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위+최소 볼넷’ 진격의 롯데, 마운드도 달라졌다
2020.05.11 13:04:20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부산, 조형래 기자] 흔들리지 않는 철벽의 마운드다. 롯데가 개막 5연승을 질주하는 기간 동안 투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롯데는 지난 10일 사직 SK전에서 4-0 완승을 거두며 개막 5연승을 질주했다. 2013년 이후 7년 만의 개막 5연승이고 2014년 4월 3일(3승1패) 이후 2227일 만에 단독 1위에 등극하는 기쁨을 누렸다. 

투타에서 짜임새가 생겼고, 허문회 감독의 용병술 등이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그리고 7회 이후 뒷심으로 역전을 시키는 고도의 집중력도 발휘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개막 5경기에 불과하고 표본이 적다. 하지만 달라진 부분들 가운데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요소는 바로 마운드다.

롯데는 5경기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 중이다. 10개 구단 전체 1위. 그리고 총 11개의 볼넷만 허용하면서 리그 최소 볼넷도 함께 기록하고 있다. 9이닝 당 볼넷은 2.15개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4.83, 546 볼넷, 9이닝 당 볼넷 3.87개 등 모두 최하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모든 수치가 획기적으로 개선이 됐다. 당연히 이닝 당 출루 허용률(WHIP)도 1.59에서 1.02로 뚝 떨어졌다. 

볼넷이 적으니 당연히 투수들의 투구수도 줄어들었다. 롯데 마운드만 현재 유일하게 이닝 당 투구수 15개 이하를 기록 중이다. 이닝 당 14.8개의 공만 던지며 속전속결로 이닝을 끝내고 있다. 볼넷을 내주지 않고, 최대한 승부를 빠르게 끝내는 공격적인 피칭을 끊임없이 주문했던 결과가 경기 중에 드러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투수들이 빠르게 경기를 풀어가다보니 수비진의 집중력도 높아졌고 실책도 줄었다. 5경기에서 범한 실책은 단 2개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첫 2경기에 집중이 됐을 뿐, 이후 3경기에서는 현재 실책 없는 깔끔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선발진보다는 불펜진의 활약이 더 두드러진다. 1선발 중책을 맡고 있는 댄 스트레일리가 2경기에서 모두 호투했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7이닝 3피안타 무4사구 11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치며 5연승을 이끌었지만 박세웅, 노경은의 첫 등판은 기대보다는 좋지 않았다. 이 공백들은 불펜진이 채워넣었다. 선발진이 평균자책점 3.18, WHIP 1.16을 기록하고 있는데,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3.06, WHIP 0.79를 기록 중이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박진형이 5경기 중 벌써 4경기에 등판했다. 구승민과 진명호, 마무리 김원중까지 3경기를 소화했고 오현택도 2경기에 나섰고 임무를 완수했다. 5연승 기간 동안 뒷심으로 짜릿한 승부를 펼쳤지만 결국 승리를 완성하기 위한 불펜진의 소모는 피할 수 없었다. 연투를 펼친 인원도 꽤 있었다. 자칫 시즌 초반부터 불펜진이 힘겨운 시즌을 보내야 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러한 롯데에 지난 9일 우천 취소라는 행운까지 따랐다. 자연스럽게 휴식을 취하며 불펜진 재정비 시간을 가졌다.

초보 사령탑이지만, 5경기 기간 동안 마운드 운영에서 우왕좌왕 하지 않았다. 모든 감독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부분이 투수 교체 타이밍 포착인데 초보 사령탑들은 이 부분에서 가장 많은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달랐다. 확고한 철학으로 엔트리를 최대한 활용했고, 투수파트와 끊임없는 상의를 통해서 ‘집단 지성’으로 투수진 능력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허문회 감독은 투수 교체 타이밍에 대해서 “나 혼자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노병오 투수코치와 윤윤덕 런프리벤션 코치와 함께 상의를 하고 있다. 또 투구수 말고 우리가 갖고 있는 교체 판단 기준을 윤윤덕 코치가 잘 판단해준다”면서 “한 명보다는 두 명, 두 명 보다는 세 명이 머리를 맞대는 것이 낫지 않나.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고 있고 의지가 많이 된다. 함께 했을 때 좋은 결과들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키움에서의 2년 간 수석코치 경험을 통해 투수 교체 타이밍에 대한 연습을 할 수도 있었다. 그는 “키움에서 2년 정도 투수 교체를 이해서 불펜에 전화를 걸었던 것도 도움이 많이 됐다”고 전했다. 당시 외국인이었던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가 소통에 한계가 있었기에 수석코치였던 허 감독이 직접 불펜진의 상황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그는 “첫 한 달 동안은 힘들었다. 전화기를 드는 것이 싫었다”면서도 “수석코치를 할 때 불펜에 전화를 하면서 얘기를 했던 부분이 결과적으로 타이밍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됐고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시즌 초반이기에 섣부른 단정은 힘들다. 하지만 롯데의 쾌속질주는 흔들리지 않는 마운드가 지탱하고 있다. 여기에 부친 병환으로 미국에 잠시 다녀왔던 아드리안 샘슨, 가래톳 통증을 안고 있던 고효준 등 아직 선발과 불펜의 핵심 자원들까지 복귀하면 롯데의 마운드를 향한 기대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jhrae@osen.co.kr
 

기사제공 OSEN