍-정훈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과 중심타선에 이어 7번 타순에 모두 선발 출장했다. 성적은 타율 3할8푼9리(18타수 7안타) 3홈런 8타점 5득점 출루율 4할5푼, 장타율 0.889, OPS는 1.339에 달한다. 

특히 3개의 홈런이 모두 역전, 동점, 쐐기 등 팀이 경기 후반 득점이 필요한 순간마다 한 방을 때려내며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5일 KT와의 개막전에서는 1-2로 뒤진 7회초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고, 8일 SK전에서는 7-8로 뒤진 8회말 동점 솔로포를 때려냈다. 그리고 10일 SK전에서도 2-0으로 앞선 7회말 1사 1루에서 쐐기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7회 이후 성적은 7타석 5타수 3홈런 6타점으로 집중력을 과시했다. 이러한 해결사 기질로 현재 WPA(승리확률기여도)는 0.85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넓은 범위와 안정된 포구, 강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수비력은 구단이 마차도를 합류시킨 목적에 부합하는 안정감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기대치를 뛰어넘는 타격 실력은 롯데를 상승세로 견인하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고, 모든 구단과 만나지 않았기에 전력 분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도 있다. 하위 타순에 포진해 있고 공격보다는 수비에 초점을 맞춘 선수라는 얘기가 워낙 많았기에 상대 투수들이 섣부르게 승부를 했다가 얻어맞았다는 분석도 할 수 있다. 시즌이 거듭되고 분석이 될 수록 현재 찍고 있는 타격 수치들보다는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마차도의 타격 성적이 ‘요행’이 아니라는 예상은 해볼 수 있다. 일단 마차도는 섣부르게 스윙하지 않는다. 투수들의 공을 지켜보고 덤벼들지 않았다. 자신이 확실하게 설정한 히팅 존에서 벗어나는 상대의 변화구 유인구에는 배트가 쉽게 끌려나가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은 6.4%의 낮은 헛스윙 비율로 증명된다. 아직 삼진은 2개밖에 당하지 않았고 정타 비율이 높은 것도 자신만의 히팅 존이 확실하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타석 당 투구 수는 3.71개로 많은 공을 지켜보지 않지만 자신의 히팅 존이 확실하게 설정되어 있고 그 존에 들어오는 공은 강한 타구로 만들어냈다고 풀이할 수 있다. 홈런과 안타 모두 자신의 허리 부근, 상대 포수 마스크 쪽으로 오는 높이의 공을 정확하게 받아쳤다. 이 부근이 마차도의 히팅 존이라고 볼 수 있다. 

마차도는 스프링캠프 기간부터 짧은 배트로 최대한 자신의 몸에 가까운 포인트에서 타격을 하는 훈련을 진행해 오는 등 자신만의 타격 이론이 확실하게 정립된 모습을 보여줬다. 많은 연습량을 갖고 있음에도 동료들로부터 "공보고 공친다는 느낌이다다"고 할 정도로 타격 재능을 갖춘 선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타격 전문가인 허문회 감독 역시 마차도에게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단 수비만 신경 써주기를 바랐지만 타격까지 잠재력을 터뜨리자 흡족한 모습이다. 더 발전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허 감독은 “수비를 잘하면 타격 횟수도 더 많아질 것이다. 체력 관리를 잘하고 좀 더 적응을 하다보면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 타석이나 덕아웃에서 투수들 유형을 유심히 관찰하고 타석에서의 적응이 빠른 것 같고 예측을 잘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마차도에 대한 분석은 더욱 세밀하게 파고들 것이다. NC는 이미 타구단 연습경기에서 마차도의 타석 때 1-2루 간을 비워두고 2루수, 유격수가 모두 3-유간을 막아두는 수비 시프트를 활용하기도 했다. 현재 마차도의 타구들은 좌익수, 3-유간으로 향했다. 

아직 증명을 해야 하는 시간은 길다. 그러나 수비형 선수라는 편견은 깨뜨린지 오래다. 지난해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의 타격 성적(17홈런 OPS 0.851)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도 어느 정도 보여줬다. 마차도 타격의 정점은 아직 찍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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